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박재홍 코드오브네이처 대표
이끼로 지구 토양 복원은 물론 우주농업까지 꿈꾼다
사람이 가기 힘든 곳도 1/10 가격으로 가능, 해외에서도 관심 … “정부는 다음 세대를 위한 미래 기술에 투자해야”
“이끼를 활용한 토양 복원 시장은 무궁무진합니다. 인류는 우주 개발을 할 수밖에 없는데, 문제는 비용입니다. 농업 등을 위해 지구 흙을 우주로 실어 보내려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데, 이끼를 활용한 복원 기술을 적용하면 그럴 필요가 없어요. 실제로 화성과 달의 토양에 저희 제품을 적용해 보리를 키웠더니, 그렇지 않은 토양보다 훨씬 잘 자랐습니다. 지구 흙을 쏘아 올릴 필요 없이, 그 자리의 척박한 흙을 되살리면 되니 여러 가지로 경쟁력이 있죠.”
23일 서울 사당역 인근 한 공유오피스에서 만난 박재홍 코드오브네이처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코드오브네이처는 이끼가 가진 생명력으로 황폐한 땅을 살아있는 토양으로 되돌리는 생태계 복원 전문 스타트업이다. 2021년 창업을 했고 ‘모스비’와 ‘몬스’가 주력 제품이다. 모스비는 이끼 포자를 인공배양해 만든 토양 복원용 제품으로, 물에 희석해 살포하면 황폐화된 토양의 수분·영양 성분을 되살린다. 몬스는 이렇게 자라는 이끼의 성장을 돕는 전용 액상 비료다.
△제주도 도너리 오름 △충남 태안 정주영 간척지 △강릉 산불 피해지 △산사태 피해를 입은 경주 석굴암 일대 등에서 이미 모스비를 활용한 복원 능력을 입증했다. 중국 미국 캐나다 등 해외에서도 이끼를 활용한 토양 복원 기술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내외 특허만 43여건을 보유 중이다. 누적 투자액 규모는 약 30억원이다.
“처음부터 사업을 할 생각은 없었어요. 이끼가 좋아서 연구를 하고 싶어서 시작했죠. 문제는 돈이었어요. 대학 학비랑 생활비 등을 계산해 보니 아르바이트로는 한계가 있더라고요. 그러다 우연히 공모전을 봤는데 상금을 받으면 학비 등이 해결되겠더라고요. 그때부터 각종 공모전들을 찾아다녔고, 상도 많이 받았죠. 그러다가 너무 감사하게 좋은 기술이라며 투자 제안을 해주신 분이 계셨어요. 그렇게 창업의 길에 들어서게 됐죠.”
미국 중국 캐나다 등 해외부터 공략
박 대표는 창업 초기부터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을 목표로 사업을 설계했다. 시장 규모 자체가 훨씬 크기 때문에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25년 역대 최대 규모의 피해를 낸 경북 산불의 경우 미국이나 캐나다 호주 등지에서는 소·중규모로 분류돼요. 그만큼 황폐화하는 토양이 발생하는 면적 등 시장 규모부터 다릅니다. 대형 드론으로 모스비를 뿌리면 중장비나 사람이 가기 힘든 곳의 토양을 1/10 가격으로 복원을 할 수 있어요.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했죠.”
나라별로 사업 영역도 다르다. 중국에서는 옥수수밭과 차밭을 대상으로 복원 사업을 진행 중이다. 매년 같은 작물을 재배하며 토양 영양소가 고갈되거나 비료 사용으로 염류가 집적되는 장애가 발생한 경우, 휴작 기간을 앞당길 수 있는지 연구와 사업화를 함께 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리튬 광산 등을 대상으로 토양 복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 캐나다에서는 산림 복원 사업을 진행 중이다.
물론 국내 사업도 활발하다. 코드오브네이처의 국내 고객사는 △대형건설사 △화장품회사 △광산업체 등 주로 대기업이다. 정부 및 공공 분야 사업(B2G)보다는 기업 간 거래(B2B)에 집중을 하는 편이다. 처음부터 B2B에 초점을 맞춘 건 아니었다. 기존에 없던 신기술을 시장에 선보인 터라 오히려 B2G를 뚫기가 더 어려웠다.
“정부 사업은 전례가 없으면 착수 자체를 안 해주는 경우가 많았어요. 항상 ‘이걸로 성공한 사례는 무엇이냐’고 물으시더군요. 세상에 없는 신기술인데 실적을 요구하시니까 답이 없더라고요. 더욱이 담당자가 바뀔 때마다 새로 관련 서류를 다시 준비해야 하는 등 시간적 낭비도 심했죠. 그래서 B2B에 집중을 하기로 했고, 다행히 성과가 나고 있습니다.”
유효인산 5배 이상 개선 등 효과 입증
이런 복원이 가능한 건 이끼의 독특한 생존 방식 덕분이다. 이끼가 토양을 되살리는 원리는 ‘생물학적 토양 지각(Biological Soil Crust)’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우리 피부가 벗겨지면 외부 공격에 취약해지듯, 토양도 지각이 사라지면 쉽게 오염된다. 이때 이끼가 그 지각 역할을 대신한다. 이끼는 뿌리 대신 헛뿌리로 줄기와 잎을 통해 영양분을 흡수하기 때문에, 다른 식물이 살 수 없는 척박한 땅에서도 먼저 자리를 잡을 수 있다.
코드오브네이처는 토양 복원에 특화된 이끼·미생물 품종을 개량해 등록했다. △이끼 발생 △토양 영양 등급 △위성 식생 활력도 지수 등으로 복원 성공 여부를 검증하고 있다. 코드오브네이처가 토양 복원을 실시한 면적(누적)은 약 94만4000㎡다. 깐깐한 기업들이 그냥 돈을 지불하지는 않았을 터. 실제 복원 효과도 정량적으로 다 입증을 해서 보고서로 제공한다.
“국내 기준으로 식물이 살려면 유효인산이 100mg/kg은 있어야 하는데, 어떤 곳은 복원 전 21.26mg/kg으로 극심한 결핍 상태였어요. 모스비를 활용해 복원을 하고 나니 유효인산이 114.5mg/kg까지 올라갔습니다. 녹화에 걸리는 시간도 현격히 빨랐어요. 기초 녹화까지 걸리는 시간이 20주에서 약 10주로 50% 이상 감소했습니다. 토양의 물리·화학적 특성을 개선해 빠르고 효율적인 생태계 복원이 가능하다는 걸 정량적으로 입증했죠.”
유효인산은 토양 속 인(P) 성분 중에서 식물이 실제로 흡수해서 쓸 수 있는 형태의 인산이다. 토양에는 인이 여러 형태로 존재한다. 대부분은 철·알루미늄·칼슘 등과 단단히 결합된 ‘불용성’ 상태라 식물이 바로 흡수하지 못한다. 이 중 식물 뿌리가 흡수 가능한, 물이나 약산에 녹아 나오는 형태의 인산만을 따로 측정한 것이 유효인산이다.
우주 농업 종자 사업에 깃발을 꽂다
박 대표는 요즘 ‘우주 토양 테라포밍(외계 행성을 지구와 비슷한 환경으로 바꾸는 것)’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지구의 산불 피해지에서 화성의 붉은 흙까지, 그가 꿈꾸는 시장은 무궁무진하다. 수익 모델을 창출할 수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박 대표는 이미 향후 단계까지 준비를 해뒀다며 씩 웃었다.
“화성이나 달의 토양에서 보리가 잘 자란 건 단순히 이끼를 뿌려서가 아니에요. 토양 속 미생물이 만들어내는 특정 대사체가 질소와 유효인산을 끌어올려서 생장을 촉진시킨 겁니다. 그런데 이 대사체를 만드는 미생물 품종 자체가 제한적이거든요. 해외 종자 기업들이 예전부터 각지에서 종자를 먼저 확보하기 위해 경쟁하는 이유가 뭐겠어요. 먼저 등록한 쪽이 권리를 갖기 때문입니다. 특정 대사체를 만들어 내는 미생물 품종을 먼저 등록해 뒀어요. 그래서 나중에 테라포밍에 이 품종이 쓰이면 사용료를 받는 사업이 가능합니다. 결국 이게 우주 농업의 핵심이 될 거라고 봅니다.”
문제는 현실화할 때까지 소요되는 시간과 이를 버텨낼 자본력이다. 사실 이 부분은 많은 스타트업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이기도 하다.
“최근 정부가 기후테크 육성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어서 기대가 큽니다. 한 가지 바라는 게 있다면 ‘실패할 표를 하나씩 나눠준다’는 개념을 기반으로 제도를 설계했으면 합니다. 기존 시장에서 정의할 수 없는 새로운 기술들이 한껏 나래를 펼치기 위해서는 ‘고위험 고수익’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당장의 성과보다는 다음 세대를 위한 기술들에 투자하는 게 정부의 역할 아닐까요.”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