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잇달아 상고, 결론은?

2026-02-05 13:00:39 게재

양승태 전 대법원장 이어 박병대 전 대법관 상고

1심 전부 무죄→2심 일부 유죄, 징역형 집행유예

윤 전 대통령 임명 조희대 대법원장 체제서 결론

‘사법행정권 남용(사법농단)’ 의혹으로 기소돼 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피고인들이 잇달아 상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한 조희대 대법원장 체제에서 결론이 날 전망이다. 이 사건은 윤 전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수사를 지휘해 기소했던 사건이어서 그 결과가 눈길을 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지난달 30일 사법농단 사건 관련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2심 판결에 불복해 3일 서울고법 형사14-1부(박혜선 오영상 임종효 부장판사)에 상고장을 냈다. 같은 날 동일한 유죄 판결을 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하루 전인 2일 상고장을 제출했다.

‘사법농단’이라는 오명이 붙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은 2017년 처음 제기됐다.

이후 2018년 5월 김명수 당시 대법원장이 대국민 사과를 하고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초유의 ‘대법원 검찰 수사’로 이어졌고, 사법부의 고위 법관과 중견 법관들이 수사 대상이 되거나 조사를 받는 등 큰 파장이 일었다.

그러나 재판에 넘겨진 전·현직 판사들은 대부분 무죄를 선고받았다. 총 14명의 피고인 중 하급심에서 일부라도 유죄가 선고된 사람은 3명에 불과했다.

‘최상위 실행자’로 지목돼 재판에 넘겨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당시 고법 부장판사)은 항소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고,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조실장과 이규진 전 양형위 상임위원은 항소심에서 각각 벌금 1500만원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처장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 뒤집혔다.

앞서 재판부는 지난달 30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에 대해 1심의 무죄 판단을 뒤집고 각각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박 전 처장 후임으로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고영한 전 대법관에게는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사립학교 교직원 연금법상 재직 기간 산입 조항 사건 재판장에게 전화해 ‘한정위헌 취지의 위헌제청 결정을 직권취소하고 단순 위헌 취지의 위헌 제청 결정을 해달라’고 요청한 것이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당시 해당 결정은 신청인에게 송달까지 진행된 상황이었다.

이와 함께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이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행정소송 항소심 사건 재판장에게 법원행정처가 수립한 판단 방법과 자료를 검토하게 한 것도 직권남용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두 혐의와 관련해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처장의 공모가 있었다고 보고 직권남용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박 전 처장에 대해서는 한정위헌 취지의 위헌 제청 결정에 대해 직권취소·재결정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취지의 보고서 작성을 지시한 점에서 추가로 유죄 판단을 내렸다.

항소심 재판부는 선고 당시 “피고인들이 사법부 내에서 차지했던 지위와 역할, 국민이 가졌던 기대와 신뢰를 고려하면 책임이 가볍지 않다”며 “범행을 막을 수 있었던 위치에 있었다는 점도 양형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처장이 상고함에 따라 조희대 대법원장 체제에서 유무죄가 확정될 전망이다.

한편 양 전 대법원장은 상고법원 도입 등 사법부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박근혜정부의 협조를 얻으려는 목적으로 박 전 처장, 고 전 처장 등과 함께 강제징용 사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통보 사건,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 통합진보당 행정소송 등 주요 재판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대법원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 파견 법관을 통해 헌법재판소 내부 정보를 수집하고,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판사들을 이른바 ‘물의 초래 법관’으로 분류해 인사상 불이익을 준 혐의도 적용됐다.

이 밖에도 국제인권법연구회와 소모임인 인권과사법제도모임(인사모) 활동을 저지하기 위한 압박을 검토한 혐의 등 총 47개 혐의로 기소됐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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