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장 리포트

미 하원 전쟁권한 결의안 통과, 트럼프 전쟁 첫 제동

2026-06-09 13:00:01 게재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이란전쟁이 넉달째에 접어들면서 처음으로 미 의회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제동을 걸었다.

미국 하원은 현지 시각 6월 3일 찬성 215표, 반대 208표로 ‘전쟁권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군을 철수시키거나, 아니면 전쟁 지속을 위한 의회의 승인을 받도록 정식으로 요구한 것이다.

지금까지 여러차례 민주당이 전쟁권한 결의안을 상정했지만 다수당인 공화당의 저지로 통과되지 못했다. 하지만 이란전쟁에 대한 반대 여론이 확산되면서 이례적으로 공화당 소속 4명의 의원(토머스 매시, 브라이언 피츠패트릭, 톰 배럿, 워런 데이비슨)이 민주당에 가세해 결의안 통과에 힘을 보탰다.

트럼프 전쟁에 균열 간 공화당

1973년 제정된 ‘전쟁권한법(War Powers Act)’에 따르면 의회 승인 없이 군사행동이 개시된 경우 대통령은 60일 이내에 이를 종료해야 한다. 군 철수를 수행하기 위해 30일 연장을 요청할 수 있으며, 의회는 군사행동 중단 결의안을 통과시켜 전쟁을 종식시킬 수 있는 권한도 갖고 있다.

의회의 승인 없이 장기적인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대통령 권한을 제한하는 전쟁권한법은 미국 역사상 ‘가장 인기 없는 전쟁’이자 대규모 반전운동을 촉발한 베트남전쟁 당시 제정됐다.

찬성표를 던진 공화당 소속 브라이언 피츠패트릭 하원의원은 표결 후 기자들에게 전쟁권한법을 준수해야 하기 때문에 해당 결의안을 지지했다고 밝혔다. “이미 60일 기한이 지났으므로 선택지는 두 가지뿐입니다. 법을 따르거나 아니면 법을 바꾸는 것입니다. 법을 어길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선택사항이 아닙니다.”

이번 결의안 채택은 의회를 무시하고 폭주하고 있는 트럼프에 대한 의회의 공식 질책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트럼프정부는 군 통수권자(Commander in Chief)인 대통령의 권한을 제한하려는 의회의 모든 시도를 거듭 일축하면서 전쟁권한법이 위헌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공화당 또한 번번이 트럼프에게 주도권을 내주며 의회의 본래 역할인 행정부 견제를 사실상 포기해 왔다. 그러나 전쟁 시작 후 90일이 지나도록 뚜렷한 해결책은 보이지 않고, 치솟는 유가에 민심이반이 확실하게 감지되면서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현 상황에 대해 의구심을 표출하기 시작했다.

민주당이 발의한 전쟁결의안에 대한 표결은 원래 지난 5월 21일 진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결의안을 부결시킬 수 있는 충분한 표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인지한 공화당 지도부가 표결을 갑작스럽게 연기했다. 이런 결정은 앞서 진행된 별개의 표결 과정에서 공화당이 소속 의원들의 이탈과 불참으로 인해 의사진행 주도권을 상실한 직후 내려졌다.

당 지도부는 정치적 파장이 훨씬 더 큰 전쟁결의안 표결에서 또다시 당과 대통령이 공개적인 패배를 당할 위험을 우려해 시간을 벌고자 했다.

해당 결의안을 발의한 하원 외교위원회 민주당 간사 그레고리 믹스 의원은 이날 공화당이 표결 일정을 철회한 것은 결의안 부결에 실패할 것을 알았기 때문이라며, 이 전쟁이 “정치적으로나 전략적으로 재앙”이라는 사실을 공화당조차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결의안 표결을 무한정 연기할 법적 근거는 없었다. 결국 6월 3일 표결에 부치면서 공화당 지도부는 표결 직전까지 내부 이탈을 막기 위해 분투한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표결 직전 기자들에게 해당 결의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며,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모색하고 있는 대통령의 군 통수권자로서의 역량을 약화시킬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결국 4명의 공화당 의원 이탈을 막을 수는 없었다.

미국인 대다수 전쟁에 회의적

이번 표결은 대다수 미국인이 실익이 없다고 여기는 이란전쟁을 끝내도록 대통령을 압박하려는 여당 내 일부 의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다수 미국인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상대로 시작한 전쟁을 지지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미국 국익에 해롭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적어도 전쟁 초기에는 광범위한 지지를 받거나 애국심을 자극해 대중을 결집시키는 효과를 누렸던 미국 현대사의 다른 전쟁들과 차별되는 점이다.

5월 15일부터 21일까지 글로벌 리서치 기업 입소스(Ipsos)가 미국 성인 137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핵심 현안 설문조사(Critical Issues Poll)’ 결과에 따르면 대다수 미국인은 이란전쟁이 미국의 이익에 긍정적인 영향보다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또한 미국과 이란 가운데 어느 쪽도 이 전쟁에서 승리했거나 승리하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민주당원의 84%와 무당파의 63%는 이 전쟁의 영향이 긍정적이기보다는 부정적이었다고 답했고, 공화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긍정적(25%)이라는 평가보다 부정적(33%)이라는 평가가 더 우세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 결의안 통과는 5개월 후 치러지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전쟁 반대 여론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공화당과 트럼프 대통령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며 당내 분열이 표면화된 사례로 볼 수 있다.

트럼프가 요구한 백악관 연회장 경비를 위한 10억달러(약 1조5000억원) 규모 예산안과 약 18억달러(약 2조7000억원) 규모의 ‘사법 피해자 기금’ 등이 공화당 내부 반발에 직면해 추진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당의 대통령에 대한 무조건적 지지에 균열이 일어나고 있다는 또 다른 사례다. 공화당 일선 의원들이 의석을 지키기 위해 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있는 대통령과 거리를 두려 한다는 분석이다.

늘어난 이탈표는 또한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에게 뼈아픈 타격이 됐다. 트럼프의 공개 지지를 받아 하원의장에 재선출된 그는 대통령의 뜻에 따라 전쟁에 대한 이의제기나 대통령 권한을 제한하려는 시도를 막는 데 온 힘을 다해 왔다.

하지만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당내에서 커지는 회의와 우려, 그리고 의회를 장악하고 있지만 민주당과의 의석수 차이가 근소하다는 현실적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결의안 통과 다음 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이를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 민주당 의원들이 트럼프에게 승리를 안겨주느니 차라리 자국의 패배를 원한다는 “비애국적 행위”를 했다고 비난하면서, 특히 찬성표를 던진 4명의 공화당 의원들을 겨냥해 그저 ‘자기 과시’에만 급급한 자들이라며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분노를 표했다.

트럼프 거부권 넘어 실제 효력은 불투명

반면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원내대표는 성명을 통해 공화당이 다수임에도 거듭된 시도 끝에 트럼프에게 책임을 묻기 위한 전쟁권한 결의안을 성공적으로 통과시켰다며 “이제 상원 공화당이 올바른 행동에 나설 때”라고 밝혔다.

하원을 통과한 결의안이 법적 효력을 갖기 위해서는 상원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설령 상원에서 통과되더라도 전쟁권한법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트럼프가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 확실시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무력화하기 위해서는 상·하원 2/3의 동의를 얻어야 하므로 결의안이 실제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아직은 상징적 의미에 그친다는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정부가 시작한 전쟁에 책임을 묻기 위한 첫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당초 대통령에게 무제한적 권한이 있다고 거듭 주장해 온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이제 그 입장을 재고하고 있다는 점은 결국 유권자의 뜻을 무시하는 충성심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남수경

뉴욕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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