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중동 전쟁의 끝이 보이나
이스라엘-레바논 열흘 휴전 돌입
트럼프 “이란과 합의도 매우 근접”
중동을 뒤덮었던 포연이 드디어 걷히는 것일까. 이스라엘과 레바논이 78년 적대 관계 끝에 열흘간 공식 휴전에 돌입한 데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과의 합의가 매우 근접했다”며 주말 협상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스라엘과 레바논이 미국 동부시간 오후 5시(한국시간 17일 오전 6시)부터 열흘간 공식 휴전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그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조셉 아운 레바논 대통령과 직접 통화해 합의를 끌어냈다며 두 정상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포괄적인 평화협정 체결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과 레바논은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공식 평화조약 없이 사실상 전쟁 상태를 이어왔다. 최근에는 레바논 남부를 거점으로 한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이스라엘군의 충돌이 격화하며 중동 전쟁의 또 다른 핵심 전선으로 떠올랐다. 그런 점에서 이번 합의는 수십 년간 반복된 국경 전쟁 구조를 처음으로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았다는 의미를 갖는다.
합의문에 따르면 양측은 휴전 기간 영구적 안보 및 평화협정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다. 휴전이 끝이 아니라 더 긴 평화 체제를 위한 시험대라는 뜻이다.
이란도 즉각 환영 입장을 냈다. 이란 외무부는 “레바논에서의 휴전을 환영한다”며 “레바논 전쟁 종식은 미국-이란 휴전 합의의 일부였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란과의 협상에 많은 진전이 있었다. 합의에 매우 근접했다”고 밝혔다. 그는 주말 추가 협상 가능성을 거론하며 협상이 타결된다면 자신이 직접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로 가겠다고 말했다.
협상 내용에 대해서도 낙관론을 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는 데 동의했고 비축 중인 농축 우라늄을 미국에 넘기는 문제에서도 의견 접근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또 “20년 넘게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겠다는 아주 강력한 문서가 있다”며 이란의 핵개발 잠재력을 장기간 봉쇄하는 합의가 가능함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협상이 타결되면 유가와 물가가 떨어지고 인플레이션이 진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중동 전쟁 장기화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과 생활비 부담에 지친 미국 유권자를 겨냥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트럼프 발언이 실제 협상 진전을 그대로 반영하는지는 불확실하다. 우라늄 농축은 이란이 국가 주권과 과학기술 자립의 상징으로 여겨온 사안이다. 장기 농축 제한이나 비축 우라늄 해외 반출은 테헤란 내부에서도 거센 반발을 부를 수 있는 민감한 쟁점이다.
이를 의식한 듯 트럼프 대통령은 위협도 병행했다. 그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전투가 재개될 것”이라고 경고한 뒤 미국의 대이란 해상봉쇄에 대해서도 “아주 강력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아직 중동평화를 낙관하기에는 이르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헤즈볼라는 공식 논평에서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영토에 존재하는 한 저항의 권리는 유지된다”고 밝혔고, 이스라엘 역시 필요시 군사 행동 권리를 포기하지 않았다. 휴전을 수용하더라도 상황에 따라 언제든 충돌이 재개될 수 있음을 뜻한다.
미국과 이란 역시 지난 11일 파키스탄에서 첫 협상을 벌였지만 결렬된 전례가 있다. 핵무기 보유 금지라는 큰 틀에는 공감대가 있더라도 농축 허용 범위, 국제 사찰 수준, 제재 해제 시점, 역내 무장세력 지원 문제 등 세부 쟁점은 여전히 첨예하기 때문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