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중심으로 재편되는 독일 고용구조
법과 제도, 경제상황 변화가 동력
독일의 비정규 고용이 줄어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동안 비정규 고용의 확산은 기업이 근무형태를 유연하게 운영할 필요가 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됐다. 그렇다면 2010년 이후 독일에서 관찰된 비정규 고용의 감소는 기업이 근무형태의 유연하게 할 필요가 적어졌기 때문인가.
◆최저임금제, 파트타임 근무 전환법, 기간제·파견 고용 규제, 비정규직 줄여 = 그간 독일의 법적 규제 변화는 비정규 고용변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2000년대 초 독일은 하르츠 개혁으로 비정규 고용 규제가 완화됐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높아졌고 그 결과 비정규 고용이 빠르게 확대됐다.
2010년 이후 정규직과 비정규직 모두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제도 변화가 나타났다. 대표적인 사건은 2015년 도입된 법정 최저임금제와 이후 단계적인 최저임금 인상이었다. 최저임금의 도입과 인상은 초단시간·저임금 근로형태의 미니잡(Minijob) 확산을 억제하고 감소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최저임금제가 시행되면서 일부 미니잡 노동자는 미니잡의 소득 상한을 초과하는 임금을 받게 됐고 사회보장 기여금을 내야 하는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최저임금으로 시급이 올라 동일한 근무시간 동안 미니잡 기준치를 초과하는 임금을 받았기 때문이다.
독일의 비정규 파트타임 근로는 근무시간이 주 20시간 이하로 제한된다. 그러나 점차 파트타임 근로의 근무시간이 20시간을 초과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왔다. 이러한 변화에 2019년 제정된 ‘파트타임 근무 전환법’이 영향을 미쳤다. 이 법은 정규직 노동자가 자신의 선호에 따라 근무시간을 줄여 파트타임으로 전환하거나 다시 정규직으로 복귀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한다. 이 제도는 2016년부터 일부 단체협약을 통해 부분적으로 시행됐다. 이 법의 도입은 기업이 비정규직 파트타임 노동자를 고용하는 데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기간제 고용도 축소됐는데 이는 법원의 판결이 큰 영향을 미쳤다. 2011년 연방 노동법원과 2018년 연방 헌법재판소는 동일 기업에서 이미 근무한 경험이 있는 노동자를 다시 기간제 계약으로 고용하는 것을 제한하는 판결을 내렸다. 노동자를 반복적으로 기간제 계약에 묶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으로 기간제·단기계약 고용의 확산을 억제하는 효과를 낳았다.
파견 근로는 2017년 최대 파견기간을 18개월로 제한하고, 동일 사업장에서 9개월 이상 근무 시 같은 사업장에서 동일하거나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직접 고용된 노동자와 동일한 임금 및 근로조건을 보장하도록 법개정이 이뤄져 파견 근로를 줄이는 효과를 가져온 것으로 평가된다.
◆실업률 감소, 금융위기 이후 인력난 심화 = 2008~2009년 금융위기 이후 노동시장의 공급과 수요 변화는 비정규직 고용에 큰 영향을 미쳤다. 위기 이후 독일의 실업률은 꾸준히 하락해 2010년 7.7%에서 2019년 5.5%로 줄었고 2022년에는 5.3%까지 떨어졌다.
구인공고 수 역시 2013년에서 2022년 사이 두배로 늘어났다. 기업들은 특히 전문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실업률의 감소 인력확보를 인한 기업 간의 경쟁은 노동시장에서 노동자의 지위를 강화했다. 그 결과 노동자가 불확실성과 위험을 감수하며 낮은 임금과 열악한 근로조건을 받아들이고 비정규직으로 취업할 불가피성이 줄었다. 인력난 속에 파견근로와 1인 자영업 형태의 비정규 고용도 감소했다.
◆고용보장협약, 정규직 선호 강화 = 2008년과 2009년 기업–노동조합–직장평의회 간 고용보장협약이 사업장에 확대됐다. 협약은 경기침체, 기술전환, 공장 이전의 위험에 대비해 노동자는 임금인상 유예나 삭감, 노동시간 단축, 상여금·보너스 감소를 감수하고 기업은 해고금지, 국내 사업장 유지, 투자 및 교육훈련을 약속하는 제도다. 경영상의 이유로 노동자를 해고하지 않고 기업 내 잉여 인력을 일종의 재고자산처럼 유지하는 사내 유연화 전략이다. 이러한 제도적인 변화도 정규직 고용을 확대했다. 독일의 법과 제도의 변화, 경제적인 상황의 변화는 2010년 이래 독일의 비정규직 감소에 동력이 되고 있다.
정미경 독일정치경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