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동티모르에서 싹트는 'K지식재산'

2026-06-29 13:00:10 게재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동티모르가 어떤 나라인지 묻는다면 많은 사람들은 선뜻 답하지 못할 것이다. 일부는 아직도 내전이나 분쟁이 계속되고 있는 나라로 기억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동티모르는 21세기 최초의 독립국가로 오랜 혼란을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의 11번째 정식 회원국이 되며 국제사회에서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한국과 동티모르 관계도 특별하다. 내전으로 어려움을 겪던 시기 우리나라는 유엔 평화유지군의 일원으로 상록수부대를 파견했고 그 과정에서 다섯분의 소중한 희생도 있었다. 이후 양국은 경제·문화·행정 등 다양한 영역에서 협력을 이어왔다. 최근에는 지식재산 분야에도 손을 잡았다.

현재 지식재산처는 세계지식재산기구(WIPO)와 함께 동티모르 정부 내 지식재산 전담조직 신설을 지원하고 있다. 외국 정부의 지식재산 전담조직 설립을 지원하는 것은 지식재산처 공적개발원조(ODA)사업 역사상 처음이다. 지식재산 관련 법·제도 컨설팅부터 업무절차 수립, 출원서식 마련, 교육에 이르기까지 조직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기반구축이 이번 사업의 핵심이다. 지난해에는 동티모르 공무원들을 한국으로 초청해 우리의 경험을 공유하기도 했다.

이번 사업은 단순한 개발협력을 넘어 한국형 지식재산 모델, 이른바 ‘K-지식재산’이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이미 여러 국가의 지식재산 역량 강화를 지원하며 경험과 전문성을 축적해 왔다.

중동에서는 2014년부터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심사관을 파견해 특허심사를 지원하고 있으며 지식재산행정시스템 구축에도 협력하였다. 사우디아라비아에는 심사관과 민간전문가를 파견하여 국가지식재산전략 수립과 심사역량 강화를 지원했다. 최근에는 카타르의 국가지식재산전략 수립도 돕고 있다.

또한 한국국제협력단(KOICA) 등과 협력해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여러 국가를 대상으로 지식재산행정시스템 구축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적정기술 보급과 지역특산물 브랜드 육성사업도 전개하고 있다.

개발도상국에 당장 필요한 것은 도로와 항만, 전력 같은 물리적 인프라일 수 있다. 그러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창의와 혁신을 보호하고 산업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제도적 기반도 필요하다.

지식재산 제도를 통해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가 시장에서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고 지역특산물이 브랜드가 되어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 결국 지식재산은 국가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발전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토대다.

지식재산처는 개발도상국의 지식재산 역량강화를 위한 지원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의 글로벌 위상을 높이는 것은 물론 각국의 성장과 발전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언젠가 동티모르의 커피가 강력한 브랜드를 바탕으로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그것은 단순한 상품의 성공을 넘어 K-지식재산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성장이야기가 될 것이다.

김용선 지식재산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