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빅테크 ‘9500억달러 AI 동맹’
이 대통령 “글로벌 AI 공급망 핵심 국가로 도약” … ‘우리는 식구다’ 건배사 만찬
삼성 파운드리·SK HBM 장기공급 성사 … 김용범 “한국 없으면 AI 안돼 얘기 오가”
이재명 대통령의 미국 샌프란시스코 방문을 계기로 한국과 미국 주요 빅테크 기업들이 총 9500억달러(약 1375조원) 규모의 AI(인공지능) 분야 협력에 합의했다. 이 대통령은 24~25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 방문 기간 동안 한미간 안보 동맹을 ‘AI 동맹’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이틀간 샌프란시스코 방문 일정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회동, AI 서밋,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탈(VC)사들과 간담회 등 ‘AI 세일즈 외교’ 일정으로 빽빽하게 채워졌다. AI 서밋 후에는 젠슨 황 엔비디아 대표 등과 이른바 미국판 ‘깐부회동’을 갖고 협력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24일 ‘샌프란시스코 AI 선언’으로 이름 붙인 연설에서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글로벌 AI의 생산기지이자 혁신의 토양이 되고, 세계 기술과 자본, 인재와 아이디어가 연결되는 대체 불가의 글로벌 AI 협력 플랫폼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이튿날에는 1970~90년대에 애플, 구글, 메타 등에 초기 투자하며 세계적인 기업들을 길러낸 실리콘밸리 VC들을 만나 “한국과 미국은 오랜 안보 동맹을 넘어 기술·혁신·스타트업 동맹으로 협력 지평을 넓혀가야 한다”면서 “대한민국의 든든한 파트너가 되어 달라”고 지원을 요청했다.
한국과 미국 기업 간 실질적인 성과도 나왔다. 삼성전자와 브로드컴은 향후 5년간 2000억달러(290조원) 규모의 첨단 메모리 반도체 공급과 AI 칩 생산을 위한 파운드리(위탁생산) 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SK는 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향후 5년간 7500억달러 규모(1085조원)에 달하는 첨단 메모리 반도체의 장기적 공급과 함께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미국 및 남미 순방에 동행 중인 김 실장은 26일(현지시간)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번 성과의 의미를 자세히 설명했다.
김 실장은 특히 삼성전자와 브로드컴 계약과 관련해 “삼성전자는 그동안 메모리 반도체를 만들어 공급했는데 이번에 브로드컴과 맺은 2000억 달러 내용 중에는 메모리도 있지만 브로드컴이 설계한 AI 칩을 삼성전자가 만들어 주는 파운드리 계약까지 포함이 돼 있다”며 “상당히 의미가 있는 계약”이라고 말했다.
SK와 엔비디아 협력에 대해서도 “SK는 엔비디아에 HBM(고대역폭메모리)을 만들어주는 대신 엔비디아가 만든 GPU 가운데 베라 루빈 시스템을 우선 할당받기로 했다”며 “베라 루빈 같은 경우에는 그야말로 전 세계가 줄을 서서 찾고 있는 물건인데 우리나라가 제일 앞자리에 배정을 받은 셈”이라고 설명했다.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탈(VC)들과의 투자 협력도 이번 순방의 성과로 꼽았다.
김 실장은 “AI나 테크 쪽에 제일 활발한 6개사가 다 모였다”며 “그동안 한국에는 그렇게 많이 투자하지 않았는데 앞으로 우리나라에 좋은 스타트업들이 많이 나오고 메가 프로젝트를 통해 관련 생태계가 커질 것이기 때문에 한국에 관심을 더 많이 가져야 되겠다는 말을 이구동성으로 했다”고 전했다.
한편, AI 서밋 후 샌프란시스코 현지 식당에서 글로벌 빅테크 CEO와 가진 미국판 ‘깐부 회동’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만찬에는 젠슨 황 CEO를 비롯해 혹 탄 브로드컴 사장 겸 CEO, 라니 보르카르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하드웨어 사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등이 참석했다. 정부 측에선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김용범 실장이 같이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나라에서는 가족을 ‘밥을 같이 먹는 사이’인 식구라고도 한다”며 “내가 ‘우리는’이라고 외치면 ‘식구다’라고 해달라”며 건배사를 했다. 황 CEO는 “위 아 패밀리(we are family, 우리는 식구다)”라고 외치며 화답했다.
김 실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만찬 분위기를 소개하며 “편한 분위기에서 활발하게 농담을 주고받은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며 “‘우리는 식구다’라는 대통령 말씀 이후 분위기가 확 풀렸고, ‘AI 하기에는 한국이 최고’, ‘한국 없으면 AI 안 된다’는 이야기와 함께 미·중 AI 경쟁과 AI 모델의 개방형·폐쇄형 전략 등을 놓고도 매우 솔직한 대화들이 오갔다”고 전했다.
브라질리아 =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