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연료에 집값까지…트럼프 인플레 역풍

2026-04-29 13:00:06 게재

중동전쟁·관세충격 겹쳐

‘생활비 위기’ 악화일로

트럼프 정치적 부담 커져

미 주유소 트럼프 비판 낙서 확산 2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엘세군도 한 셰브론 주유소에 설치된 안내판에 정치적 메시지가 적힌 낙서가 보이고 있다. 원래 “새크라멘토 정책 때문”이라는 문구가 “트럼프 정책 때문(Trump Policies Did This. Now You Pay More)”으로 수정돼, 유가 상승 책임을 연방 정부 정책에 돌리는 내용으로 바뀌어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물가를 낮추고 인플레이션을 끝내겠다”고 약속했지만, 관세 전쟁과 이란 공격 이후 미국인의 생활비 부담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8일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 정책이 에너지와 식료품, 주거비를 동시에 자극하며 미국의 ‘생활비 위기’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미국의 3월 물가 상승률은 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뛰었고, 소비자 심리도 악화됐다. 경제학자들은 물가 압력이 여전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번 주 기준금리를 내리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금리가 높은 수준에 머물면 주택담보대출과 기업 대출 부담도 계속된다.

유권자들의 평가는 냉랭하다. 로이터통신과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의 여론조사(4월 24~27일·1014명 대상·오차범위 ±3.0%p)에서 트럼프 대통려의 국정 운영 지지율은 34%로 집권 2기 들어 최저치로 떨어졌다.

폭스뉴스 조사에서는 응답자 10명 중 7명이 경제가 나빠지고 있다고 답했다. 캘리포니아대 산타바바라 정치학 교수 파샤 마흐다비는 “제임스 카빌이 말했듯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다. 다른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가장 큰 부담은 연료비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 휘발유 가격을 갤런당 2달러 아래로 낮추겠다고 했지만, 이란 전쟁은 정반대 결과를 낳았다. 세계 원유 공급의 5분의 1이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이 이란에 의해 폐쇄되고 미국도 이 수로를 봉쇄하면서 미국 원유 가격은 전쟁 전보다 44% 오른 배럴당 96달러 이상으로 뛰었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미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전쟁 전 갤런당 2.98달러에서 4. 11달러로 올랐다. 경유 가격도 45% 상승한 갤런당 5.45달러를 기록했다. 항공유 가격은 전쟁 이후 약 절반 올라 갤런당 3.61달러가 됐고, 3월 항공권 가격은 1년 전보다 15% 비쌌다.

관세도 물가를 밀어 올리고 있다. 예일대 예산연구소는 4월 초 기준 미국의 실효 관세율이 11%로, 2025년을 제외하면 1943년 이후 가장 높다고 추산했다. 이 연구소는 관세가 3월 연간 물가 상승률을 0.5~0.7p 끌어올렸다고 분석했다. 자동차 가격은 4.2%, 의류와 신발은 3.6%, 가구와 내구성 가정용품은 1.6% 오를 수 있다고 봤다.

식료품 가격도 안정되지 못했다. 3월 식품 가격은 1년 전보다 2.9% 높았다. 계란 가격은 떨어졌지만 커피와 토마토 가격은 크게 올랐다. 이란 전쟁으로 에너지와 비료값이 오르면 농가 비용이 늘고, 이는 시차를 두고 슈퍼마켓 가격에 반영될 수 있다. 미국농업연맹에 따르면 질소비료 가격은 2월 말 이후 30% 넘게 올랐고, 요소 가격은 50% 가까이 뛰었다.

주거비 부담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3월 주거비는 1년 전보다 3% 올랐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여전히 6%를 웃돌아 젊은 주택 구매자에게 큰 부담이다. 관세는 목재와 석고, 철강, 구리 등 건설자재 가격을 높였고, 이민단속 강화는 건설 현장의 노동 공급을 줄여 비용을 더 끌어올리고 있다.

전기료도 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기요금을 절반으로 낮추겠다고 했지만, 데이터센터를 포함한 전력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가격은 높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FT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생에너지 반대 정책으로 일부 신규 전력 프로젝트가 취소됐고, 바이든 행정부 시절 승인된 830억달러 이상의 대출도 영향을 받았다고 전했다.

백악관은 세금 감면과 규제 완화, 계란·처방약·쇠고기 등 생필품 가격을 겨냥한 개입을 통해 물가 부담을 낮추고 있다고 반박했다. 쿠시 데사이 백악관 부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노동계층 미국인의 번영을 회복하겠다고 약속했고, 행정부는 전 정부 차원의 접근으로 이를 실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료와 식료품, 주거비처럼 유권자가 매일 체감하는 가격이 오르는 한 인플레이션 문제는 11월 중간 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장 큰 정치적 부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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