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대표소송 인정 손해액 절반 감경돼
형사사건 양형과 비슷 … 경제개혁연구소 “책임제한 법리 폐지해야”
손해배상을 인정한 주주대표소송에서 손해액의 절반이 감경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상장사 사건 대부분이 책임제한을 적용해 손해액을 줄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개혁연구소는 19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책임제한 법리 및 상법상 책임 감경 검토’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이사의 회사에 대한 책임을 제한하는 법리를 주주대표소송을 통해 분석했다.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송 상장회사의 정관상 책임 감경 도입 현황을 살펴봤다.
2018년 1월 1일부터 2025년 9월말 사이에 선고된 주주대표소송 가운데 원고 청구가 인용된 사건은 총 58건(상장사 8건, 비상장사 50건)이었다.
그 중 16건(상장사 7건, 비상장사 9건)에 책임제한이 적용됐다. 특히 상장사에서는 인용 사건 8건 중에서 1건을 제외한 7개 사건에서 모두 책임제한이 적용됐다.
책임제한은 마치 형사 사건의 양형 판단과 유사하다. 책임 있는 피고가 손해 전체를 배상하는 것이 민사상 원칙이고, 피고에게 유리한 사정을 근거로 배상책임을 감경하거나 제한할 수 있다는 명시적인 법률상 근거는 없다는 것이 연구소측 설명이다.
16개 사건 합계 기준 책임제한 전 손해 인정금액은 약 6004억원이고, 이중 책임제한으로 약 3126억원(약 52.1%)이 감경됐다. 손해 인정금액의 절반이 줄어든 셈이다.
손해 규모 대비 책임 감경 규모가 큰 사건을 순서대로 살펴보면, 대우건설(약 97.6% 감경, 책임제한 비율 약 2.4%), 성신양회(약 89.5% 감경, 책임제한 비율 약 10.5%), 동국제강(약 85.9% 감경, 책임제한 비율 약 14.1%) 순이다.
판례는 각종 법령위반과 선관주의의무, 충실의무 및 감시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에 책임제한을 적용하고 있다. 상법 제400조 제2항 단서는 고의·중과실이 있는 행위와 경업(제397조), 회사기회유용(제397조의2) 및 자기거래(제398조)와 같은 이해충돌 거래는 정관으로도 책임을 감경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다.
책임제한 법리는 이러한 제한 없이 적용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법률이 허용하지 않는 책임 감경을 법리만으로 적용하고 있다고 지적할 수 있다.
책임제한의 구체적인 사유는 △피고의 직책 또는 지위 △개인적 이익 없음 △경영상 참작 사유 △급여 수준 △근속 등 회사에 대한 기여 △위법행위에 대한 관여/임무 위반 정도 △피고의 전문성, 정보 부족 △회사 차원의 구조적 문제 △손해 산정 관련 △판례 법리 및 법령 개정 시점 △피해방지 노력 등으로 확인된다.
16개 사건에서 가장 많이 고려된 사유는 피고의 개인적 이익 없음(11건)이고, 위법행위의 정도 - 관여 정도, 임무 위반 내용(10건), 경영상 참작 사유(8건), 근속 등 회사에 대한 기여(7건) 등 순이었다.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상장회사의 책임 감경 정관(2024년말 사업보고서 기준) 도입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해 5월 기준 80개 공시대상기업집단(공시집단) 소속 372개 상장회사(코스피, 코스닥 불문) 중에서 198개 회사(약 53.2%)가 책임 감경 정관을 도입하고 있다.
경제개혁연구소는 보고서에서 “책임제한 법리는 원칙적으로 폐기돼야 한다”며 “책임제한 법리는 재판부에 과도한 재량적 판단 권한을 부여하고, 손해배상 규모를 임의로 축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법률상 명시적 근거가 없고, 책임제한에 고려되는 사유 역시 사실상 재판부의 판단에 맡겨져 있으므로 당사자로서는 예측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범현주 기자 hjbeo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