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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동물 거래 기간 길수록 인간 전파 병원체 늘어

2026-04-27 13:00:00 게재

인수공통감염병 위험 평가

CITES 등 국제규범에 포함

야생동물을 오래 거래할수록 인간에게 전파되는 병원체가 늘어나지만, 이를 규율하는 현행 ‘멸종위기종 국제거래협약(CITES)’에는 감염병 예방 기능이 없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CITES는 1975년 발효된 국제협약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국제 거래를 규제해 종 보전을 목적으로 한다.

27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의 논문 ‘야생동물 거래가 40년에 걸쳐 동물-인간 병원체 전파를 촉진한다’에 따르면, 거래 포유류는 비거래 포유류에 비해 인간과 병원체를 공유할 확률이 1.5배 높았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

스위스 프리부르대·로잔대와 미국 예일대 등 공동 연구팀은 1980년부터 2019년까지 40년간의 국제 야생동물 거래 데이터를 분석했다. 또한 △CITES △미국 LEMIS(법집행관리정보시스템) △DSW(압수 야생동물 데이터세트) 등 3개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포유류 2079 거래종을 분석했다. 그 결과 거래 포유류의 41%가 인간과 적어도 하나의 병원체를 공유하는 반면, 비거래 포유류에서는 6.4%에 불과했다. △계통 유연관계 △지리적 분포 △연구 편향 등을 통제한 뒤에도 거래 여부는 여전히 가장 강력한 예측 변수였다.

이번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야생동물 거래 기간이 길수록 인간에게 전파되는 병원체가 많아졌다. CITES 등록 포유류 583종의 40년 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야생 포유류 1종이 국제 거래에 등장한 기간이 10년 늘어날 때마다 인간과 공유하는 병원체가 평균 1종씩 추가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가축화 역사와 공유 병원체 수의 상관관계를 보여준 기존 연구와 비슷한 경향을 보인다. 오랜 접촉이 교차 전파 기회를 누적시킨다는 것이다.

생체 동물 시장과 불법 거래는 위험을 한층 높였다. 살아있는 동물로 거래된 종은 병원체 공유 확률이 1.34배, 불법 거래 종은 공유 병원체 수가 1.4배 많았다. 다만 이 효과는 거래 누적 기간의 영향력보다 약했다. 연구팀은 “교차 전파는 특정 거래 유형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야생동물 거래 자체에 내재한 위험”이라고 밝혔다.

논문에서는 CITES가 종의 멸종 방지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감염병 예방 기능이 구조적으로 빠져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CITES 개혁과 세계동물보건기구(WOAH)-CITES 협력협정, 지난해 채택된 세계보건기구(WHO) 팬데믹 협약 4·5조 등 논의 중인 국제 규범에 인수공통감염병 위험 평가를 통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나아가 포획·운송·시장·소비 전 단계에 걸쳐 병원체를 정기적으로 검사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상시 감시 체계 구축도 촉구했다.

CITES 한계에 대한 문제 제기는 과거에도 있었다. 국제학술지 ‘보전생물학(Conservation Biology)’의 논문 ‘수집가 커뮤니티 내 선인장·다육식물 불법 거래의 실태와 인식’에서는 선인장·다육식물 수집가 441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응답자의 39%가 CITES를 ‘비효과적’이라고 평가했다. 11%는 서류 없이 식물을 직접 운반하거나 구매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 조사가 CITES 폐지나 무력화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응답자의 60.6%가 CITES를 ‘매우 중요한 보전 수단’으로 평가했다. CITES가 종 보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건 분명하다는 얘기다.

논문에서는 CITES가 규정을 만드는 과정에서 정작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수집가들이 제안한 개선 방향에서도 △이해관계자 간 협력 확대(8건)와 △행정 구조 개편(10건)이 있었다. 수집가·업계·현지 지역사회 등 이해관계자가 CITES 의사결정에 참여할 통로가 막혀 있을수록 규정에 대한 신뢰가 낮아지고, 이것이 불법 거래를 스스로 정당화하는 빌미가 된다는 지적이다. 논문에서는 이해관계자 참여 확대와 함께 인공증식 식물의 합법 거래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규제를 유연화하면 야생 채집 수요를 줄이면서도 수집가 커뮤니티를 보전의 협력자로 끌어들일 수 있다고 제언했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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