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재편하는 일본 산업지도
손정의 회장의 AI 생태계 베팅 … 산업계 전반에 협력 체계 구축
소프트뱅크(SBG)가 주도해 설립한 인공지능 신규회사 ‘일본 AI 기반모델 개발(Japan AI Foundation Model Development)’에는 현재 소프트뱅크를 중심으로 NEC 혼다 소니 미쓰비시UFJ은행 일본제철 아사히카세이 후지쯔 야스카와전기 등 다양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일본이 강점을 보유한 제조업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피지컬 AI(Physical AI)’ 구현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산업계 전반에 걸친 폭넓은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일본의 투자 플랫폼, 소프트뱅크그룹
SBG는 통신사업을 기반으로 성장해왔지만 현재는 AI, IoT, 핀테크, 차세대 인프라 등 미래성장 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글로벌 기술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2026년 6월 1일에는 시가총액이 토요타자동차를 넘어서며 일본 시가총액 1위 기업이 되었다. 이는 일본 증시의 중심이 전통 제조업에서 AI·디지털 산업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으로 평가된다.
산하 반도체 설계 기업 암 홀딩스(Arm Holdings)의 기업가치가 크게 상승한 점과 오픈AI에 대한 대규모 투자 역시 긍정적인 요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오픈AI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5년 3월 말 약 2%에 불과했으나 2026년 3월에는 약 25%로 급격히 증가했다. 이처럼 AI 인프라 분야의 주도권 확보를 목표로 한 일련의 사업 전개가 시장의 호평을 받으며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
2025년에는 오픈AI, 오라클, 중동의 투자펀드와 협력해 ‘스타게이트(Stargate)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당시 계획된 투자 규모는 4년간 총 5000억달러에 달했다. 또한 오픈AI와 공동으로 기업용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크리스털 인텔리전스(Crystal Intelligence)를 설립했다.
아울러 스위스의 중전기 기업 ABB로부터 로보틱스 사업을 인수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로즈(Rose)라는 AI 로봇 관련 기업을 설립해 연내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사업들은 모두 오픈AI의 추론 모델과의 결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소프트뱅크그룹은 통신·투자·금융사업을 아우르는 복합기업이다. 투자 대상 기업은 약 470개 이상, 총 자산 규모는 약 50조엔에 달한다. 하지만 이러한 방대한 투자 포트폴리오를 매우 작은 규모의 ‘관리하지 않는 조직 구조’가 운영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손정의 회장의 독특한 투자 철학이 있다. 투자 기업을 세세하게 통제하기보다 유망한 창업가와 경영진에게 과감히 자본을 투자하고, 이후에는 자율성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그룹 경영의 근간에는 손정의 회장의 분명한 신념이 자리하고 있다. 그 신념은 바로 “AI와 데이터가 인류의 미래를 바꿀 것”이라는 믿음, 다시 말해 300년에 한번 찾아올 산업혁명에 대한 장기적인 베팅이다. 즉, 소프트뱅크그룹은 단기 실적보다 AI 시대의 주도권 확보를 우선시하며, 이를 위해 과감한 투자와 장기적 관점의 경영을 지속하고 있다.
로봇 산업 재정의하는 야스카와전기
야스카와전기는 1915년 설립된 일본의 대표적인 모터·로봇 제조기업으로 산업용 로봇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시장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2035년까지 ‘AI 기반 자동화 기업’으로 진화하는 것을 목표로 ‘피지컬 AI’를 핵심 성장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다. 산업용 로봇과 자동화 분야에서 AI 활용을 강화하는 한편 자동차·반도체와 같은 통제된 공장 생산라인에 머물지 않고 사무실 병원 농업자동화 의료·헬스케어 물류시설 빌딩 등 비제조 분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이와 같은 환경에서 로봇이 안정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고도의 공간인식 능력뿐만 아니라 초소형·고출력·고응답성을 갖춘 구동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복잡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현실 환경에서 로봇이 원활하게 움직이기 위해서는 뛰어난 AI뿐 아니라 빠르고 정밀하게 반응하는 모터·서버·구동기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엔비디아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GPU의 강력한 연산 능력을 활용해 로봇의 자율성과 제어 성능을 높이고 있다. 특히 사전 프로그래밍에 의존하지 않는 유연한 동작이 가능해지면 다품종 소량생산 공정은 물론 인력 부족이 심각한 물류·서비스 분야로도 활용 범위를 넓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회사의 궁극적인 목표는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에서 ‘세계 표준 하드웨어 공급업체’의 지위를 확보하는 것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AI 소프트웨어와 자사가 보유한 모터·서버·구동장치를 가장 효과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위치를 확보하고 있으며, 이것이 새로운 시장 창출의 가장 큰 경쟁력으로 평가된다.
야스카와전기는 더 이상 단순히 기계를 만드는 ‘기계 제조기업’이 아니다. AI가 현실 세계를 움직이는 ‘Real World AI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을 추진하면서 로봇 산업의 개념 자체를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 오랜 기간 축적해 온 제어기술, 구동기술, 로보틱스 역량, 그리고 산업현장 적용 경험은 AI 전문 기업들이 쉽게 갖추기 어려운 강력한 경쟁력이다.
2026회계연도(FY2026)에는 매출과 이익이 모두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며, 로봇 및 자동화 분야에 대한 투자를 지속 확대할 계획이다. AI와 반도체 시장의 성장세가 이어지면서 관련 사업의 실적개선이 기대되고 있다.
후지쯔, 사회 인프라 기업으로의 전환,
후지쯔는 기존 IT 서비스 기업에서 AI 중심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AI, 양자기술, 데이터 인프라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고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생성형 AI 확산에 따른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와 AI 서비스 시장 확대의 수혜가 기대되고 있다.
회사는 창립 100주년이 되는 2035년을 목표로 ‘AI 시대의 사회 인프라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지금까지 성장을 이끌어 온 메인프레임 사업은 점차 축소되는 반면, AI 슈퍼컴퓨터와 양자컴퓨터 등 차세대 컴퓨팅 기술은 본격적인 실용화 단계에 진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AI 시대의 컴퓨팅 인프라와 산업별 전문성을 기반으로 새로운 성장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후지쯔는 ‘소버린 플랫폼’ ‘피지컬 AI’, ‘인텔리전트 소사이어티’라는 세 가지 성장 축을 제시했다. 첫번째 축인 소버린 플랫폼은 국가와 기업이 데이터와 AI 자산을 외부 플랫폼에 의존하지 않고 안전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차세대 컴퓨팅 기반이다. 후지쯔는 AI 슈퍼컴퓨터와 양자컴퓨팅 기술을 통해 이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두번째 축인 피지컬 AI는 인간과 로봇이 협력하며 자율적으로 진화하는 AI 생태계를 의미한다. 디지털 세계와 현실 세계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후지쯔 코즈치 피지컬 OS(Fujitsu Kozuchi Physical OS)’는 제조사가 서로 다른 로봇과 센서, 실제 공간 데이터, 그리고 사람의 활동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이를 통해 공간 전체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해 협조적으로 제어하고 AI가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세번째 축인 인텔리전트 소사이어티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해 도시와 교통, 에너지, 행정 등 사회 전반의 운영을 최적화하는 미래 사회 플랫폼이다. 정부·행정 헬스케어 물류 제조 국방 분야에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고 AI를 활용해 미래 예측과 사회 운영 최적화를 추진하고 있다.
회사의 목표는 상당히 구체적이다. 2035년 세계 AI 서비스 시장 규모가 약 200조 엔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회사가 집중하는 신규 사업 영역의 시장 규모는 약 30조엔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이 30조엔 규모의 시장에서 기술 혁신을 바탕으로 사회 변화를 주도하며 전체 시장의 10%에 해당하는 3조엔 규모의 사업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