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대출 팔고 수수료 3조원 챙긴 투자자문사들
환매 막히자 이해충돌 논란 “고객보다 수수료 우선” 비판
사모대출(사모신용) 펀드로 개인 투자자 자금을 끌어들인 자산관리업체들이 막대한 수수료를 챙긴 것으로 나타나면서 이해충돌 논란이 커지고 있다.
최근 일부 대형 펀드에서 대규모 환매 요청과 환매 제한이 이어지자, 고객에게 적절한 상품을 권한 것이 아니라 높은 수수료를 노리고 판매를 밀어붙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 19일 보도에 따르면 블랙스톤, 블루아울, 아폴로, KKR 등이 운용하는 16개 사모대출 펀드는 2017년 이후 이들 자산관리사에게 20억달러(약3조원)가 넘는 관리 수수료를 지급했다. 이는 가입 때 받는 초기 판매 수수료를 제외한 금액이다.
이 상품들은 모건스탠리, UBS,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 같은 대형 증권사를 통해 고액 자산가들에게 판매됐다. 일정 기간마다 돈을 넣고 뺄 수 있는 ‘반유동성(semi-liquid) 펀드’ 형태로, 최근 5년간 빠르게 성장했다.
문제는 이 상품이 운용사와 판매사 모두에게 안정적인 수수료를 안겨주는 구조라는 점이다.
고객 계좌 관리와 상담 대가로 받는 관리 수수료는 매년 투자금의 0.25~0.85% 수준이다. 여기에 증권사가 상품을 판매 창구에 올려주는 대가로 받는 수수료가 초기 투자금의 최대 0.5%까지 붙는다. 일부 증권사는 별도로 최대 3.5%의 판매 수수료도 받을 수 있다.
블랙스톤이 대표적이다. 부동산 펀드 브라이트(Breit)와 사모대출 펀드 비크레드(Bcred)는 2020년 이후 1000억달러 이상을 끌어모았고, 지난해 두 펀드가 브로커들에게 지급한 관리 수수료만 2억8000만달러였다. 브라이트는 자문사에 지급할 수 있는 총수수료 한도도 기존 8.75%에서 10%로 높였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달라졌다. 자산가치 평가와 대출 심사 기준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올해 1분기에만 사모대출 상품에서 200억달러가 넘는 환매 요청이 발생했다. 일부 펀드는 환매를 제한하거나 중단했고, 투자자 불만도 커지고 있다.
멀티패밀리오피스 디시미캐피털의 공동창업자 샹 차우는 “투자자문사들은 이런 상품을 고객에게 밀어 넣도록 유도되는 보상 구조 안에 갇혀 있다”며 “개인 투자자들에게 지나치게 많이 팔린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투자회사 언리미티드펀드의 공동창업자 밥 엘리엇도 “물론 이들은 이런 수수료 때문에 움직인다”며 “대형 증권사 자문 서비스를 이용해본 사람이라면, 자문사나 회사에 금전적으로 유리한 상품을 계속 권유받는다는 걸 다 안다”고 지적했다.
높은 수수료는 실제 수익률 차이로도 이어졌다. 블랙스톤 브라이트 펀드의 저수수료 등급은 연평균 9.3%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수수료가 높은 등급은 8%에 그쳤다. 비크레드 펀드 역시 9.5%와 7.8%로 차이가 났다.
반면 업계는 고객 이익을 우선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블랙스톤은 “우리의 최우선 기준은 최종 투자자에게 우수한 순수익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부동산과 신용 펀드는 설정 이후 상장시장 벤치마크를 약 60% 웃돌았다”고 밝혔다. 상당수 상품은 판매 수수료가 없는 등급이라고도 설명했다.
모건스탠리의 테드 픽 최고경영자(CEO)도 “고객의 대체투자 비중은 전체 자문 자산의 5%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은행 측은 FT에 “상품별 수수료 구조를 맞춰 특정 펀드를 더 권할 유인이 없도록 했다”고 밝혔다.
FT는 사모대출 시장이 개인 자금에 더 깊게 의존할수록 상품 자체보다 판매 구조의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환매가 어려워질수록 투자 성과보다 누가 얼마나 많은 수수료를 가져갔는지가 더 민감한 문제가 된다고 봤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