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근로소득 과세 10년 만에 최고치

2026-04-23 13:00:01 게재

이미 세수의 절반 차지

영국 상승 폭 가장커

독일 베를린의 한 주유소 전광판에 4월 16일(현지시간) 유로화 기준 연료 가격이 표시돼 있다. 독일 연방하원은 이날 연료 가격 인하 계획을 처음 논의했다.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 연합과 사회민주당이 공동 발의한 법안은 휘발유와 디젤에 부과되는 세금을 리터당 17유로센트 인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EPA=연합뉴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서 임금에 부과되는 세금이 거의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팬데믹 이후 악화한 재정 사정을 메우기 위해 각국 정부가 상대적으로 손대기 쉬운 근로소득 과세에 잇달아 기대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22일(현지시간) 밝혔다. OECD가 22일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자녀가 없는 평균임금 수준의 단독 근로자가 2025년 OECD 38개 회원국에서 부담한 전체 조세 부담은 고용비용의 평균 35.1%에 달했다. 이는 2024년 평균치(34.9%)보다 높아진 수치로, 2016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소득세와 사회보장기여금을 합산하고 현금성 복지 혜택을 차감해 산출한다.

고용주가 지급하는 인건비와 근로자의 실수령액 사이의 세금 격차는 지난해 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24개국에서 확대됐다. 독일, 이스라엘, 에스토니아 등이 대표적이며, 영국은 전년 대비 상승 폭이 회원국 중 가장 컸다. 자녀가 있는 가구를 포함한 대부분의 가계에서도 지난해 평균 세금 격차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OECD 조세 데이터·통계분석 부문 책임자 알렉산더 픽은 "악화한 재정 사정으로 많은 OECD 국가들이 세수 확대에 나서면서 고용 관련 세금이 여전히 정책의 초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 경제권에서 전체 조세 수입의 약 절반이 이미 노동 과세에서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이코노미스트 리카르도 마르첼리 파비아니는 "자본 과세에 비해 노동 과세는 훨씬 손쉬운 방식"이라고 꼬집었다. 많은 정부가 팬데믹 기간 재정을 대거 쏟아부은 뒤 재정 여력이 절실해진 데다, 국방비 증가와 고령화라는 이중 부담에도 직면해 있다는 것이다.

영국에서는 지난해 평균임금 단독 근로자의 조세 부담이 2.45%포인트 상승해 인건비의 32.4%에 이르렀다. 고용주의 국민보험료 인상에다, 임금이 올라도 세금 기준선은 그대로여서 더 높은 세율 구간으로 자동으로 밀려 올라가는 이른바 '재정 끌어올리기(fiscal drag)' 효과까지 겹친 결과다. 실제 구매력은 그대로인데 세금만 늘어나는 셈이다. 기업들은 스타머 정부의 국민보험료 인상이 채용을 줄이고 청년 고용을 위축시켰다고 비판하고 있다.

에스토니아는 2025년 개인소득세율을 20%에서 22%로 올렸다. 독일과 이스라엘의 세금 격차 확대는 사용자와 근로자 양측의 사회보장기여금 증가와 재정 끌어올리기 효과가 주요 원인이었다. 가구 형태별로 보면, 평균임금을 버는 외벌이 부부와 자녀 2명으로 구성된 가구의 세금 격차는 22개국에서 상승해 OECD 평균 0.46%포인트 올라 26.2%를 기록했다. 맞벌이에 자녀가 있는 경우도 22개국에서 상승했고 OECD 평균은 0.26%포인트 올라 32%에 달했다. 반면 이탈리아를 포함한 11개국에서는 노동세율이 하락했고, 호주, 아일랜드, 미국도 감세 효과가 커지며 같은 흐름을 보였다.

유럽 국가들은 평균임금 단독 근로자 기준으로 여전히 가장 높은 고용 과세 수준을 유지했다. 벨기에가 52.5%로 가장 높았고, 독일 49.2%, 프랑스 47.2% 순이었다. 전문가들은 노동에 대한 세 부담이 커질수록 근로자의 실수령액은 줄고 기업의 인건비는 늘어나, 일할 유인과 고용 유인을 모두 약화시키는 경향이 있다고 경고한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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