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민에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국가는 작동한다

2026-06-08 13:00:14 게재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할 때 우리는 화면에 보이는 버튼과 결과만 본다. 그러나 그 뒤에는 수많은 서버 데이터 보안체계 운영시스템이 쉼 없이 움직이고 있다. 보이지 않는 곳이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사용자는 불편 없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국민이 만나는 행정서비스 뒤에는 수많은 공무원의 판단과 조정, 집행과 책임이 있다.

공직사회는 늘 전면에 보이지는 않지만국민의 일상이 흔들리지 않도록 국가를 작동시키는 핵심 기반이다. 그 기반이 활력을 잃으면 국정도 무거워진다. 공무원이 감사와 징계 부담 때문에 필요한 결정을 미루고, 성과를 내도 성장 기회가 부족하며, 현장에서 헌신해도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면 행정은 소극적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국민이 기대하는 유능한 정부는 공무원에게 책임만 요구한다고 만들어지지 않는다.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 국민주권정부 출범 이후 인사혁신처가 공직사회 활력 제고와 공직역량 강화를 핵심 과제로 추진해 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공직사회 활력 없인 국정도 멈춰

먼저 공직 내부의 성장 방식을 바꾸고 있다. 이제는 오래 근무했다는 이유만으로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성과와 전문성으로 인정받는 인사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업무성과가 뛰어난 6급 공무원이 5급으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조기승진제도를 도입하고,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에서는 장기근무를 통해 실력을 축적할 수 있도록 전문가 공무원 제도를 확대하고 있다. 복잡한 사회문제에 대응하려면 실무자부터 관리자까지 이어지는 전문성의 사다리가 필요하다.

적극행정 공무원 보호도 중요하다. 국민을 위해 필요한 결정을 해도 감사나 소송 부담 때문에 위축된다면 행정은 가장 안전한 선택만 하게 된다. 적극행정위원회 의견에 따라 처리한 업무에 대한 면책 범위를 감사원 감사까지 확대하고, 소송지원과 책임보험 등 보호장치를 강화한 것은 공무원이 소신 있게 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안전망이다.

공직문화도 달라져야 한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관행은 과감히 줄이고, 공무원의 시간을 더 의미 있는 일에 쓰게 해야 한다. 공직 내부의 불합리한 관행들을 개선하고, 1949년 제도 도입 이후 처음으로 당직제도를 전면 개편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처우개선 역시 단순한 보상 문제가 아니다. 공직의 매력과 지속가능성에 관한 문제다. 저연차 공무원이 미래를 걱정하며 공직을 떠나고, 재난·안전·민원 현장의 공무원이 헌신에 비해 충분히 인정받지 못한다면 우수한 인재가 공직에 들어오고 남아 있기 어렵다. 보수 인상, 저연차 실무 공무원 처우개선, 현장 공무원 보상 강화는 국민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이 자긍심을 갖고 일하기 위한 조치다.

공직사회는 국가의 보이지 않는 운영체제다. 운영체제가 낡고 무거우면 아무리 좋은 정책도 국민에게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되기 어렵다.

‘일 잘하는 정부’ 위한 인사혁신처의 방향

인사혁신은 그 운영체제를 새롭게 정비하는 일이다. 성과와 전문성 중심의 성장, 적극행정 보호, 불합리한 관행 개선, 현장 공무원 처우개선은 모두 하나의 방향으로 연결돼 있다. 공무원이 국민을 위해 더 잘 일하게 만드는 것이다.

국민이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변화, 그것이 인사혁신이 지향하는 ‘일 잘하는 정부’의 모습이다.

최동석

인사혁신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