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콘크리트공, 숙련 쌓아 건설업 중소상공인으로
독일 디터 제바스티안 뷜커 사례
독일 건설업자 디터 제바스티안 뷜커(Dieter Sebastian Wuker, 1982년생)는 직업훈련과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성장한 대표적인 독일형 숙련 기술인이자 중소 건설기업 대표다.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의 그로나우에서 성장한 그는 일반 직업중학교인 레알슐레를 졸업한 뒤 벽돌공과 철근콘크리트 기능공 직업훈련을 받았다. 이후 현장에서 숙련공으로 경험을 쌓고 현장감독자와 장인을 거쳐 결국 중소 건설업체 대표로 성장했다. 그의 경력은 독일의 이원화 직업교육과 현장중심 숙련체계가 어떻게 기술인을 기업가로까지 성장시키는지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다.
독일의 직업교육 체계는 학생들이 단순히 자격증을 취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산업현장에서 요구되는 실질적인 숙련을 체계적으로 익히도록 설계돼 있다. 뷜커 역시 이러한 환경 속에서 성장했다. 뷜커는 건설업 경쟁력이 단순히 자본이나 장비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장을 이해하는 기술인, 즉 숙련공에게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철근콘크리트공, 거푸집 기능공, 조적 기능공과 같은 기초 건설직종은 국가 산업기반과 도시 인프라를 직접 떠받치는 핵심 숙련인력이라고 본다.
실제 건설현장은 단순 노동의 반복 공간이 아니라 설계도와 시공 도면을 정확히 읽고 구조를 이해하며 공정 조율과 안전관리를 해야 하는 복합적인 기술 공간이다. 이에 건설 기능공에게 요구되는 역량은 체력만이 아니라 책임감, 집중력, 협업 능력, 문제 해결 능력까지 포함된다고 강조한다.
손끝 기술과 디지털 기술 갖춘 현장형 기술인
오늘날 건설산업은 빠르게 디지털화되고 있다. BIM(빌딩정보모델링), 3D 레이저 스캐닝, 드론 측량, 자동화 장비, 스마트 건설기술 등이 현장에 도입되면서 기능공의 역할도 변화하고 있다. 육체노동 중심이던 건설현장은 이제 디지털 장비와 데이터를 이해하는 역량까지 요구하는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디지털 역량을 갖춘 인력일수록 상위 숙련단계로 이동하는 속도가 빨라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뷜커는 “미래의 기능공은 ‘손끝 기술’과 함께 디지털 기술을 갖춘 현장형 기술인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독일 건설업은 숙련이 곧 경력 발전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기능공은 일정한 경력과 추가 교육을 통해 현장감독자 장인 건설관리자 기술경영자 중소상공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 이는 현장 경험이 기능을 관리하고 경영, 교육 역할까지 연결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기술에 대한 자부심과 지속적인 학습 중요
한국 건설업 역시 숙련인력 고령화와 청년층 기피 현상 속에서 구조적 전환기를 맞고 있다. 재건축과 도시 인프라 유지, 해외 플랜트와 중동 프로젝트 확대 등으로 숙련 기능인력 수요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청년 숙련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하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
건설 기능직은 단순 노동 직업이 아니라 도시와 사회의 기반을 세우는 전문직이다. 손으로 구조물을 만들고 공간을 완성하는 기술은 오랜 경험과 숙련이 축적돼야 가능하다. 동시에 건설현장은 협업과 책임감 안전의식이 무엇보다 중요한 공간이다. 미래의 건설현장은 친환경·디지털 전환 속에서 고숙련 중심 산업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
뷜커의 사례는 기술에 대한 자부심과 지속적인 학습이 어떻게 개인의 성장과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한국 건설업은 숙련 기능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과 산업현장을 연계하는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 기존의 이론중심 기능 교육에서 벗어나 현장의 손끝 기술과 디지털 역량, 안전관리 역량을 함께 교육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는 특성화고 교육과정의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정미경 독일정치경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