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영남의원들 ‘침묵’ 길어지는 이유

2026-02-04 13:00:01 게재

당 내홍 극심해도 영남의원들 구경만 … 장동혁체제 ‘버팀목’ 역할

영남서 ‘징계 찬성’ 높기 때문 … “영남의원, 당보다 공천에만 신경”

“영남 민심, 집권 절박하면 정치적 결단 … 이명박·윤석열 밀기도”

국민의힘 주류로 꼽히는 영남권 의원들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한동훈 제명’을 놓고 친장계(장동혁)와 친한계(한동훈)가 연일 충돌 수위를 높이지만 영남권 의원들은 뒷전에서 구경만 하면서 사실상 장동혁체제에 힘을 보탠다는 분석이다.

교섭단체 대표연설하는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제432회 국회(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왜일까. ‘영남 민심이 제명에 찬성한다’는 게 표면상 이유지만, 자신들의 총선 공천에 유리한 구도를 고려한 선택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일 국민의힘 의원총회장. 소장파 모임 ‘대안과 미래’ 의원과 친한계 의원이 나서 장 대표에게 ‘한동훈 제명’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다. 일부 친한계 의원과 친장 최고위원은 거친 언사를 주고받기도 했다.

앞서 친한계 의원 16명은 한 전 대표 제명 결정이 내려지자 장 대표 사퇴를 요구했다. ‘대안과 미래’는 “참으로 우려스러운 최악의 일이 벌어졌다”며 비판적 입장을 피력했다. 결과적으로 장동혁체제를 겨냥해 포문을 연 의원은 전체 107명 가운데 30명을 넘지 않았다.

당 내홍이 격화되고 있지만 당내 다수인 영남권 의원들은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국민의힘 지역구 의원은 89명이다. 이중 영남권은 58명으로 전체의 65%에 달한다. ‘영남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주류 영남권 의원 대부분이 침묵을 택하면서 사실상 장동혁체제가 지속될 수 있는 버팀목이 되어 준다는 분석이다.

영남권 의원들이 침묵하는 이유는 뭘까. 본인들은 물론 영남 민심이 ‘한동훈 징계’에 찬성하기 때문이라는 게 1차 이유로 꼽힌다.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 조사(자동응답, 1월 27~28일,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0%p,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한동훈 제명’에 대해 묻자, 대구·경북에서는 ‘찬성’ 51.5%, ‘반대’ 38.9%였다. 부산·울산·경남에선 ‘찬성’ 48.9%, ‘반대’ 29.7%였다. 제명에 찬성하는 의견이 더 많은 것이다.

당 일각에서는 영남권 의원들이 ‘그들만의 세상’에 갇혀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국민의힘 텃밭에 살다보니 ‘한동훈 제명’이 몰고 온 수도권 위기론에 전혀 공감하지 않으면서 자신이 공천 받는데 유리한 구도만 따진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비영남권 인사는 4일 “영남의원은 당의 흥망이나 수도권 위기론 따위에는 사실 관심이 없다.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는 영남에 살기 때문이다. 오로지 자신의 공천에만 신경 쓴다. 한동훈보다 장동혁체제가 자신의 공천에 유리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장동혁 편에 서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 인사는 “때마침 영남 민심도 ‘한동훈 징계’에 찬성하는 기류가 강하니 영남의원들로선 지역구 눈치를 볼 필요도 없게 됐다”고 덧붙였다. 장 대표와 영남권 의원들이 당권과 공천을 놓고 일종의 ‘암묵적 거래’를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다만 당내에서도 영남민심의 변화 가능성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국민의힘의 위기가 가중되면서 ‘만년 야당’으로 전락할 조짐을 보이면 영남민심이 ‘정치적 결단’을 통해 당의 변화를 압박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비영남권 인사는 “국민의힘의 운명은 영남민심이 좌우해온 게 사실이다. 영남민심은 평소에는 매우 보수적인 성향을 보이지만 정권교체가 정말 절박해지면, 정치적 결단을 내리곤 했다. 2007년 보수 적자인 박근혜 대신 당선 가능성이 높은 이명박을 택했고, 2021년에는 보수진영을 초토화시킨 검사 윤석열의 손도 잡았다. 영남민심이 국민의힘에 실망해 정치적 입장을 바꾼다면 영남권 의원들도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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