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AI 상장자금 아시아 공급망으로
빅테크 7500억달러 투자금
피지컬AI 관련주 기대 확산
아시아 하드웨어 기업들은 이미 데이터센터 투자 붐의 최대 수혜주로 꼽힌다. 이 흐름은 TSMC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시가총액 1조달러 클럽으로 끌어올렸다. 다만 주가가 단기간 급등하면서 일부 투자자들은 높아진 주가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의 관심은 대형 반도체주를 넘어 AI 인프라 투자 확대의 직접 수혜를 받으면서도 아직 낮은 주가에 머문 기업들로 옮겨가고 있다.
이스프링 자산운용의 켄 웡은 AI 기업공개가 아시아 반도체주의 주가 부담이 커진 시점에 설비투자 붐을 더 자극할 수 있다며, 현재 아시아 기술주 전략에서 반도체 비중을 낮추고 전자부품 업체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IG인터내셔널의 파비앙 입 시장전문가는 스페이스X, 오픈AI, 앤스로픽의 상장이 이미 대형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약속한 7500억달러 이상의 투자에 더해 총 700억달러 규모의 AI 지출을 추가로 유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파비앙은 최근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발표에서 아시아로 이어지는 파급 효과가 뚜렷하다며 AI 랠리가 성숙 단계로 접어들면서 순수 반도체주를 넘어선 확산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아시아 증시에서 두각을 나타낸 종목 중에는 서버에 쓰이는 전자부품 업체와 반도체 제조용 소재·공정 기술 업체들이 포함됐다. 한국의 삼성전기와 일본 이비덴은 올해 MSCI 아시아 주가지수에서 상위권 성과를 냈다. 더 간접적인 수혜주로는 반도체 제조 장비에 쓰이는 세라믹 소재를 공급하는 일본 토토도 거론된다.
공급 부족은 반도체에서 공급망 하단으로 확산되고 있다. 투자자들은 새로운 병목 구간을 주목하면서 서버 조립, 반도체 설계, 첨단 패키징, 기판, 테스트, 광연결, 전력, 냉각 분야 기업을 살피고 있다. 주피터자산운용의 샘 콘래드는 서버를 조립하는 대만 홍하이정밀공업과 콴타컴퓨터, 반도체 설계 업체 미디어텍에서 기회를 보고 있다며 AI 설비투자 사이클은 여러 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챗봇을 넘어 로봇과 자율주행차 등 피지컬 AI 분야도 주목하고 있다. 엔비디아가 관련 사업을 키우면서 LG전자 등 협력사 주가도 상승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는 6월 1~4일 대만 GTC 타이베이에서 피지컬 AI와 로봇, AI 인프라를 핵심 의제로 제시한 뒤 5일 한국을 찾아 삼성전자와 SK그룹, 현대차그룹, LG그룹, 네이버 등을 만날 예정이다.
전력 공급 역시 핵심 병목으로 꼽힌다. 데이터센터 확산과 이란 전쟁에 따른 유가 상승으로 원자력과 대체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한국에서는 HD현대에너지솔루션과 대우건설이 올해 강세를 보였고, 인도에서는 아다니그룹의 친환경 전력 기반 데이터센터 전략이 에너지 계열사 주가를 밀어 올렸다.
다만 AI 수요가 막대한 투자 규모를 정당화하지 못하면 설비투자 축소와 인프라 과잉, 주가 급락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