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불씨 여전, 시장은 실적으로 눈 돌려
공매도 청산이 반등 불씨 M7 시총 8일새 2.5조 늘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휴전을 연장하겠다고 밝혔지만 투자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무덤덤했다고 CNBC는 22일(현지시간) 진단했다. 아시아 증시는 혼조세를 보였고, 유럽 증시는 소폭 상승했다. 미국 주가지수 선물도 제한적인 오름세에 그쳤고 나스닥 지수는 기업 실적 호조에 힘입어 1.38% 급등하며 마감했다.
국제유가는 트럼프의 발표 직후 출렁였다. 미 동부시간 오전 4시52분 기준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99.81달러,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은 90.86달러에 거래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유지 입장을 고수하면서 유가는 높은 수준을 이어갔다. 해협이 닫혀 있는 한 원유 공급은 심각하게 제약될 수밖에 없고, 이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며 글로벌 성장 전망을 짓누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반등의 초기 불씨는 기술적 매매 전략에서 시작됐다고 WSJ는 분석했다.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 증시 하락에 베팅했던 헤지펀드들이 공매도 포지션을 빠르게 되사들이며 반등의 계기를 만들었다. 이후 1분기 실적 시즌을 앞두고 이익 증가 기대가 유지되면서 기관투자가들의 심리도 살아났고, 추세 추종형 헤지펀드와 대형 투자자들까지 매수에 가세하며 반등 탄력이 붙었다.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의 레이 패리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은 이번 전쟁의 최악의 시나리오가 사실상 지나갔다고 보고 있다”며 “배럴당 200달러까지 치솟는 유가 같은 극단적 하방 위험을 가격에서 걷어내고 기업 실적에 다시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JP모건 자산운용부문의 그레이스 피터스도 “S&P500의 주가수익비율이 5년 평균 아래로 내려온 상태에서 실적 시즌까지 맞물리며 시장 상승을 뒷받침하고 있다”며 “지정학적 충격이 단발성 이벤트에 그치고 회복도 대체로 빠른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씨티그룹의 루이스 코스타 신흥시장 전략 총괄도 신흥시장 이익 전망치가 선진국보다 빠르게 상향 조정되고 있다며 낙관론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밝혔다.
다만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의 파키스탄 방문을 통한 2차 협상이 예상됐지만 테헤란 측이 참여를 거부하면서 일정은 보류됐다. 골드만삭스의 단 스트루이븐 글로벌 원자재 리서치 공동책임자는 “차질이 길어질수록 글로벌 재고는 더 빠르게 줄어든다”고 경고하며, 올해 말 브렌트유 가격이 호르무즈 해협 충격이 없었을 때보다 약 20달러 높은 배럴당 80달러 수준에서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