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인공지능 전환(AX)으로 자치도시 뼈대를 바꾸자
지난 21일 정부가 누구나 쉽게 인공지능(AI)을 활용할 수 있는 ‘모두의 AI’ 출시 계획을 밝히고, 개정 AI기본법이 본격 시행되었다. 기술 혜택을 특정 계층이 아닌 보편적 서비스로 구체화하겠다는 국가적 선언이다. 이러한 흐름은 중앙정부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최근 지방선거에서 단체장 후보들이 쏟아낸 수백 건의 AI 관련 공약이 방증하듯, 인공지능은 이제 단순한 시대적 유행을 넘어 지방정부의 생존과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가장 시급하고 중대한 과제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전국 곳곳의 행정 현장을 냉정히 들여다보면 여전히 깊은 아쉬움이 남는다. 많은 지자체가 AI 도입을 단순한 ‘민원 챗봇’ 구축이나 문서 요약 같은 1차원적인 업무 자동화 수준으로 지극히 좁게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겉보기만 화려한 기술 도입이 아니다.
이제는 AI를 전제로 행정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그 해답은 관행으로 굳어진 공직사회의 업무 방식 및 행정 절차 전체를 인공지능 중심으로 근본적으로 재설계하는 ‘AX(AI Transformation, 인공지능 전환)’를 지방행정의 새로운 뼈대로 삼는 것이다.
지방행정 업무방식과 절차 근본적 재편을
지방정부는 단순한 국가 행정의 말단 기구가 아니다. 그 자체로 완전한 자치권과 생명력을 지닌 하나의 ‘자치도시(City)’다. 자치도시의 행정은 주민의 일상 가장 깊숙한 곳을 어루만져야 한다. AX의 진정한 가치는 이 지점에서 비로소 빛을 발한다.
방대한 복지 사각지대 데이터를 분석하고, 복잡한 법령을 단숨에 검토하며, 하천과 골목길의 위험 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차가운 업무는 모두 인공지능에 맡겨야 한다.
이렇게 기계가 행정 효율을 압도적으로 높여줄 때, 공직자들은 비로소 모니터 앞의 서류 더미에서 벗어날 수 있다. AI가 벌어준 귀중한 시간과 행정력은 고스란히 현장으로 향해야 한다. 공무원이 직접 골목을 걷고, 독거 어르신의 손을 한 번 더 맞잡으며, 취약계층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현장 행정의 밀도’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것, 차가운 기술로 행정의 온도를 높이는 것이 지방정부가 구현해야 할 AI 행정의 진짜 묘미이자 대체할 수 없는 고유한 역할이다.
이러한 거대한 대전환은 지자체 한두 곳의 파편화된 정책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민선 9기를 이끌어가는 전국의 단체장과 의회 의원들에게 제안한다.
이제는 각자의 도시에서 치열하게 축적한 혁신 성과를 과감히 공유하고 긴밀히 연대해야 할 때다. 지자체마다 중복으로 예산을 들여 챗봇을 만드는 소모전을 멈추고, 현장에서 검증된 우수 모델을 전국으로 신속히 확산시키는 ‘지방정부 AI 연대’가 절실하다.
중앙정부 역시 지방정부의 기술 활용과 행정 개선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지표를 조속히 마련하고, 자치도시들이 규제에 얽매임 없이 마음껏 혁신할 수 있도록 튼튼한 제도적 멍석을 깔아주어야 한다. 이를 통해 지방정부의 현장 경험이 중앙의 정책과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고, 보완된 제도가 다시 지역의 실행력을 높이는 선순환 협력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지방정부 선제적으로 행동할 때
중앙의 비전과 지방의 생생한 실천이 하나로 연결될 때, 대한민국 AI 강국 도약은 비로소 주민의 삶을 바꾸는 단단한 현실이 될 것이다. AI 대전환 시대, 이제 지방정부가 먼저 담대한 해답을 내놓고 선제적으로 행동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