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외부감사인 선임의 기준과 평가
지난 9월 증권선물위원회는 KB금융지주 현대차증권 KT&G를 ‘회계·감사 지배구조 우수기업’으로 선정했다. 이 기업들은 향후 6년간 ‘주기적 지정제’ 대상에서 제외되는 혜택을 받게 된다. 금융당국이 지배구조 우수기업에 이러한 혜택을 주는 이유는 명확하다. 감사위원회가 독립적으로 우수한 외부감사인을 선임할 수 있다면 굳이 감사인을 강제로 지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4년 사외이사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외부감사인의 실질적 선임 주체가 감사위원회라고 응답한 비율이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에서 64%, 2조 원 미만 기업에서는 47%에 불과했다. 법률상 외부감사인 선임 권한이 감사위원회에 있지만 여전히 많은 기업에서는 경영진의 의중이 더 중요하게 반영되고 있다는 의미다.
외부감사인 선임 기준은 전문성과 독립성
외부감사의 목적은 재무제표의 신뢰성을 확보해 자본시장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있다. 이를 위해 외부감사인은 전문성과 독립성이라는 두 가지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전문성은 외부감사인이 경영자가 보고한 회계정보의 오류와 부정을 찾아낼 수 있는 능력이다. 이를 위해서는 해당 산업의 시장구조와 규제환경, 특유의 위험요소를 파악할 수 있는 ‘산업 전문성’을 갖추어야 한다.
또한 원칙중심의 국제회계기준과 국제감사기준을 실무에 적용할 수 있는 지식과 경험도 필요하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과 데이터 분석 도구를 활용해 방대한 데이터를 검증하는 디지털 역량까지 요구된다. 회계법인뿐만 아니라 실제 현장에 투입되는 감사인들이 이러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독립성은 회계감사를 통해 발견한 오류를 외부 압력에 좌우되지 않고 정직하게 보고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재무제표는 회사의 성과를 보여주기 때문에 경영진은 본능적으로 성과를 부풀리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 쉽다. 이때 외부감사인이 경제적 심리적으로 경영진에 종속되어 있다면 투자자들은 회계감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 외부감사인은 회사와 이해관계가 없는 ‘외관상 독립성’을 넘어 전문가적 양심에 따라 비판적 의구심을 유지하며 ‘아닌 것은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정신적 독립성’까지 갖추고 있어야 한다.
감사위원회가 우수한 외부감사인을 선임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먼저, 감사위원회 자체 역량 강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위원회 내 회계전문가에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위원이 회계감사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를 갖추고 후보 감사인과 이해관계가 있다면 스스로 회피하는 등 독립성을 유지해야 한다.
다음으로, 외부감사인 선정 절차의 공정성이다. 단순히 회계법인 명성에만 의존하지 말고 실제로 감사업무에 투입될 인력의 전문성과 감사투입시간 등 감사품질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특히 ‘저렴한 감사보수’를 평가기준으로 활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싸고 좋은 것’은 존재하기 어렵다. 과도하게 낮은 감사보수는 감사인력의 질 저하와 감사시간 부족으로 이어지고 결국 부실감사라는 사회적 비용으로 환원된다. 감사위원회는 감사보수가 비용이 아니라 회사의 회계투명성을 제고하여 투자자를 보호하고 기업가치를 높이는 투자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외부감사인 평가시 감사품질이 감사보수보다 우선되어야
한국ESG기준원은 ‘외부감사인 선임 가이드라인’제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 가이드라인 준수 여부는 기업지배구조 등급 평가시 중요한 판단근거가 될 수 있다. 외부감사인 선임은 단순한 용역계약이 아니라 감사위원회와 함께 회사의 회계투명성을 뒷받침할 파트너를 선택하는 과정이다. 감사위원회가 공정하게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외부감사인을 선정하는 것은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여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는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