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김채희 켄텍
도전을 즐기는 에너지 덕후 지속가능한 미래 꿈꿔요
고등학교 1학년 때 우연히 들은 기후위기 강연은 채희씨의 진로를 바꿔놓았다. 생명공학도를 꿈꾸던 학생은 에너지와 환경 문제 해결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후 바이오에너지와 인공광합성, 탄소 포집 기술로 관심을 넓혀갔다. 특히 3년 동안 감자와 고구마를 발효해 바이오에탄올을 단계별로 제작해보고, 버섯 균사체로 친환경 스티로폼을 만들며 관심 분야를 더 깊게 파고들었다. 실험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실패를 겪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원인을 하나씩 분석하고 방법을 바꿔가며 도전을 이어갔다. 또 교과에서 배운 개념은 인공지능, ESG, 친환경 에너지 기술과 연결하며 확장해나갔다. 작은 호기심도 직접 확인해보며 자신만의 길을 걸어온 ‘에너지 덕후’ 채희씨의 고교 생활을 들어봤다.
김채희
호기심 따라 넓어진 관심사
채희씨가 에너지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우연히 들었던 기후위기 관련 강연이었다. 강연을 통해 기후변화와 에너지 문제가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접하며 진로에 대한 고민도 깊어졌다. 모교인 보문고 과학중점반에서 <물리·화학·생명과학Ⅰ·Ⅱ>와 <지구과학Ⅰ>을 이수하고, 진로선택 과목으로 <고급화학> <고급생명과학>까지 배우며 관심 분야를 넓혀갔다.
“중학교 때까지는 생명공학에 관심이 있었어요. 그런데 기후위기 관련 강연을 들으면서 환경 문제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다양한 분야와 연결돼 있다는 걸 알게 됐죠. 특히 에너지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 문제를 접하면서 에너지 분야에 관심이 생겼어요.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차원을 넘어 기술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게 느껴졌습니다.”
이후 관심은 에너지 기술 전반으로 확장됐다. 특히 <고급생명과학>에서 광합성과 에너지 전환 과정을 배우며 식물이 탄소를 흡수하고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원리에 주목했다.
“2학년 때는 바이오에너지에 관심이 많았어요. 생명과학을 공부하다 보면 식물이 가장 먼저 떠오르잖아요. 식물이 광합성을 하면서 탄소를 흡수한다는 점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그러다 그 과정을 인공적으로 구현하는 인공광합성 기술도 알게 됐고, 탄소를 포집해 활용하는 기술까지 찾아보게 됐죠. 하나를 공부하면 또 다른 궁금증이 생겨서 계속 탐구 범위가 넓어졌던 것 같아요. 다양한 기술을 접하면서 에너지 분야를 더 깊이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행착오 끝에 찾은 성취감
채희씨는 고교 3년 동안 과학탐구 클리닉 STEP 1·2·3 활동을 통해 바이오에탄올 생산 실험을 꾸준히 이어갔다.
“구황작물로 바이오에탄올을 만들 수 있다는 내용을 인터넷에서 보고 진짜 가능한 건지 직접 실험해보고 싶었어요. 1학년 때는 교과에서 배운 에너지 전환 개념을 토대로 실험을 설계했고, 2학년 때는 엔진 효율을 어떻게 측정할지 방법을 구체화했어요. 3학년 때는 감자와 고구마를 직접 발효시켜 에탄올을 만들고 그 연료로 실제 스털링 엔진을 가동해봤죠. 그 결과, 당분과 전분 함량이 영향을 줘 고구마가 감자에 비해 조금 더 높은 효율이 나왔어요.”
실험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발효에 필요한 효소를 구하는 일부터 엔진 회전 속도를 측정하는 장치를 만드는 과정까지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많았다고.
“정말 고난의 연속이었어요. 효소를 구해야 했는데 해외에서만 판매되는 제품이라 주문이 계속 취소됐거든요. 결국 소화 캡슐 속 효소를 대체제로 찾아 해결했는데 그 과정만 두세 달 정도 걸렸어요. 실험할 때도 감자와 고구마를 직접 익혀 껍질을 벗겨 으깨야 했고, 발효 상태를 계속 확인해야 해서 쉬는 시간마다 실험실로 올라가서 저어주고 다시 내려오기를 반복했죠. 2학년 때는 엔진 회전 속도를 측정하려고 아두이노를 처음 배웠는데, 팀원 중 아무도 써본 사람이 없어서 독학으로 책을 사 공부하고 인터넷을 찾아보며 코드를 작성하기도 했어요. 센서가 작동하지 않을 때는 선생님께 여쭤보면서 하나씩 해결하기도 했고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했지만, 그래서 오히려 맨몸으로 부딪혀보며 배운 게 많았던 활동이었습니다.”
2학년 동아리 활동에서는 버섯 균사체를 활용한 친환경 스티로폼 제작 실험도 진행했다.
“수련회에서 바닷가에 버려진 스티로폼 쓰레기를 본 후, 이걸 대체할 수 있는 소재가 없을까 고민했어요. 그러다 해외에서 버섯 균사체를 활용해 포장재를 만든 사례를 알게 됐죠. 직접 만들어보고 싶어 버섯을 구매해 균사체와 톱밥을 섞어 배양하면서 스티로폼처럼 단단한 형태가 만들어지는지 확인했어요. 산업 현장에서는 혼합 비율이나 온도, 습도가 엄청 중요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버섯 종류와 환경을 다르게 해 여러 샘플을 만들고, 그중 괜찮은 모델을 골라 같은 모양으로 잘랐어요. 이후 흙에 묻고 물에 담가보면서 분해도와 내구도를 비교했죠. 처음엔 ‘나도 충분히 만들 수 있겠다’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실제로 해보니 훨씬 어렵고 까다롭더라고요. (웃음) 그래도 자료로만 보던 내용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정말 의미 있었던 활동이었습니다.”
작은 시도를 쌓아가길
에너지 분야에 대한 관심을 키워온 채희씨는 대학 지원 시에도 자신의 진로와 관련된 연구 환경을 중요하게 고려했다. 켄텍은 입학 직후부터 연구를 경험할 수 있고, 학생들이 경쟁보다 협력을 바탕으로 함께 공부하는 분위기라는 점에서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다른 대학은 보통 3학년 정도 돼야 연구실에 들어갈 수 있는데, 켄텍은 1학년 때부터 원하면 학부연구생으로 활동할 수 있는 게 매력적이었어요. 또 대부분 절대평가라 경쟁보다는 함께 공부하는 분위기가 강한 점도 좋았습니다. 대학에 들어온 후 실제로 룸메이트와 같은 수업을 들으면서 모르는 부분을 물어보기도 하고 스터디도 같이 하고 있어요. 그리고 교내 프로그램을 통해 탄소 포집 관련 장비의 구조와 원리를 배우고, 실제 연구실에서 장비가 어떻게 운영되는지도 살펴보며 공부하는 중이에요. 처음부터 한 분야만 깊게 파기보다는 여러 분야를 경험하면서 관심 분야를 찾아갈 수 있다는 점도 좋은 것 같아요.”
채희씨는 작은 실험이라도 직접 해보는 경험을 소중히 여기라고 조언했다.
“종합전형을 준비한다면 간단한 실험이라도 꼭 해보면 좋겠어요. 알기만 하는 것과 실제로 해보는 건 정말 다르거든요. 책만 읽고 보고서로 정리하는 것과 직접 실험해본 뒤 보고서를 작성하는 건 이해의 깊이부터 다르다고 생각해요. 대학에서도 그런 과정의 차이를 알아줄 거고요. 아무리 사소해 보여도 실제로 해봤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으니까 그런 경험을 소중하게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취재 전지원 기자 support@naeil.com
사진 배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