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 탓에 골드만도 채권 손실냈다
금리 예측 빗나간 때문
주식 트레이딩은 최대 실적
중동 전쟁 충격으로 글로벌 금융시장 전망이 뒤흔들리면서 월가 최고 수준의 채권 트레이더들마저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조차 금리 방향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사례다.
파이낸셜타임스(FT) 15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채권 트레이딩 부문은 이란 전쟁으로 통화정책 전망이 뒤집히면서 상당한 손실을 기록했다.
골드만삭스 내부 관계자들은 금리 트레이딩 부서가 1분기 실적 부진의 핵심 요인이었다고 전했다. 채권·원자재·외환(FICC) 사업부 매출은 10% 감소하며, 시장의 10% 증가 예상과 크게 엇갈렸다.
이번 손실은 금리 전망 실패에서 비롯됐다. 골드만삭스는 경기 둔화 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보고 관련 포지션을 구축했다. 그러나 2월 말 시작된 이란 전쟁이 상황을 바꿨다. 전쟁은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우면서 동시에 경기 둔화 우려도 자극했고, 시장에서는 오히려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반영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금리 하락을 전제로 한 투자 전략은 큰 손실로 이어졌다. 데니스 콜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더 어려워진 시장 조성 환경”이 실적 부진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전쟁으로 시장이 급변하는 과정에서 고객들의 포지션 정리를 돕는 거래까지 겹치며 추가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채권 부문 부진에도 불구하고 회사 전체 실적은 오히려 개선됐다. FT는 14일 골드만삭스의 실적에 대해 불확실한 장세에서도 안정적인 수익을 기록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주식 트레이딩 부문 수익은 53억달러로 기존 기록보다 10억달러 이상 늘어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8%를 기록하며 높은 수익성을 유지했다. 시장 변동성이 커질수록 매수자와 매도자 간 가격 차이가 확대되는데, 골드만삭스는 이를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다. 실제로 2026년 1분기 채권 변동성을 나타내는 MOVE지수는 약 50%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투자자 자금 대출과 자산관리 등 비교적 안정적인 사업 비중이 전체 매출의 40% 이상으로 확대되며 실적을 떠받쳤다.
존 월드론 골드만삭스 사장은 “금리와 원자재 시장 변동성이 클 때는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례는 전쟁과 같은 예측 불가능한 사건 앞에서는 전문가들도 쉽게 틀릴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동시에 골드만삭스처럼 변동성 자체를 수익으로 바꾸는 구조를 가진 금융회사만이 이런 환경에서도 전체 실적을 방어할 수 있다는 점도 확인시켜줬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