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자민련’ 전락 위기인데…국힘은 “네 탓” 공방만
TK 공천엔 15명 몰렸는데 수도권엔 달랑 6명
“오세훈 성과 없어” “당 노선 정상화” 또 충돌
오늘 의원총회서 ‘윤석열 절연’ 놓고 격론 예고
국민의힘이 ‘영남 자민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당 안팎에서 쏟아진다. TK(대구·경북)를 뺀 나머지 지역에서 당 지지율이 저조하다. TK에만 공천 신청이 쏟아졌고, 수도권은 신청조차 드물었다. 총체적 위기인 셈이다.
하지만 위기를 넘어설 리더십은 보이지 않는다. 당 지도부·주류와 비주류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기 바쁘다. 오늘 오후 열리는 의원총회가 당의 지방선거 성적표를 좌우하는 갈림길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8일 마감된 국민의힘 광역단체장 공천신청 결과는 국민의힘이 직면한 ‘영남 자민련’ 전락 위기를 극명하게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 텃밭으로 꼽히는 대구시장에는 현역의원 5명을 비롯해 무려 9명이 공천을 신청했다. 경북지사에도 현역의원 1명 등 6명이 공천 경쟁에 뛰어들었다.
반면 지방선거 승패가 걸린 수도권에는 신청자가 드물었다. 서울시장에는 원외인사 3명만 나섰다. 현직인 오세훈 서울시장조차 당 지도부를 향해 쇄신을 압박하며 공천 신청을 하지 않았다. 나경원 안철수 신동욱 등 출마가 점쳐지던 현역의원들은 불출마 뜻을 밝혔다. 인천에는 현직 유정복 시장만 공천을 신청했다. 경기도지사에는 원외인사 2명만 나섰다.
공천신청에서 ‘TK 쏠림현상’이 나타난 결과를 놓고 당 안팎에서는 지방선거 판세가 반영된 것이란 해석을 내놓았다.
한국갤럽 조사(3~5일, 전화면접,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p,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민주당 46%, 국민의힘 21%였다. TK(민주당 28%, 국민의힘 35%)를 제외한 전 지역에서 민주당이 우위를 보였다.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기대를 묻는 질문에서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 46%,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 30%였다. TK(민주당 36%, 국민의힘 38%)와 PK(민주당 36%, 국민의힘 33%)에서만 엇비슷했고, 나머지 지역은 ‘여당 당선’ 응답이 많았다.
국민의힘 재선의원은 8일 “(지방선거까지) 남은 기간 동안 획기적인 반전을 끌어내지 못하면 2018년 선거 결과를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다. ‘영남 자민련’이라는 조롱을 피하기 어렵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대구와 경북 2곳에서만 이겼다.
윤상현 의원도 9일 SNS를 통해 “대구·경북만 (공천 경쟁이) 과열되고, 수도권 등 그 외 지역에서는 후보를 찾기 어려운 인물난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대로 가면 국민의힘은 전국 정당은커녕 영남 자민련도 못 되는 ‘TK 자민련’으로 쪼그라들 것이라는 비판이 결코 과장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지방선거 위기감이 커지고 있지만 당 지도부·주류와 비주류는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기에 바쁜 모습이다.
당 지도부와 가까운 박민영 대변인은 SNS에서 “시의회까지 국민의힘이 70% 이상 자치할 만큼 압도적 힘을 몰아줬는데, 당최 오세훈 시정의 성과라고 내세울 만한 게 하나라도 있냐”고 몰아세웠다. 나경원 의원은 “오 시장은 5선에 도전하는 현역시장으로 평가가 그리 좋지 않은 것에 대한 본인 반성이 먼저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 시장은 장동혁 대표를 향해 날을 세웠다. 오 시장은 8일 “당 노선 정상화라는 선결 과제부터 풀어야 할 것”이라며 장 대표에게 ‘윤석열과의 절연’을 거듭 촉구했다. 오 시장은 7일 SNS에서 “공천 접수를 미루더라도 우리 당 의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치열한 끝장 토론 자리부터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은 9일 오후 의원총회를 잡았다. 당 지도부·주류와 비주류 사이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오 시장과 가까운 소장파 모임 ‘대안과 미래’ 의원들이 앞장서 ‘윤석열과의 절연’을 요구할 예정이지만, 장 대표가 이를 수용할 지는 미지수다.
다만 배현진 의원 징계 효력 정지 가처분신청이 인용되면서 내상을 입은 장 대표가 비주류측에 타협점을 제시할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한다. 만약 양측이 이날 의원총회에서도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내홍만 키운다면 지방선거 위기감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