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 칼럼
인구감소시대, 세 가지 관점의 전환
지방선거가 끝났다. 새로 선출된 광역·기초단체장들은 이제 냉엄한 현실과 마주해야 한다. 그 현실의 이름은 ‘인구감소’다. 청년은 떠나고, 아이는 태어나지 않으며, 지역은 늙어간다. 많은 단체장들이 인구 늘리기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지만 인구감소시대에는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부터 바꿔야 한다. 과거의 방식으로는 미래를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2023년 경상북도의 의뢰를 받아 제자들과 함께 인구감소 대응 전략을 연구했다. 1년간의 연구 끝에 우리가 제안한 핵심은 새로운 정책이나 사업이 아닌 관점의 전환이었다.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가 더 중요하고, 그 출발점은 세 가지 관점의 전환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첫째, ‘인구’에서 ‘인재’로 시선을 옮겨야 한다. 지방정부는 여전히 인구 숫자에 집착하지만 대한민국의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우리 지역만 인구를 늘리겠다는 목표는 현실성이 낮다. 이제는 인구가 아닌 인재의 관점으로 전환해야 한다.
무엇보다 지금 우리 지역에서 살고 일하는 사람을 첫번째 인재로 불러주어야 한다. 그리고 물어야 한다. 무엇이 불편한지, 무엇이 필요한지, 어떻게 하면 지금보다 더 행복하게 일하며 살 수 있겠는지 묻고 함께 해결해야 한다. 가까운 사람이 기뻐해야 먼 사람도 찾아온다. 지역 인재는 투명인간 취급하고 외부 인재 초빙에만 몰두하지 말 일이다.
경쟁보다 연대가 살길
둘째, ‘기다림’에 머물지 말고 ‘마중’ 나가야 한다. 지방은 오랫동안 사람을 기다렸다. 그러나 기다림만으로는 부족하다. 먼저 다가가 마중해야 한다. 관계인구와 생활인구를 늘리는 노력이 중요하다.
이런 생각에서 우리 연구팀은 서울에 ‘경북마중센터’를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경북 22개 시군 공무원들이 상주하면서 지역의 정보를 제공하고 수도권 주민과 접촉하는 공간을 만들자는 제안을 경상북도가 받아들여 센터장까지 선정했지만 도의회가 예산을 배정하지 않아 아직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셋째, ‘경쟁’에서 ‘연대’로 전환해야 한다. 지금 지방의 가장 안타까운 모습은 사람과 자본, 에너지를 수도권에 빼앗겨 기진맥진한 상태에서 이웃한 시군끼리 싸우고 있다는 점이다. 산업단지나 공공기관을 유치하려고 경쟁하고, 인구를 늘리려고 서로 사람을 빼앗으려 한다. 인구감소시대에 약체들이 각자도생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쉽지 않은 일이다. 경쟁보다 연대가 필요하다. 인구감소는 이웃한 지역이 함께 직면한 공동의 과제이기 때문이다.
행정구역 통합에 앞서 생활권 연결부터 시도하자. 시군의 경계를 넘나들며 출퇴근과 통학, 쇼핑과 의료시설 이용이 자유롭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교통과 서비스, 경제활동을 연결하자. 규모가 아니라 연결이 경쟁력이다. 하나의 시군은 작을 수 있지만, 여러 시군이 스크럼을 짜듯 생활권과 경제권으로 연결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필자는 이를 ‘소다연강미(小多連强美)’라고 부른다. ‘작아도 많고 연결되면 강하고 아름답다’는 뜻이다.
지역재생의 교과서로 불리는 일본 도쿠시마현 가미야마는 인구를 늘리는 대신 ‘창조적 과소’ 전략을 선택했다. 매우 담대한 관점의 전환이다. 인구감소를 현실로 받아들이되, 젊은 창업가와 예술가 등 인재들이 찾아오는 매력적인 지역을 만드는 데 집중해 눈부신 성취를 거두었다.
이번에 선출된 단체장들에게 제안하고 싶다. 인구를 늘리겠다는 추상적 목표보다 사람과 지역을 연결하는 일에 집중하기 바란다. 특히 우리나라 최초로 광역통합을 시작하는 ‘광주·전남’은 인구감소시대 지역 연대의 새로운 모델을 보여주길 고대한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단절된 생활권을 잇는 ‘이동’의 연결이다. 지역내 고속철도역을 거점으로 주변 시군을 빠르게 연결하는 간선급행버스체계(BRT)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고속철도역에서 인근 시군까지 이동할 때 택시보다 빠를 정도의 속도와 편리성을 제공해야 한다. 또한 일부 시군에서 시행 중인 무상 시내버스를 인접 시군까지 확대 연결해야 한다. 주민의 삶은 행정구역 안에 갇혀 있지 않기 때문이다.
광주·전남 통합 교통패스도 검토할 만하다. 독일의 9유로 티켓처럼 부담 없는 비용으로 한 달 동안 지역 내 시내버스, 시외·고속버스, 새마을·무궁화호 철도까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가칭 ‘KJ 패스’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국내 최초의 ‘광역 무상 대중교통’에까지 이르면 좋겠다. 이동의 부담을 줄이고 자유를 키워준다면 생활권은 넓어지고 지역은 더 긴밀하게 연결될 것이다. 마치 한 몸처럼.
지역 연대 새로운 모델 만들어야
인구감소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직시하되 관점을 바꾸면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이제 지방의 목표는 인구를 빼앗아 오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행복하게 하고, 사람과 지역을 연결하는 데 두어야 한다. 새로 선출된 단체장들이 관점의 전환을 통해 지방의 새로운 길을 열어주길 바란다.
도시공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