경제시평

강한 공정거래법 집행과 대처방안

2025-12-29 13:00:02 게재

공정거래위원회가 19일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2026년도 업무계획을 보고했다. 보고에서 가장 큰 특징은 이 대통령이 직접 공정거래법 위반기업에 대한 제재 수준을 더 높이고, 조사방해나 거부 또는 위반행위를 반복하는 기업에 대한 제재 강화를 지시한 것이다. 형사고발을 해도 가벼운 벌금이나 집행유예로 처벌받는 경향이 있으니 아예 경제적으로 엄중히 제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도 했다. 아울러 공정위 조직과 조사 인력 167명을 확충하는데 필요하면 추가로 더 확대할 것도 덧붙였다.

그동안 공정위의 사건 처리에 대해 각자의 입장이나 관점에 따라 상반된 반응이 나타나기 일쑤였다. 공정위가 위반기업을 제재하면 한편에서는 솜방망이 수준이라고 비판했고, 다른 한편에서는 과징금 폭탄이라고 비판했다. 앞으로 법 집행이 강화되면 과다 제재라는 비판이 더욱 거세질 것이지만 기업은 과징금 폭탄을 피하기 어렵게 됐고, 공정위는 사건처리 부담이 더욱 커지게 됐다.

강력한 공정거래법 집행, 기업과 공정위 모두에게 부담스러운 과제

강력한 공정거래법 집행은 기업과 공정위 모두에게 부담스러운 과제이므로 현명한 대처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우선 기업 입장에서 고려할 수 있는 현명한 대책은 자율준수제도의 활용일 것이다. 이것은 기업이 공정거래 법규를 자율적으로 준수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제정 운영하는 교육이나 감독과 같은 내부 준법제도를 시행하는 방안이다. 자율준수가 제대로 이뤄진다면 기업은 위법행위가 문제 될 것이 없으니 다행일 것이고, 제재의 위험도 피해갈 수 있을 것이다.

공정위는 기업의 자율준수제도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2023년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자율준수제도를 도입하고 이에 대한 평가 결과가 우수한 경우 해당 기업에 대한 과징금 제재를 감경하거나 직권조사를 면제해주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도록 규정했다. 그러므로 기업이 자율준수제도 도입으로 강력한 법 집행에 대처하는 것은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

다음으로 공정위 입장에서도 사건 처리 부담을 덜기 위해 현명한 대처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강력한 법 집행의 목적이 무엇인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 위반기업에 대한 제재가 목적이라면 과징금 폭탄이 적절할 것이지만, 공정거래질서 확립이 목적이라면 과징금 폭탄으로 목적을 달성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공격하는 창이 날카로워질수록 수비하는 방패도 튼튼해지는 것처럼 공정위 제재가 강해질수록 기업은 공정위에 대해서는 물론 법원 소송 등을 통해 더욱 철저히 대응할 것이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강력한 제재를 계속할수록 위반 사건 처리에 더 많은 인력 예산 시간이 필요한데 이런 자원 투입엔 한계가 있다. 또 큰 과징금을 부과한 사건이 법원에서 패소하면 역풍에 시달릴 수도 있다. 사건 처리에서 이런 부담이 발생하면 강력한 집행이 어려워질 수 있다. 그렇다면 공정거래질서 확립을 목적으로 하는 공정위도 기업의 자율준수 방식에 더욱 관심을 보일 필요가 있다.

강력한 제재보다 기업의 자율준수제도가 효과적

유명한 이솝우화에 나그네의 외투를 벗기는 내기에서 강한 비바람이 이긴 게 아니라 따스한 햇볕이 이겼다는 내용이 나온다. 공정거래법 집행에서도 강력한 제재보다 기업의 자율준수제도가 효과적일 수 있는 것이다.

공정위가 강력하게 제재하고 이에 대해 기업이 치열하게 대응하는 과정이 계속되다 보면 공정위나 기업이 모두 지리한 소모전에 빠질 수 있다. 이를 방지하려면 기업이 스스로 자율준수제도를 도입하여 철저히 이행하고, 공정위는 자율준수 문화가 정착하도록 지원하는 방식으로 대처하는 방식도 바람직하다. 강력한 공정거래법 집행을 앞두고 기업이나 공정위 모두 자율준수제도에 더 큰 관심을 보여주기를 희망한다.

지철호 법무법인 원 고문 전 공정위 부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