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전세계로 퍼지는 청소년 SNS 금지

2026-06-22 13:00:23 게재

청소년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중독은 거의 모든 나라의 큰 걱정거리다. SNS와 온라인 플랫폼에서 청소년들이 도박이나 마약류 범죄에 손쉽게 노출되는 사례는 수없이 많다. 청소년들이 자살 조장, 사이버 괴롭힘, 폭력, 섭식장애 같은 부정적 콘텐츠에 끌리는 것도 상당 부분 SNS에서 나온다. 허위조작 정보나 극우적 사고를 받아들이는 데도 SNS가 핵심도구로 작용한다.

SNS를 잠깐만 보려다 1~2시간이 훌쩍 지나가는 일이 더는 낯선 풍경이 아니다.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인공지능(AI)이 쉴 새 없이 추천하기 때문이다. 자제력이 약한 청소년에게는 한결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이는 단순한 시간낭비를 넘어 수면부족, 집중력 저하, 인지발달 저해 같은 정신건강 문제로 이어진다.

청소년의 SNS 중독 거의 모든 나라의 큰 걱정거리

SNS를 중독성 있게 만든 거대 기술기업(빅테크)의 책임을 인정하는 첫 판결도 지난 3월 미국에서 나왔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법원은 메타(인스타그램)와 구글(유튜브)에 600만달러 손해를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무한 스크롤, 개인 추천 알고리즘, 자동 재생 기술을 지닌 SNS가 중독성을 유발하도록 설계됐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15세 청소년의 절반 이상이 일주일에 30시간 이상 디지털 기기를 쓴다는 통계가 나왔다. 일부 청소년은 주당 최대 60시간 이상을 소비한다. 하루 평균 4시간, 많게는 8시간 30분 이상 스마트폰 화면을 보면서 지내는 셈이다. SNS 사용 시간이 긴 청소년일수록 우울감과 불안을 느낄 위험도 더불어 높아진다. 청소년이 하루 2시간 이상 SNS를 사용하면 1년 뒤 우울 증상과 삶의 만족도 저하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청소년 SNS 중독은 자율규제나 교육으로 풀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자 표현의 자유와 평등의 가치를 중시하는 자유주의 선진국이 먼저 초강수를 들고나왔다. 호주는 지난해 12월 세계 최초로 16세 미만의 SNS 계정 개설을 전면 금지하는 충격요법을 썼다. SNS 과의존 책임이 빅테크 기업의 알고리즘에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호주는 OECD 국가 가운데 청소년의 신체적 정서적 사회적 발달을 지원하는 다양한 복지 체계를 촘촘하게 갖춘 나라인데도 그렇다. 호주는 플랫폼이 16세 미만 사용자의 계정 개설과 유지를 기술적으로 차단해야 할 의무를 지며, 이를 위반하면 최대 4950만 호주달러(한화 약 500억원)에 이르는 벌금을 부과한다. 16세 미만 이용 금지 대상 SNS는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엑스(X·옛 트위터) 스냅챗 틱톡 레딧 같은 주요 플랫폼이다.

세계적인 규제 흐름은 가팔라졌다. 영국정부도 지난주 ‘16세 미만 SNS 금지령’을 발표했다. 압도적인 여론에 힘입어 키어 스타머 총리가 직접 나섰다. 오는 12월까지 법안을 제출하고 내년 초부터 시행한다. 18세 이하 청소년에 대해서는 콘텐츠를 내리면서 보는 ‘스크롤링’ 금지 조치가 시행될 예정이다. 18세 미만 청소년은 연애나 성적인 목적의 AI 챗봇 이용이 금지된다. 영국은 호주 규제보다 더 광범위하게 접속을 금지하는 ‘호주 플러스’ 모델을 추진한다. 영국정부는 16~17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무한 스크롤과 이용 시간제한 등 SNS의 일부 기능을 제한하는 규제도 검토할 예정이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EU) 국가 10여 곳도 뒤따르는 추세다. 인도네시아는 지난 3월 아시아 국가 중 처음으로 16세 미만 이용자의 SNS 계정 생성을 금지했다. 아랍에미리트(UAE)는 아랍권 최초로 지난주 15세 미만 아동의 SNS 사용을 금지하기에 이르렀다. 캐나다 브라질 같은 아메리카 대륙 국가도 이미 청소년의 SNS 이용을 금지하거나 제한하고 있다.

실질적인 공론화 거쳐 결단을 내려야 할 때

한국은 SNS 사용 인구는 많지만 사용 금지 논의가 활발하지 않다. 청소년 SNS 금지법 도입에 관한 공감대는 확산하는 분위기다. 한국 국민 10명 가운데 7명은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이용을 제한해야 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국회에는 관련 법안이 여러 건 발의됐으나 정당 간의 다른 현안 대립으로 논의 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연령 제한이 실제로 실행되기 쉽지 않고, 청소년의 사회적 연결을 차단하는 부작용이 있다는 반론도 있긴 하다. 실제로 호주에서 일부 청소년이 가짜 생년월일로 계정을 만들거나 가상사설망(VPN)을 이용해 규제를 우회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그렇지만 자유주의가 한국보다 강한 나라들이 SNS 규제를 본격화하는 걸 보면, 일부 부작용을 감당하고서라도 실질적인 공론화를 거쳐 결단을 내려야 할 때가 됐다.

김학순 본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