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정치권이 무가치함과 싸우는 사이에

2026-06-22 13:00:39 게재

최근 종영한 한 드라마는 독특한 제목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줄여서 ‘모자무싸’다. 현대인이 겪는 실존적 고뇌와 결핍을 ‘스스로의 무가치함과 싸우는 과정’으로 비유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그런데 요즘 여의도 정치권을 보노라면 이 ‘무가치함과의 싸움’이라는 표현이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시대정신이나 공공의 가치는 뒤로한 채 오직 개인의 안위와 진영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국민의 눈에는 지극히 ‘무가치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얘기다.

현재 여야를 막론하고 벌어지고 있는 당권투쟁은 거창한 비전의 충돌이 아니다. 그 바탕에는 ‘내가 가진 자리를 잃는 순간 나의 정치적 생명도 끝난다’는 두려움이 깔려 있다.

오는 8월 전당대회가 예정된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차기 당권을 두고 ‘친명(이재명)’이니 ‘친청(정청래)’이니 ‘친석(김민석)’이니 하는 말들이 나돌고, 계파 간에 끊임없는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그들만의 리그에서는 이것이 대의명분을 위한 거룩한 투쟁처럼 느껴질지 모르겠으나 국민들의 눈에는 그저 기득권을 놓지 않겠다는 탐욕으로 보일 뿐이다.

국민의힘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다. 6.3 지방선거 이후 장동혁 대표를 향한 사퇴 여론이 들끓고 있지만 지도부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방패삼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이 역시 지금 자리에서 물러나면 정치권에서 자신의 존재가치가 소멸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투영된 결과다.

여야 모두 당과 국가, 나아가 국민을 위한 책임정치라는 본연의 가치보다 어떻게든 자리를 보존해 개인의 미래를 도모하겠다는 욕심만 투명하게 드러내 보이고 있다. 정치권이 자신의 안위를 위해 무가치한 싸움에 매몰된 사이 정작 가장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가치인 ‘민심’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주권자들은 이번 6.3 지방선거를 통해 여야 모두에게 오만을 버리라는 균형과 견제의 경고장을 보냈다. 어느 당도 승자라고 자신있게 얘기할 수 없는 절묘하고도 준엄한 민심의 표출이었다. 하지만 여야 모두 선거 결과를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며 자리보전에만 열중하고 있다.

평범한 서민들은 매일 생계와 현실의 무게를 감당해내고 있다. 그런데 여의도 정치는 소모적인 당권투쟁에만 힘을 쏟으며 국민적 환멸을 자초하고 있다. 정치가 지향해야 할 진짜 가치는 자신들의 안위가 아니라 국민의 삶을 돌보고 내일을 안심시키는 민생이어야 한다.

정치권이 민심을 위한다는 엄중한 가치를 직시하지 않는다면 그들이 그토록 지키고자 애쓰는 정치생명은 결국 주권자들에 의해 막을 내릴 수밖에 없다. 자리만 탐하는 정치권의 무가치함을 주권자들은 용인하지 않기 때문이다.

박소원 정치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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