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연임 도전 수순…여권 당권갈등 해법 과제
24일쯤 출마선언 가능성 … 김민석 송영길도 채비
“원수 싸우듯 말라” 이재명 대통령 만류도 안 통해
더불어민주당이 사실상 전당대회 모드에 돌입한 가운데 당 안팎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계파 간 정면충돌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정청래 대표가 연임 도전을 위해 이번 주 중 사퇴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방선거 후 본격화된 당권 갈등이 분수령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22일 민주당 등에 따르면 정청래 대표는 24일쯤 대표직에서 물러나 8.17 전당대회에서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22일 “(대표가) 특별한 언급이 없는 것으로 봐서는 전당대회 출마를 위해 대표직에서 물러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오는 24일 최고위원회의, 26일 당무위원회를 거쳐 전당대회준비위원회와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2024년 당대표 연임에 도전할 당시 전준위 구성 전 대표직을 사퇴했던 전례를 따라 사실상의 출마 선언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정 대표가 출마를 공식화하면 김민석 국무총리, 송영길 의원 등 당내 당권 주자들의 행보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김 총리는 22일 중국 출장 후 한성숙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25~26일) 이후 이달 말쯤 당에 복귀할 것으로 알려졌다. 송영길 의원도 23일부터 나흘간 미국 워싱턴 출장을 마친 뒤 전대 채비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들은 지방선거 평가, 이재명정부 2년 차 국정 호흡 등을 이유로 정청래 대표 체제 연임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
김민석 총리는 21일 국회에서 열린 지방선거 당선자 워크숍에 참석해 현 시점을 ‘당의 역사적 분기점’이라고 규정한 뒤 “다시 이기는 민주당을 만들어내는 것이 우리의 또 한 번의 과제”라고 언급했다.
김 총리는 “이제 4년 남았는데 중앙정부가 흔들리면, 대통령이 흔들리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나”라며 “민주당을 단단히 세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번에도 이기고, 다음에도 이기고, 앞으로도 이긴다는 자신감을 줄 수 있는 민주당으로 다시 우리 신발 끈을 매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방선거와 관련해서는 “좋은 결과를 냈지만 아쉽게도 완벽한 승리라고 선언하기 조금 어려운 결과가 있었다”며 “우리 모두 더 성찰하고, 더 혁신하고, 더 나아가야겠다”고 했다.
같은 자리에서 정청래 대표는 민주당이 처음 승리한 강원도 동해시장 선거 등을 거론한 뒤 “눈부신 선전은 큰 감동을 줬다”며 “동시에 선거 과정에서 국민이 보내주신 매서운 질책과 비판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송영길 의원은 21일 KBC ‘뉴스메이커’에 출연해 “이 당이 무너지면 대통령의 레임덕으로 가는 것”이라며 “정청래 지도부가 이것을 부정하고 정면으로 대통령과 싸우겠다고 출마를 하는데 이를 정리하지 못하면 집권당이 어떻게 되겠나”라고 현 당 지도부를 직격했다. 그러면서 “완전히 국정 동력을 상실할 수 있는 위기 상황”이라며 “지금 장관(으로 임명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전당대회에 집중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며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정 대표와 김 총리는 19~20일 전북을 각각 방문해 비공개 활동을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당 안팎에선 정 대표의 연임 도전이 공식화될 경우 8월 전당대회까지 두 달간 친청·반청 그룹 간의 갈등이 한층 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9일 유럽 순방 결과 브리핑에서 “원수 싸우듯이 하지 말라”며 당권 경쟁 자제를 당부했다. 22일에도 엑스(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정치의 목적은 집권 자체를 넘어, 나라의 운명과 5000만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것”이라면서 “세계 시민의 이상 국가, 대체 불가 대한민국을 향해 조금 더 힘을 내주시고 작은 차이를 넘어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권력 투쟁에 매몰되기보다는 국정 전체를 책임진다는 엄중한 자세로 정치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메시지로 풀이된다.
우원식 전 국회의장, 박지원 의원, 이광재 의원 등이 당권 경쟁에 우려를 표시하며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지만 당내 계파 간 신경전은 가라앉지 않는 모습이다. 각 계파 의원뿐 아니라 지지층까지 공방에 가세한 상황에서 갈등 해소가 쉽지 않다는 전망이 많다. 민주당 관계자는 “다음 총선 공천권을 비롯해 사활이 걸려있는 상황에서 발을 빼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내부 갈등이 격화되면서 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부정 평가도 늘어났다. 21일 에너지경제신문·리얼미터 여론조사(15~19일, 2517명, 무선전화 ARS,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0%p, 응답률 4.2%,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이 대통령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46.7%(매우 잘함 36.1%, 잘하는 편 10.6%)로 지난주 대비 4.8%p 하락했다. 부정 평가는 49.7%(매우 잘못함 37.8%, 잘못하는 편 11.9%)로 5.5%p 상승했다. 리얼미터는 6.3 지방선거 관리 부실 사태로 촉발된 책임론 확산과 여당 내 당권 갈등이 정국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