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편의점 ‘가성비 식사 대용식’ 전쟁

2026-03-10 13:00:02 게재

김밥·삼각김밥·도시락·샌드위치 전면 재편

얇아진 지갑 겨냥해 더 든든하고 저렴하게

아침식사부터 한 끼 대체 수요까지 공략

고물가와 경기 둔화가 길어지면서 편의점 간편식 시장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외식 한 번이 부담스러워진 소비자들이 편의점에서 한 끼를 해결하는 일이 일상이 되자 유통업계도 김밥과 삼각김밥 도시락 샌드위치 등 식사 대용식을 전면 강화하고 있다.

핵심은 더 든든해야 하고 더 저렴해야 하며 동시에 맛도 좋아야 한다는 점이다. 과거 편의점 먹거리가 간단한 허기 해소용이었다면 이제는 ‘외식 대체재’로 성격이 바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주요 편의점들은 최근 잇따라 간편식 개편 전략을 내놓고 있다. 단순히 신제품 몇 종을 추가하는 수준이 아니라 밥과 토핑 비율부터 조리 공정 가격 포장 할인 방식까지 전 과정을 손보는 모습이다. 불황 속 소비자의 달라진 식생활을 정면으로 겨냥한 대응이다.

소비자가 GS25에서 새로워진 김밥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GS25 제공

적극적인 곳 가운데 하나는 GS25다. GS25는 김밥 카테고리 전반을 바꾸는 ‘풀체인지’ 수준 새단장에 나섰다. 배경은 분명하다. 김밥이 더 이상 가벼운 간식이 아니라 한끼를 대신하는 핵심 상품이 됐기 때문이다. GS25는 고객과 임직원 조사를 통해 김밥의 개선점을 도출했고 이를 상품 개발에 반영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밥과 토핑의 균형이다. 속 재료 맛을 더 뚜렷하게 느낄 수 있도록 밥 비중을 약 10% 줄이고 대신 토핑을 강화했다. 밥의 감칠맛을 높이기 위해 조미액을 적용했고 참깨와 참기름 사용량도 약 1.5배 늘렸다. 재료별 조리 공정도 추가했다. 맛살은 튀기고 계란은 굽는 시간을 늘려 집에서 만든 김밥 같은 맛을 구현하는 데 공을 들였다. 첫 신상품으로는 ‘튀김유부참치김밥’과 ‘더근본김밥’을 내놓고 뒤이어 종가와 협업한 김치 김밥 제품군도 선보일 계획이다. 가격 경쟁력도 챙겼다. 네이버페이 결제 시 40% 환급 행사와 일부 제품 1000원 QR 할인 행사까지 더해 체감 가격을 낮췄다.

CU 직원들이 피빅 더 키친 제품군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 CU 제공

CU는 아예 ‘아침 시장’ 선점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1월 선보인 ‘겟모닝’ 시리즈는 출시 두 달도 안 돼 누적 판매량 100만개를 돌파했다. 꼬마김밥과 머핀 샌드위치 등 출근길이나 이동 중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메뉴를 앞세운 전략이 통했다는 평가다. 특히 꼬마김밥 2종이 전체 판매량 80% 이상을 차지하며 김밥 카테고리 상위권에 올라섰다. 공항과 역사 터미널 등 이동 수요가 많은 점포에서 강세를 보였다는 점도 특징이다. 김해공항 내 CU 점포에서는 꼬마김밥이 하루 평균 150개 이상 팔릴 정도다.

CU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간편식 전반 재정비에도 나섰다. ‘피빅 더 키친’과 ‘득템’ 시리즈를 중심으로 도시락과 김밥 삼각김밥을 전면 손본다.

피빅 더 키친은 ‘제대로 만든 한 끼’를 앞세워 반찬 비중을 높인 2단 도시락과 덮밥 도시락 밥도둑 콘셉트 상품군 등을 순차적으로 출시한다. 가성비형인 득템 시리즈는 3000원 안팎 가격대에 맞춰 오리지널 김밥과 덮밥 삼각김밥 등을 구성했다. 외식비 상승 속에서 편의점

한끼를 보다 선명하게 이원화한 전략이다. 하나는 품질을 높인 제대로 된 식사다. 다른 하나는 가격을 최대한 낮춘 실속형 한 끼다.

세븐일레븐 모델이 식사대용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세븐일레븐 제공

세븐일레븐은 ‘한도초과’라는 이름 아래 양과 가격 경쟁력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방식을 택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온 한도초과 시리즈는 누적 판매량 450만개를 넘겼고 최근 삼각김밥과 샌드위치 도시락까지 라인업을 확대했다.

새로 내놓은 참치김치볶음밥 삼각김밥은 총 중량을 기존 최대치보다 11% 늘렸고 토핑도 15%가량 더했다. 소고기전주비빔 삼각김밥은 일반 삼각김밥 대비 그램당 단가를 낮춰 가격 부담을 줄였다. 샌드위치는 품질은 유지하면서 가격을 2900원에서 2500원으로 낮췄고 도시락 역시 꿀갈비와 부대볶음을 넣어 ‘푸짐한 한 끼’ 수요를 겨냥했다. 음료 증정과 제휴 할인까지 더해 구매 문턱을 낮춘 점도 눈에 띈다.

이 같은 흐름은 결국 한 가지 현실을 반영한다. 소비자 지갑이 얇아졌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편의점 간편식이 늦은 밤 허기를 달래거나 급할 때 찾는 대안이었다면 지금은 점심과 아침을 해결하는 일상적 식사 수단이 됐다. 특히 직장인과 학생 출장객 여행객처럼 시간과 비용에 민감한 소비층에서 편의점 식사 대용식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공항과 터미널 역사 점포에서 아침 상품 판매가 강한 것도 이런 변화와 맞닿아 있다.

업계는 단순한 가격 인하만으로는 더 이상 소비자를 붙잡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가성비의 기준이 ‘싸다’에서 ‘적당한 가격에 충분히 만족스럽다’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 상품 개발의 초점도 맛과 양 조리 완성도 포장 편의성까지 함께 끌어올리는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GS25가 김밥 속 재료와 밥의 비율을 바꾸고 CU가 반찬 비중을 높인 2단 도시락을 내놓고 세븐일레븐이 중량과 토핑을 동시에 늘린 것은 모두 이런 맥락이다.

브랜드 전략도 더욱 정교해지고 있다. GS25는 김밥 전문점 수준 이상 맛을 내세우며 분야별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CU는 아침과 점심을 아우르는 시간대별 수요를 세분화해 맞춤형 제품을 내놓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맛 초과 양 초과 만족 초과’라는 구호처럼 체감 만족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각기 방식은 다르지만 결국 목표는 같다. 외식 대신 편의점을 찾게 만드는 것이다.

편의점 간편식 경쟁은 당분간 더 치열해질 가능성이 크다. 물가 부담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 데다 집 밖에서 빠르고 합리적으로 식사를 해결하려는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어서다. 여기에 자체 브랜드를 앞세운 상품 기획력이 높아지면서 편의점은 더 이상 단순한 유통 채널이 아니라 식사 시장의 직접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얇아진 지갑 앞에서 결국 살아남는 것은 비싸지 않은데 꽤 괜찮은 한 끼”라며 “편의점이 팔고 있는 것은 단순한 간편식이 아니라 불황 시대 소비자의 식사 해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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