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월가 새 먹거리 ‘데이터 기반 투자’

2026-04-22 13:00:21 게재

월가 은행 새 수익원으로

부유층 자금 몰린다

월가가 헤지펀드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정교한 투자 기법을 개인 투자자 시장으로 빠르게 넓히고 있다. 과거 가격 흐름과 기업 실적, 거시지표 같은 데이터를 분석한 뒤 미리 짜놓은 규칙에 따라 자동으로 사고파는 ‘데이터 기반 투자(Quant Trading)’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시장 반응 속도가 빨라지면서 전통적인 기본적 분석만으로는 대응이 어렵다는 인식이 커진 결과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현지시간) JP모건,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씨티그룹 등 대형 투자은행들이 이런 데이터 기반 투자 상품 판매 경쟁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헤지펀드 중심이던 전략이 이제는 연기금, 대학기금, 패밀리오피스는 물론 부유층 고객으로까지 확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은행권에서는 이런 상품을 데이터 기반 투자, 즉 QIS라고 부른다. 투자자는 은행 직원이나 홈페이지를 통해 전략을 고르면 되고, 실제 매매는 은행이 수행한다. 한마디로 투자 판단의 상당 부분을 사람 대신 데이터와 알고리즘에 맡기는 구조다.

시장 규모는 빠르게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프레미아랩에 따르면 전 세계 은행 트레이딩 부문이 운용하는 QIS 프로그램 규모는 현재 약 8500억달러로, 5년 전 3620억달러에서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차입까지 감안한 실제 시장 영향력은 1조달러를 웃돈다고 프레미아랩은 설명했다.

JP모건은 대표 주자로 꼽힌다. JP모건 시장 부문은 계약기준 1000억달러가 넘는 규모를 운용 중이다.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JP모건의 올해 관련 수익은 2025년 같은 기간보다 30% 늘었다. 최근 수년간 증가율이 25%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성장 속도가 더 빨라진 셈이다. 현재 이 부문은 JP모건 안에서도 가장 빠르게 크는 사업 가운데 하나다.

투자자들이 이 전략에 끌리는 이유도 분명하다. 소수 대형 기술주 비중이 높은 지수형 패시브 투자만으로는 초과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보는 투자자들이 새로운 대안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전쟁, 관세 갈등, 미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불확실성으로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방어 수단으로서의 수요도 함께 늘고 있다.

활용 방식은 다양하다. AI로 기업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을 빠르게 분석해 포트폴리오를 즉시 조정하는 전략이 대표적이다. 반대로 풋옵션이나 복합 헤지 전략을 정기적으로 사들이는 방식으로 하락장에 대비하는 데도 쓰인다. 시장이 흔들릴 때마다 뒤늦게 대응하기보다 평소 규칙대로 방어막을 쌓아두는 식이다.

은행 입장에서도 매력적인 사업이다. 에버코어 ISI의 글렌 쇼어 애널리스트는 포트폴리오 매니저와 애널리스트는 급여와 보너스가 들지만 컴퓨터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은 약 1750억달러 규모의 관련 펀드를 운용 중인데, 전체 운용자산의 약 5%다.

다만 위험도 있다. 이런 전략은 대개 총수익스와프 같은 파생계약 형태로 짜여 구조가 복잡하고, 최근 몇 년간 수익률도 들쭉날쭉했다. 총수익스와프는 실제 주식을 사지 않고도 주가가 오르내린 만큼 수익과 손실을 떠안는 장외 파생계약이다. 같은 전략에 돈이 한꺼번에 몰리면 수익 기회가 오히려 줄어드는 과밀화 우려도 나온다.

결국 월가가 데이터 기반 투자를 대중 시장으로 끌어내리는 흐름은 AI 시대 투자 환경 변화의 단면이다. 빠른 시장에 맞춰 사람보다 데이터와 규칙을 앞세운 전략이 월가의 새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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