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충격에 가려진 글로벌 금융시장 신용위험 '주목'

2026-03-06 13:00:15 게재

AI 파괴론·고금리 스트레스 투자금 이탈 본격화

펀드환매 잇따르며 월가 금융사 손실 위험 노출

미국과 이란 간 전쟁 충격으로 전 세계의 이목이 지정학적 리스크에 집중된 가운데,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글로벌 금융시장의 신용위험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달 미국 대체투자 운용사 블루아울 캐피탈에 이어 대형 사모펀드 블랙스톤에서도 환매 압력이 심화하는 등 투자금 이탈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영국 모기지업체는 파산했다.

◆사모대출시장, 전 세계 금융시장 ‘뇌관’ =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3일(현지시간) 블랙스톤은 자사 사모대출펀드(BCRED) 전체 지분의 7.9%인 37억달러(약 5조6000억원) 환매에 나섰다.

이는 펀드가 설정한 분기 환매 한도(5%)를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펀드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블랙스톤은 환매금 마련을 위해 임직원 펀드 0.9% 지분 매입에 나섰다. 사모대출 시장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는 가운데 블랙스톤이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시장전문가들은 AI 버블론, AI 파괴론 등 AI발 변동성에 직격탄을 맞으며 투자자들이 본격적으로 발을 빼고 있다고 분석했다.

총 820억달러에 달하는 BCRED에서도 지난 분기 순유출액이 역대 최대인 17억달러를 기록하며 이탈금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BCRED는 포트폴리오의 26%가 최근 AI 파괴론의 타깃이 됐던 소프트웨어(SW) 기업에 집중돼 있다. 블룸버그는 “사모대출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진단했다.

앞서 지난달 사모대출업체 블루아울이 일부 운영 펀드의 환매를 영구 중단하고 자산 매각에 나서면서 금융시장을 충격에 몰아넣은 바 있다. 당시 블루아울은 운영하는 3개 펀드 중 하나인 ‘블루아울캐피털코프Ⅱ(OBDCⅡ) 환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아울러 환매와 부채상환 자금 마련을 위해 3개 펀드에서 총 14억달러 규모 자산을 매각했다.

또 다른 사모신용 대출운용사 인비코캐피탈도 대형 투자자들로부터 펀드 환매 압력을 받으며 지난달 27일 대형 투자자들의 환매 요청에 대응하기 위한 계획을 마련했다고 발표했다.

사모대출시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은행 규제가 강화되면서 비은행사인 사모대출 운용회사들이 파고들며 급성장했다.

현재 미국 사모대출시장은 1조8000억달러 규모에 달한다. 작년 한 해에만 1650억달러가 넘는 신규 자금이 유입됐다.

이렇게 급성장한 시장이지만 은행 대출과 달리 당국의 규제가 적어 과도한 ‘빚투’가 확산된 상황에서 고금리 장기화로 부실이 급증했다. 게다가 AI의 파괴적 혁신에 따른 기업대출 부실화가 올해 본격적으로 가시화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면서 사모대출 업계는 추가적인 타격을 입은 상태다.

미국 대형 상업은행인 웰스파고의 애널리스트 마이크 마요는 “지난 10년간 미국 은행권의 대출 증가율이 국내총생산 성장률을 크게 밑돌았다”며 “이는 사모펀드 신용대출 등 규제받지 않는 비은행 금융기관 쪽에 지금 더 큰 부실 위험이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영국 모기지 MFS 파산 = 이런 가운데 발생한 최근 영국 모기지 MFS(Market Financial Solutions) 파산 사례는 고금리 환경에서 확대된 신용 취약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금융시장에서는 영국 MFS의 파산에 주목하면서 이는 신용 스트레스 신호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MFS의 문제가 된 대출 중 절반가량인 약 12억 파운드의 실제 담보가치는 2.3억 파운드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투자에 참여했던 글로벌 금융기관(바클레이즈)과 사모펀드(제프리, 아폴로 등)들이 손실에 노출됐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현재 글로벌 신용위험의 핵심 진원지로 지목되는 곳은 미국 주택시장이라고 강조했다. 윤 연구원에 따르면 미국 건설투자는 전년 대비 마이너스로 위축됐다.

이런 경우 미국경제는 위험해진 경우가 많다. 윤 연구원은 “미국의 건설투자가 현재 마이너스까지 위축된 배경에는 미국의 주택가격이 역사적으로 높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이유”라며 “미국의 실질 주택가격은 이미 2008년 금융위기 직전 수준을 10% 이상 상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고평가 상태에서 모기지 금리가 크게 상승했다는 점도 문제다. 미국 30년 모기지 금리는 팬데믹 시기 3% 수준에서 최근 6% 내외로 올랐다.

저금리 시기에 대출을 받은 차주보다 6% 이상의 고금리로 대출을 받은 차주가 늘어나면서 향후 연체 위험이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미 미국 주요 도시에서는 임대 공실 증가와 함께 임대료가 전년 대비 10% 이상 하락하는 등 주택시장 조정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금리인하 이후 주춤해진 주택매도자 증가세가 연준의 금리동결로 다시 늘어난다면, 주택시장 관련 신용위험도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

◆진짜 위험은 사모대출 시장 = 전쟁 이슈 중간에도 글로벌 금융권에서의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JP모건 다이먼 회장은 ‘바퀴벌레가 다시 나왔다’며 지난해 JP모건에도 손실을 안겨준 자동차 서브프라임 대부업체(Tricolor, First Brand)와 유사성을 강조했다. 이어 골드만 전 CEO와 다수의 전문가들은 사모대출 시장이 금융위기의 전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윤 연구원은 “과거와 달리 레버리지를 활용하는 그림자 금융의 위험성은 사모대출 쪽에서 발생할 수 있다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며 “영국 모기지 업체 MFS 파산에 미국 사모펀드와 금융회사의 주가가 더 민감했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윤 연구원은 “전쟁의 위험이 수그러들더라도 올해 뒤로 갈수록 위험선호 측면에서 관리가 필요한 이슈는 산재해 있다”고 경고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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