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소프트뱅크 주도 일본 AI연합의 의미

2026-06-11 13:00:10 게재

소프트뱅크의 시가총액이 지난 6월 1일에서 3일까지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인 도요타를 일시적으로 능가해 일본 1위 기업으로 도약했다. 이에는 소프트뱅크 그룹의 AI 전략에 대한 기대가 포함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프트뱅크가 소니그룹, NEC, 혼다, 일본제철, 3대 메가뱅크 등과 설립한 인공지능(AI) 개발 신회사인 ‘일본AI 기반모델개발’에는 아사히화성을 비롯한 일본기업 약 30개사가 출자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아마 최종적으로는 보다 많은 기업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제조현장 데이터 집약해 피지컬AI 개발 주력

소프트뱅크 주도로 전개될 일본 AI 연합은 2027년까지 1조 파라미터 규모의 대규모 AI 모델을 개발한 후 2029년에는 이미지·음성 등 멀티모달 처리 능력을 확장하고 2030년대 초에는 무게·온도·거리 등 현실세계의 물리정보를 통합적으로 처리하는 기능까지 구현할 방침이다.

미국 빅테크 등은 언어 모델 기반의 AI를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있어서 제조업체 등이 가진 현장의 물리적 데이터를 반영하기 어렵지만 일본은 제조 현장의 정밀한 데이터를 집약해 피지컬 AI의 개발에 주력하겠다는 전략이다.

사실 연합세력에 참여할 것으로 보이는 아사히화성, 야스카와전기 등의 제조기업은 재료 데이터, 제조조건(온도 압력 성분배합), 공장에서의 로봇 동작 데이터, 품질 및 안전 데이터 등을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다. 일본기업으로서는 이러한 현장 데이터 기반의 AI로 승부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듯 하다.

미국 빅테크가 강한 대규모 언어모델에서 일본기업이 역전할 기회는 한정되고 있으나 피지컬AI는 아직 미성숙 시장이기 때문에 세계적인 리더가 없는 상태여서 일본기업들도 기회가 있다고 보고 있다. 물론 수년 후에는 대규모 언어 모델에서 인간 지능을 능가하는 초지능 AI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나 일본기업 연합으로서는 이것이 피지컬 AI를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소프트뱅크의 구상으로 보면 피지컬 AI는 물리세계를 직접 제어하고 최적화하는데 필요한 지능을 중심으로 설계될 것으로 보인다. 로봇, 공장자동화 라인, 자율주행, 물류시스템 등에서 발생하는 고차원 센서 데이터(영상·LiDAR·음향·힘의 감각·토크 등)를 통합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멀티모달 구조를 채택한다. 단순히 언어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기계의 동작을 예측하고 제어하기 위해 시뮬레이션 기반 학습, 강화학습, 제어 최적화 알고리즘이 결합된 형태가 될 수 있다.

또한 대규모 산업 데이터를 활용해 로봇의 경로계획, 충돌회피, 작업 효율 최적화와 같은 물리적 의사결정을 수행하며 실시간 제어를 위해 경량화된 온 디바이스 추론 구조도 포함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이 모델은 ‘말을 잘하는 AI’가 아니라 기계를 움직이고 산업현장을 생각하면서 자동화하는 데 특화된 차세대 물리지능(Physical Intelligence) 플랫폼으로 기능할 전망이다.

한국도 기업간 협력체제 통한 경쟁력 강화 모색해야

한국도 각 산업의 공정 자동화 경쟁에서 새로운 기술력을 확보하는 노력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로봇 제어용 AI 모델, 산업 데이터 플랫폼, 공정 디지털 트윈 등에서 선제적 투자와 표준화 전략을 강화해 제조경쟁력의 구조적 약화를 방지해야 한다. 대기업간 경쟁구도에서는 일본과 같이 기업연합을 구축하는 것은 어려운 측면도 있으나 정부 협력의 ‘중립적 플랫폼’ 방식을 모색할 수도 있을 것이다.

민간기업간 경쟁영역과 공통인프라 영역을 나누면서 국가 AI 로봇 플랫폼, 산업용 데이터 공유 허브, 제조 디지털 트윈 국가 표준화 부분 등에서는 기업 간 협력체제를 통한 경쟁력 강화 전략을 모색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지평 한국외국어대 특임강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