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 정상화, 기능인 양성 ②

건설기능인, 기술력 향상에 따라 숙련-지위-임금 연결

2026-05-22 13:00:03 게재

독일 숙련인력 시스템의 힘, 현장형 직위구조 구축 … 디지털 기술을 배우는 미래 건설 기능공으로

우리나라 건설업은 기능인력 고령화와 숙련공 부족으로 생산성과 품질 저하, 산업재해 증가라는 구조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청년층 유입과 체계적인 숙련인력 양성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학교 교육과 건설현장의 연결성이 약하고 직업전망 역시 충분히 제시되지 못하면서 건설 기능직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고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독일은 기업과 직업학교를 연계한 이원화 직업교육을 통해 철근콘크리트 기능공을 국가 산업기반을 떠받치는 핵심 숙련인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건설업 경쟁력의 핵심인 ‘손끝 기술의 전수’와 함께 BIM(빌딩정보모델링), 3D 레이저 스캐닝, 자동화 장비 등 디지털 기술이 건설현장에 빠르게 도입되면서 기능공 역시 숙련과 첨단기술을 함께 갖춘 전문직으로 변화하고 있다.

앞으로 건설산업은 디지털 전환 속에서 고숙련 중심 산업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기사는 독일 철근콘크리트 기능공의 양성 체계와 승진·승급, 경력개발 사례를 통해 한국 철근콘크리트 기능공 직업의 미래 가능성과 과제를 살펴본다. 독일에서는 중학교 졸업 후 철근콘크리트 기능공이 되려면 기업과 직업학교에서의 이원화 직업교육을 3년간 받아야 한다. 2024년 상공회의소 소속 기업 신규 훈련생 가운데 40%는 대학입학자격시험에 합격하고도 대학 대신 직업교육을 선택했다. 이는 철근콘크리트 기능공이 안정적 임금구조와 명확한 경력개발 경로를 갖춘 전문직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독일 건설현장에서 현장반장(Polier)은 기능공과 현장관리자 사이를 연결하는 핵심 중간관리자다. 우리말로는 현장반장이나 공사반장에 가깝다. 현장반장은 작업 인력을 배치하고 공정 진행과 품질, 안전관리를 책임지며 현장의 실제 작업을 조율한다. 주로 철근콘크리트 기능공이나 조적 기능공 등 숙련기능인력이 오랜 현장 경험을 쌓은 뒤 전문 교육과 시험을 거쳐 현장반장 자격을 취득한다. 이후에는 현장관리자(Bauleiter) 같은 상위 현장관리자로 성장하기도 한다. 출처 ihr-baumeister.ch

철근콘크리트 기능공은 건설현장의 구조와 안전을 책임지는 숙련 기술인력이다. 철근을 가공·배근하고 거푸집을 설치해 건축물의 골조를 완성하는 직업으로 단순 노동보다 도면 이해와 정밀 시공능력이 중요하다. 건축물의 안전성과 내구성을 좌우하는 핵심 공정을 담당하는 만큼 높은 숙련도와 책임감이 요구된다.

◆경험 중심에서 디지털 능력 갖춘 복합 역량 필요 = 독일 연방고용청은 이 직업의 핵심 자질로 ‘실제적이고 직접적인 작업에 대한 흥미’를 꼽고 있다. 무언가를 만들고 완성하는 데 보람을 느끼는 학생에게 적합하다. 설계도와 시공 도면을 읽어야 하기 때문에 공간 감각과 관찰력 꼼꼼함도 요구된다. 현장은 대부분 팀 단위로 움직이며, 거푸집 설치와 콘크리트 부재 조립 과정에서는 협업 능력과 책임감, 안전의식이 중요하다. 높은 비계와 사다리에서 작업하는 경우가 많아 균형감각과 주의력도 필요하다.

체력 역시 중요한 조건이다. 건설현장은 더위와 추위, 먼지와 소음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며 무거운 자재를 다루는 일이 많아 근력과 지구력이 필요하다. 동시에 수학과 기술·공학 물리에 대한 기초 이해도 도움이 되는데 자재 물량 계산과 구조 하중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들 기능공은 직업훈련 이후에도 지속적인 향상훈련을 받는다. 콘크리트 시공, 거푸집 설치, 철근 배근, 건설기계 조작, 구조물 보수·보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직업능력 적응훈련이 이뤄진다. 최근에는 도시 채굴(Urban Mining)과 모듈식 건설도 주요 교육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경력 발전 경로도 다양하다. 기능공은 추가 교육을 통해 현장관리자, BIM(빌딩정보모델링) 전문가, 기술경영 관리자, 에너지 효율 프로젝트 전문가 등으로 성장할 수 있다. 대표적인 상위 자격인 장인자격을 취득하면 현장관리와 교육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으며 일정 경력을 갖추면 대학입시 없이 토목공학이나 산업공학 과정으로 진학하는 길도 열린다.

3D 프린팅 거푸집 제작, 3D 레이저 스캐닝, 모바일 측량 앱, 그리고 현장에 적용 중인 스마트 안경 기반 착용형 기술, 근력보강장비 등이 도입되면서 건설현장의 디지털 확산은 숙련의 기준을 기존의 경험 중심에서 디지털 활용 능력을 포함한 복합 역량으로 확대하고 있다.

◆고용은 늘고 실업은 감소…숙련 따라 임금인상 = 독일 철근콘크리트 기능공 노동시장은 지난 10년간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독일 노동시장과직업연구소(IAB)의 분석에 따르면 사회보장기여금 납부 대상 철근콘크리트 기능공 수가 2013년 38만7680명에서 2021년 48만1996명까지 증가했다. 2022년에는 47만569명으로 소폭 감소했지만 여전히 2013년 대비 약 21% 증가한 수준이다.

반면 실업자는 크게 줄었다. 2013년 5만7108명이던 실업자는 2022년에는 2만4195명까지 줄었다. 실업자 지수는 2013년 기준으로 100에서 2022년 42로 하락해 건설업 전반에 숙련 기능인력 부족 현상이 심화됨을 보여주고 있다.

숙련 기능인력의 부족은 고용구조를 변화시키고 있다. 국가 공인 직업훈련 수료자의 비율은 2013년 60.8%에서 2022년 51.6%로 감소한 반면, 직업훈련 미수료자의 비중은 11.0%에서 15.9%로 증가했다. 건설경기 확대 속에서 비숙련 인력이 숙련 인력보다 빠르게 증가했다. 장인과 숙련 기술자 비율은 그간 약 4.6~4.7% 수준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기능인력의 현장성 기술력 촉진 = 독일의 건설업에서 직업 체계는 일반적으로 보조원 숙련공 전문가 최고전문가로 구분된다. 보조원은 자재 운반과 콘크리트 혼합 같은 단순 업무를 담당하고, 숙련공은 철근 배근과 거푸집 설치, 콘크리트 타설 같은 핵심 공정을 독립적으로 수행한다. 전문가는 철근 가공, 콘크리트 보수·복원, 특수 구조물 시공 등 특정 분야에서 높은 전문성을 발휘한다. 최고전문가는 구조 설계와 감리, 건설프로젝트를 총괄한다.

숙련도에 따라 임금이 빠르게 인상돼 독일 건설업 평균 월급여는 세전 약 3463유로, 보조원은 평균 2965유로를 받지만 숙련공은 3645유로(약 630만원)를 받는다. 전문가는 평균 5170유로, 최고전문가는 5574유로 수준까지 올라간다. 철근콘크리트 분야 장인자격 보유자는 월 5000유로(약 870만원) 이상을 받는 사례도 많다. 이는 독일 건설업이 숙련과 자격 중심구조로 운영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래 건설현장에서 경쟁력을 갖는 사람은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현장경험을 축적할 수 있는 고숙련 기술자다. 독일은 노동자의 현장성과 숙련을 연결하고 숙련과 임금수준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기능인력의 현장성과 기술력을 촉진한다.

정미경

독일정치경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