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아듀!! 코리아디스카운트
올 한해 국내 자본시장은 새 기록을 많이 만들었다. 우선 3월부터 대체거래소(ATS) 넥스트레이드가 개장하면서 70년 만에 한국거래소 독점체제가 깨졌다. 이에 따라 거래시간이 연장돼 출퇴근길에도 국내 주식에 투자할 수 있게 됐다. 거래수수료 경쟁 및 인프라 혁신도 가능해졌다.
개인투자자의 주요 투자수단이 된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순자산총액이 6월 5일 200조원을 돌파한 것도 중요한 기록이다. 2002년 국내 도입 이후 2023년 100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2년도 안돼 달성한 기록이다. 연말에는 297조원으로 300조원에 육박했다.
올해 가장 중요한 증시 기록은 코스피 4000선 돌파
국내 증권업계 1, 2위를 다투는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종합투자계좌(IMA) 1호 사업자로 지정돼 자본시장 역사의 한 페이지를 차지했다. 2017년 도입 8년 만에 첫 사업자가 나온 IMA는 기업금융과 중소·중견·벤처기업 관련 모험자본에 투자해 얻은 수익을 고객에게 돌려주는 원금지급형 상품이다.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가 늘면서 해외주식 투자 규모도 날로 커져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국내 투자자의 외화증권 보관금액은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62.7%나 증가한 2202억6000만달러다. 환율에 영향을 준다는 지적을 받을 정도다,
그러나 올해 무엇보다 중요한 기록은 10월 27일 사상 처음으로 코스피지수가 4000선을 돌파했다는 뉴스다. 지수 집계를 시작한 1980년 이후 약 45년 만의 일이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및 기술주의 강세와 이재명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에 힘입은 결과다.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코리아디스카운트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 후진적인 지배구조에 본격적으로 메스를 들이댄 것이었다. 이재명정부는 출범 이후 1, 2차 상법 개정을 통해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감사위원 선임·해임 시 최대 주주 의결권 제한,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을 도입했다.
한국의 지배구조 문제는 주로 오너 또는 총수로 불리는 기업 지배주주와 소액주주 간 이해상충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다. 가령 성장성이 높은 사업만 따로 떼어내 상장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 경우 지배주주만 이익을 얻고 모기업 기존 주주들은 주가하락이라는 손실을 떠안아야만 했다.
그러나 상법 개정으로 기업의 이사들이 이런 물적 분할에 찬성하기 어려워졌다. 주주 충실의무 위반으로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결국 지배주주와 소액주주 간 이해상충 소지를 없앰으로써 후진적인 지배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주주 환원율을 높이는 것은 남은 과제다.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한국 기업의 배당금과 자사주 매입액을 더한 주주환원 규모는 한마디로 부끄러운 수준이다. 조사 대상 16개국 중 신흥국인 튀르키예와 아르헨티나에 이어 뒤에서 세 번째다. 정부여당은 주주환원을 높이려고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내용으로 하는 3차 상법 개정을 추진중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벗어나 코리아 프리미엄에 거는 기대
꼭 기억해야 할 점은 올해부터 시행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다. 자본시장 세제 선진화를 위해 문재인정부 시절 도입한 금투세가 폐지되면서 이론상 국내 주식 거래에서 수억원의 매매차익을 얻어도 세금 한푼 내지 않게 됐다. 조세정의가 후퇴한 셈이다.
아쉬운 점도 있지만 올해는 상법 개정으로 소액주주가 기업의 ‘봉’이 아니라 진짜 주인이 되는 시대가 열렸다. 한국 자본시장 역사를 새로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국내 증시가 코리아디스카운트를 벗어나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