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팡이 핀 벽지 걷어내자 아이 숨 쉬는 공기도 좋아졌다
올해부터 차상위계층도 환경보건이용권 이용 가능
기후부, 2028년 임산부 등 순차적으로 확대 추진
#1. “사업 실패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아이들에게 미안함이 컸습니다. 비염으로 힘들어하는 아이에게 코 세척기를 사줄 수 있고 여러모로 큰 힘이 됩니다. 하루하루 버티며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2. “집안 공기질이 이렇게 안 좋은지는 몰랐네요. 실내 환경 컨설팅을 받은 뒤 집안 이산화탄소 수치가 높다는 사실을 알았고 환기 방법도 배웠습니다. 오래된 집이라서 곰팡이가 잘 펴 늘 걱정이었는데 벽지와 장판까지 다 교체해 주시니 감사할 뿐입니다. 피부가 민감한 아이에게 도움이 됐습니다.”
최근 기후에너지환경부의 ‘환경보건이용권’을 이용한 이들의 얘기다. 환경보건이용권은 유해화학물질 등 환경유해인자에 취약한 계층의 환경보건을 증진시키기 위한 제도다. 크게 상품·서비스·진료비 이용권과 실내 환경 진단 이용권으로 구분된다. 상품·서비스·진료비 이용권 대상자는 환경보건이용권 포인트(10만원 상당)로 △환경성질환예방 관련 상품 구입 △침대 살균이나 에어컨 청소 등 실내 환경 개선 서비스 △건강나누리캠프 교육을 이용할 수 있다. 환경성질환 진료비(약제비 포함) 비용을 환급받을 수도 있다.
19일 하미나 단국대의대 교수는 “어릴수록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실내 환경 관리가 중요하다”며 “최근 미세먼지 등에 대기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상대적으로 실내 공기질 관리에 대한 관심이 부족해 관련 제도가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실내 환경 개선이 진행된 경우 오염물질 농도가 저감됐다. 기후부에 따르면 실내환경 진단 이용권 제도를 이용한 250가구의 경우 △곰팡이 66% △총휘발성유기화합물 56% △폼알데하이드 53% △이산화탄소 27%가 각각 저감됐다.
실내환경 진단 이용권의 경우 환경보건 전문 컨설턴트와 측정분석원이 △이산화탄소 △미세먼지 △총휘발성유기화합물 △폼알데하이드 △곰팡이 △진드기 등 7개 항목의 환경유해인자를 측정하고 개선 방안을 제시한다. 총휘발성유기화합물은 페인트 건축자재 등에서 방출되는 복합 화학물질이다. 장기 노출되면 간이나 신장이 손상될 수 있으며 어린이나 임산부 등 호흡기·신경계 발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폼알데하이드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한 물질이다. 아토피 천식 등 환경성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어 실내 농도 관리가 중요하다. 이산화탄소의 경우 직접적인 독성 물질은 아니지만 환기가 부족한 밀폐 공간에서 다른 실내 오염물질 농도도 동반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기후부에 따르면 지난해 1513가구가 실내 환경 진단 서비스를 이용했다. 이 중 상태가 가장 열악한 250가구에 대해서는 벽지·장판 교체, 청소 서비스 등 실내 개선 공사까지 이뤄졌다. 실내 개선 공사에는 가구당 평균 93만원이 들어갔다. 비용 부담은 민간 기업들의 사회공헌 후원으로 상당 부분 해소됐다. 개나리벽지·LX하우시스·경동나비엔·코웨이 등 17개 기업이 친환경 벽지와 바닥재 등 약 2억4000만원 상당의 물품을 후원하며 저소득층 환경보건격차 해소에 힘을 보탰다.
기후부 관계자는 “2025년 처음으로 환경보건이용권을 시행했는데 이용권 소진율이 99.8%이고 이용자 만족도도 91.3점이나 된다”며 “국민 반응이 좋은 만큼 올해에는 대상 규모를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2026년 환경보건이용권 지원 대상이 기초생활수급자에서 차상위계층 어린이까지 넓어진다. 지원 인원도 1만명에서 1만1000명으로 확대된다. 온라인몰에서 구입할 수 있는 환경성질환 예방 관련 상품도 500종에서 800종으로 확충된다.
모집 기간 역시 2차례로 나눠 진행한다. 3월 30일부터 4월 15일까지 1차, 7월 20일부터 8월 5일까지 2차로 모집한다. 기후부는 2028년 임산부, 2029년에는 노인을 포함한 전 취약계층으로 순차적으로 환경보건이용권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