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국가소송책임제’ 부상…잠든 법안 깨울까

2026-05-13 13:00:42 게재

체험학습 위축에 ‘교원지위법’ 개정 관심

‘면책·소송대리 지원’ 등 법안 4건 계류

국민청원도 올라와 … 현재 동의율 30%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현장 체험학습 위축’ 문제를 거론한 이후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교사의 사법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법안은 1년 전부터 제출돼 있었으나 논의 단계까지는 진행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에게 형사 책임을 지운 법원 판결 여파로 체험학습 기피 현상이 심화되고 있으나 이를 뒷받침할 보호 법안들은 후순위로 밀려 있는 상황이다.

13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교육활동 중 교사의 민·형사상 책임을 덜어주기 위한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 개정안은 총 4건이 발의돼 있다. 지난해 5월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교육활동 침해행위 소송으로 인한 금전적·정신적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 변호사 선임 및 법률지원단 운영 근거를 명시하는 법안을 가장 먼저 내놓았다.

뒤이어 같은해 6월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정당한 학생생활지도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면제하는 ‘면책 제도’ 신설을 제안했다. 같은해 7월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역시 ‘무고성 신고’에 대응하는 소송대리 지원과 더불어 교육활동 침해행위를 한 보호자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지우는 보호책을 제시했다.

지난달 23일에는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이 사후적 지원을 넘어 국가가 소송 주체가 되는 ‘국가소송책임제’를 발의했다. 교원이 정당한 직무 수행 중 분쟁에 휘말릴 경우 국가나 관할청이 직접 대응하도록 의무화하고, 고의·중과실이 없는 한 구상권을 제한하는 내용이다.

교사의 사법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이들 법안은 발의 직후 소관 상임위원회에 상정만 됐을 뿐 지난 1년간 실질적인 논의는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와 국회가 제도 보완을 미룬 사이 법원에서 교사 개인에게 과실 책임을 묻는 판결이 나오며 형사처벌에 대한 교사들의 불안감은 더 커진 상황이다.

지난 2022년 강원도 속초 현장 체험학습 중 발생한 학생 사망사고와 관련해 지난해 2월 1심(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에 이어 11월에 나온 항소심(금고 6개월에 선고유예)에서도 인솔 교사에게 책임이 있다고 판단을 내렸다. 교원에 대한 법적 보호 장치 마련이 늦어지면서 교육현장에서는 ‘안전사고 책임’을 피하기 위해 체험학습 자체를 포기하는 등 교육활동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관련 입법이 늦어지는 가운데 지난달 이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을 계기로 국민청원까지 등장한 상황이다. 지난달 30일 청원인 김 모씨는 “현재 교사들은 불가항력적인 사고 앞에서도 개인의 책임으로 형사 처벌과 민사 소송을 홀로 감당하고 있다”며 “이러한 기형적인 구조는 교사의 교육활동을 심각하게 위축시키고 공교육의 질 저하를 초래한다”면서 ‘교사 소송 국가책임제’ 도입을 주장했다.

청원인은 구체적으로 △정당한 교육활동 중 사고의 법적 책임 주체를 국가와 교육청으로 명확히 명시할 것 △국가배상법상 교사 개인을 향한 구상권 청구를 전면 제한할 것 △수사 초기부터 재판 종결까지 국가가 전담 변호인을 배정하고 전 과정을 책임지는 법적 시스템을 구축할 것 등을 요구했다. 이 청원은 오는 30일 마감을 앞두고 13일 오전 10시 30분 현재 1만4814명(동의율 30%)의 동의를 받은 상태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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