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독일 비정규직 차이

독일기업, 경기침체에도 정규직 선호 강화

2026-01-09 13:00:42 게재

한국은 불안정 확대 … 독일은 안정성 강화, 비정규직 비율 14년새 22.6%에서 17.2%로 줄어

우리나라는 근로기준법 제6조와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등을 통해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금지하고 있다. 동일한 가치의 노동에는 동일한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원칙이 법에 명시됐지만 현실은 여전히 다르다.

정부는 임금분포 공시제를 도입해 차별해소에 나서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국가가 모범적인 사용자로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는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지난 10년간 비정규직 규모는 꾸준히 증가세를 이어왔다.

반면 독일은 다른 길을 걸어왔다. 독일도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 임금격차가 존재한다. 하지만 2010년 이후 꾸준히 정규직 취업자를 늘리고 비정규직을 줄여왔으며 노동시장은 점차 정규직 중심으로 안정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

2010년대 초반 이후 독일의 비정규 고용은 절대적인 수치와 비율에서 감소세를 보인다. 그간 비정규 고용은 경제 성장과 실업률 감소의 전제 조건으로 알려져왔다. 최근 추세는 정규직 중심으로 고용구조가 안정화되고 있다. 출처: www.deutschlandfunk.de

지난해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정규직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은 389만6000원, 비정규직은 208만8000원으로 나타났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은 정규직의 53.6% 수준에 불과하다. 이런 격차는 공정한가.

이재명 대통령은 “비정규직이라 고용도 보장되지 않아 억울한데 임금에도 차별해 더 억울하게 만든다. 같은 노동을 하는데도 부당하게 좋은 혜택을 받는 자리를 몇 개 만들어 놓고 그 자리를 위해 시험을 잘 봤다는 이유만으로 이후에는 덜 기여하면서 더 많은 혜택을 받는다. 그 부당한 편익을 누리기 위해 경쟁에서 이기는 것을 ‘능력에 따른 공정’이라고 한다”고 일갈했다.

차별받는 사람의 수도 확대되고 있다. 2024년 8월 기준 비정규직 노동자의 수는 845만9000명으로 전체 임금근로자의 38.2%다. 2015년(32.4%)보다 비정규직의 비율이 늘어났다.

독일에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 임금격차가 존재한다. 독일 연방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4월 기준 비정규직의 평균 시급은 19.39유로, 정규직은 25.89유로로 약 25% 차이가 난다. 두 나라 모두 고용형태에 따른 임금차별이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지만 한국과 달리 독일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수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독일, 20년간 취업자 800만명 증가 = 지난 20년 동안 독일에서는 사회보장보험 기여금을 납부할 의무가 있는 취업자가 800만명 넘게 늘었다. 독일에서 실업자가 취업자가 되려면 사회보장보험 기여금을 내는 제대로 된 일자리에 취업해야 한다.

독일 연방통계청에 따르면 이 취업자 수가 2000년대 초반까지 계속 줄어들었다. 2005년 취업자 수는 2620만명이었다. 동서독 통일의 후유증이 오래 이어진 결과다. 그 후 20년 지난 뒤 취업자수가 무려 800만명 이상 늘어 2024년 취업자는 3480만명에 달했다.

취업자의 수가 역동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2010년대 초부터 독일의 ‘주요 취업자’ 중 무기계약 전일제 정규직 노동자의 숫자와 비중이 꾸준히 늘어 2010년 2400만명이던 정규직은 2024년 2900만명으로 증가했다. 전체 주요 취업자 중 정규직 비중도 같은 기간 68%에서 75%로 높아졌다. 독일의 ‘주요 취업자’란 15세에서 64세 인구 중 교육·훈련·자원봉사에 종사하는 사람을 제외한 자영업자, 정규직·비정규직 취업자를 뜻한다.

정규직의 증가 속에 비정규직의 숫자는 줄었다. 2010년 770만명이던 비정규직은 2024년 670만명 수준으로 감소했고 비정규직의 비율도 22.6%에서 17.2%로 줄었다. 비정규직 고용에는 기간제, 주 20시간 이하 파트타임, 파견직, 그리고 미니잡(Minijob), 1인 자영업 등 한계 고용형태가 포함된다.

비정규 근로계약의 형태별 감소 추이를 보면 기간제 노동자 비율은 2010년 8.1%에서 2024년 5.9%로 낮아졌다. 주 20시간 이하 파트타임 노동자 역시 같은 기간 14.1%에서 10.9%로 줄었고, 미니잡 등 한계 고용도 7.2%에서 4.2%로 감소했다. 파견직은 2017년 2.5%로 정점을 찍은 뒤 2024년에는 2.1%까지 떨어졌다.

◆독일, 경기침체에도 정규직 늘고 비정규직 줄어 = 2023년과 2024년 독일은 20년 만에 처음으로 각각 –0.9%와 –0.5%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며 다시금 ‘유럽의 병자’라는 말이 등장했다. 그러나 경제침체 속에서도 비정규직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이는 숙련 노동자 부족이라는 구조적 요인 때문이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인해 독일은 숙련 인력이 크게 부족한 상황에 놓여 있다.

기업들은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디지털 기술과 인공지능을 다룰 수 있는 전문 인재 확보에 집중하면서 정규직 고용을 선호하게 됐고 비정규직 비중은 줄었다. 실제로 2022년과 비교해 2024년에는 무기계약 전일제 정규직이 약 80만명 늘어난 반면, 비정규직은 약 40만명 감소해 정규직 중심의 고용구조가 더욱 강화됐다.

독일 통일 이후 이어진 장기적인 경기침체와 하르츠 개혁의 영향으로 정규직 고용이 줄고 비정규직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비정규직은 근속기간이 짧고 임금 수준이 낮으며 고용의 사회적 보호 효과가 떨어진다. 그러나 저임금에 기업의 사회보장보험 기여도가 적어 정규직에 비해 노동비용이 낮다. 2023년과 2024년 경제침체에 비용 절감을 추구하는 기업이 비정규직을 더 선호할 것으로 예측됐다.

노동과직업연구소(IAB)의 호엔다너 박사는 “경제위기 상황에서 사회가 무기계약 전일제 정규직의 비중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회의적으로 볼 것”이라고 지적하면서도 “마이너스 성장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독일의 고용형태는 놀라운 안정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 경쟁력 강화하기 위해 비정규직 줄여 = 독일 노동시장이 정규직 중심으로 안정화되는 이유는 먼저 법과 제도를 통한 강력한 규율에 있다. 독일은 고용형태의 유연성을 인정하면서도 비정규직 사용 기간과 사유를 엄격히 제한하고 임금차별을 강하게 규제한다. 근로계약 유형에 따라 기간제와 단시간 근로는기간제·단시간근로법, 파견근로는근로자파견법, 미니잡 등 따로 벌률로 정하지 않은 비정규직은 일반평등대우법으로 노동을 보호한다.

직장평의회가 이러한 법이 제대로 지켜지는지 감시하는 한편 노사 공동결정을 통해 기업과 노동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같이 과정속에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기업과 노동자 모두에게 윈원(win-win)이 되는 합리적인 선택이 되도록 길을 열어온 것이다.

폭스바겐은 숙련 인력 확보, 생산 안정성 강화, 그리고 노조와의 협약을 이행하는 차원에서 2010년대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이뤘다. 지멘스도 기술 경쟁력 확보와 장기적 인재 유지를 목적으로 노사 공동결정 제도를 통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규모와 조건을 합의한 바 있다. 2024년에는 테슬라 사업장으로서는 예외적으로 독일 그륀하이데 공장에서 제한적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이뤄지기도 했다.

정미경

독일정치경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