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60만원 시대, 교육격차 확대
학생 수 줄어도 사교육 참여학생 1인당 지출 증가
교육 투자 격차 확대 … 계층 격차 재생산 가능성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은 줄었지만 교육 격차는 더 벌어졌다. 학생 수 감소에도 사교육에 참여한 학생의 월평균 사교육비가 처음으로 60만원을 넘어서면서 교육 투자가 특정 계층에 집중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교육 투자 격차가 사회적 계층 격차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교육부와 국가데이터처가 12일 발표한 ‘2025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은 27조5000억원으로 전년(29조2000억원)보다 1조7000억원(5.7%) 감소했다. 사교육 참여율도 75.7%로 전년보다 4.3%p 낮아졌다.
전체 학생 기준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5만8000원으로 전년보다 3.5% 줄었다. 하지만 사교육에 참여한 학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60만4000원으로 전년보다 2.0% 증가하며 처음으로 60만원을 넘어섰다. 학생 수 감소에도 사교육 참여 학생의 지출은 늘어나면서 교육 투자 격차가 확대된 것이다.
사교육비 지출 분포에서도 교육 격차 확대 조짐이 나타났다. 월평균 사교육비가 100만원 이상인 학생 비율은 11.6%로 전년보다 0.4%p 늘었다. 반면 사교육을 받지 않는다는 응답은 24.3%로 전년보다 4.3%p 증가했다. 소득 수준에 따른 교육 격차도 뚜렷했다. 월평균 소득 800만원 이상 가구 학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66만2000원, 사교육 참여율은 84.9%였다. 반면 소득 300만원 미만 가구에서는 각각 19만2000원과 52.8%에 그쳤다. 지출액은 3배 이상 차이가 났다.
학생 성적에 따른 사교육 격차도 확인됐다. 성적 상위 10% 이내 학생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66만1000원으로 하위 20% 이내 학생의 32만6000원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지역 간 격차도 이어지고 있다. 사교육 참여 학생 기준 월평균 사교육비는 서울이 80만3000원으로 가장 높았고 전남은 45만4000원으로 약 35만원 차이가 났다. 수도권 중심 사교육 지출 구조가 강화되는 흐름이다.
사교육 격차는 장기적인 흐름에서도 확인된다. 사교육비 조사는 매년 조사 방식이 일부 달라 동일 기준으로 장기 비교에는 한계가 있지만 대표 시점 비교를 통해 격차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
월소득 800만원 이상 가구 학생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2016년 약 46만원 수준에서 최근 66만원 수준으로 증가했다. 반면 월소득 300만원 미만 가구는 같은 기간 약 17만원에서 19만원 수준으로 증가하는 데 그쳤다. 소득 상·하위 가구 간 사교육비 격차가 약 2.7배에서 3배 이상으로 확대된 것으로 분석된다.
대입 전략을 세워주는 입시 컨설팅 시장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입시 컨설팅 학원은 2019년 98곳에서 2023년 129곳으로 늘어 4년 사이 30% 이상 증가했다. 일부 학원에서는 1시간 상담에 50만~60만원 수준의 비용을 받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입시 전문가는 “정부가 새로운 입시 제도를 검토한다는 소식이 나오면 학부모들이 가장 먼저 움직인다”며 “학교가 변화를 체계적으로 안내하지 못하다 보니 결국 사교육 시장에서 입시 컨설팅을 찾게 되고 그 과정에서 사교육 시장이 더 빠르게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입시 제도 변화도 이러한 흐름을 키운 요인으로 지목된다. 2015년 ‘대입 공정성 강화’ 정책 이후 수시·정시 비율 논쟁이 이어졌고 2019년에는 정시 확대 정책이 추진됐다. 이후 고교학점제 도입 준비와 내신 제도 개편 논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까지 이어지면서 입시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이 기간 사교육비 증가 속도가 상대적으로 가팔랐다.
교육계에서는 입시 제도가 반복적으로 바뀔수록 학부모들이 위험을 줄이기 위해 사교육에 의존하는 경향이 커진다고 분석한다.
전문가들은 사교육 투자 격차가 학업 성취와 대학 진학 기회 차이로 이어지고 결국 직업과 소득 격차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교육 격차가 사회적 계층 격차를 재생산하는 구조가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달 중 초중고 사교육 부담 경감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