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유사 독과점 손본다
‘총알처럼 올리고 깃털처럼 내리는’ 관행 대수술
국가 위기 때 의무 방출, 초과이익 환수 입법 추진
여야가 중동 사태를 이유로 휘발유 가격을 빠르게 올리는 정유사의 독과점에 대한 대수술에 나섰다. 국가 정책자금과 지원 정책으로 성장한 정유사가 국가 위기 때엔 의무적으로 보유 석유를 국내에 방출하는 방안과 초과이익의 일정 비율을 세금으로 내는 횡재세 부과 방안이 법안으로 제출될 예정이다.
11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30분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906.97원이었다. 미국이 이란을 공습한 지난달 28일 평균 가격은 1692.89원이었고, 이후 하루도 빼놓지 않고 12일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같은 기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67.02달러(2월 27일, 미국 현지 시각)에서 100달러에 근접할 때까지 쉬지 않고 뛰어올랐다. 중동 지역의 원유 가격 상승이 정제한 후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휘발유 가격에 곧바로 적용된 모양새다.
‘총알처럼 빨리 올리고 깃털처럼 천천히 내리는’ 정유사의 가격 조정 방식과 관련해 정치권에서는 근본적인 독과점의 폐해를 잡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독과점 체제에서 정유사들은 과거 산업은행 정책자금 등 국가 정책 지원으로 성장했고, 최근 전국의 석유화학단지들이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돼 국가의 보호를 받고 있다는 점을 환기시키면서 “나라가 어려울 때 전혀 희생을 하지 않으려는 모습은 매우 실망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어려운 시기에 정유사들이 생산 물량 중 일정 비율을 의무적으로 내수 공급하게 하는 방안 등을 담은 석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했다.
김종민 무소속 의원은 “현재 유가 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시장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가격이 자의적으로 결정되는 구조”라고 했다. 김 의원은 “정유사 독과점을 깨고 갑을 관계를 해결하기 위해 민간 주유소들이 공동구매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는데 신용보증기금에서 보증 지원을 해주면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장철민 민주당 의원은 정유사 횡재세(초과이익 환수) 법안을 내놨다. 장 의원이 제출한 법인세법 개정안은 상장된 석유정제업자와 액화석유가스(LPG) 집단공급사업자의 사업연도 소득이 직전 3개년 평균보다 5억원 이상 증가할 경우, 초과 소득에 대해 20%의 세율을 적용해 법인세를 추가 납부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장 의원은 “횡재세 도입으로 위기를 활용한 폭리가 결국 환수된다는 판단이 형성되면 사회 공동체 이익에 반하는 행위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