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3대 메가프로젝트 투자 발표에 ‘권역법 셈법’ 갈렸다

2026-06-30 13:00:15 게재

호남 “5극 3특 전략 첫 단추” 환영

영남 “기준 공개” 충청 “기반 확충”

정부가 발표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를 두고 권역별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전남광주는 800조원 규모 반도체 생산거점 조성 계획을 “국가균형발전의 새 출발점”이라며 환영했다. 반면 대구경북은 국회까지 찾아가 입지 선정 기준 공개를 요구했고, 충청권은 정부 계획을 환영하면서도 인공지능(AI) 하드웨어 실증 특구 지정과 수자원 기반시설 확충을 요청했다.

이번 발표는 수도권에 집중된 첨단산업 구조를 비수도권으로 넓히려는 균형발전형 투자 성격이 짙다. 이 때문에 정부가 내세운 ‘5극 3특’ 성장거점 전략이 산업정책으로 구체화되기 시작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대규모 생산시설과 정부 지원을 어느 권역에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를 두고 지역별 시각차가 드러났다.

정부는 29일 반도체,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를 3대 성장동력으로 삼는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를 수도권에 이은 제2 생산거점으로 정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2기씩 모두 4기의 메모리 생산시설을 짓는 계획을 제시했다. 총투자 규모는 800조원이다. 충청권에는 고대역폭 메모리 패키징 생산시설을, 대구경북과 동남권에는 소재·부품·장비 혁신거점을 각각 배치했다. 피지컬 AI 분야에서는 새만금과 대구경북권을 로봇 생산기반의 양대 축으로, AI 데이터센터는 울산·동해·세종 등을 거점으로 제시했다.

정부가 발표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를 두고 권역별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왼쪽 사진은 29일 환영 기자회견을 하는 민형배(오른쪽)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당선인과 정은승 대전환기획위원장, 오른쪽 사진은 같은 날 국회 소통관에서 반발 기자회견을 하는 이철우(왼쪽) 경북지사와 추경호 대구시장 당선인. 사진 전남광주특별시장직인수위·연합뉴스
정부가 발표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를 두고 권역별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왼쪽 사진은 29일 환영 기자회견을 하는 민형배(오른쪽)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당선인과 정은승 대전환기획위원장, 오른쪽 사진은 같은 날 국회 소통관에서 반발 기자회견을 하는 이철우(왼쪽) 경북지사와 추경호 대구시장 당선인. 사진 전남광주특별시장직인수위·연합뉴스

◆호남, 균형발전 계기 기대 = 전남광주는 크게 환영했다.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당선인은 정부 발표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결정은 호남의 기회이자 국가 산업전략의 전환점”이라며 “전남광주는 생산시설 입지로서 어느 지역보다 훌륭한 여건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통합지원금 20조원을 모두 투입해서라도 반도체 투자를 확실하게 뒷받침하겠다”며 전력·용수 공급체계 구축, 신속한 인허가, 정주 여건 조성 등을 약속했다.

전남광주특별시의회는 1호 조례로 ‘글로벌 반도체 전략 투자 지원 조례안’을 처리할 계획이다. 지역 대학들도 인재 육성 계획을 밝히며 후속 준비에 들어갔다. 다만 호남 안에서도 다른 기류는 있다. 이원택 전북도지사직 인수위원회는 “3대 메가프로젝트에서 전북이 사실상 제외됐다”며 “지역균형발전 약속을 무색하게 만든 계획”이라고 비판했다. 전북은 새만금을 포함한 후공정, 소재·부품·장비 생산라인 분산 배치를 요구해 왔다.

◆영남, 입지 기준 공개 요구 = 영남권은 반발했다. 이철우 경북지사와 추경호 대구시장 당선인, 대구경북 국회의원들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기업에 입지 선정 기준과 검토 과정 공개를 요구했다. 이들은 “비수도권 첨단산업 육성에는 공감하지만 반도체 생산시설 입지는 산업 경쟁력과 시장 원칙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경호 당선인은 “이번 발표는 국가균형발전이 아니라 국가균열발전에 가깝다”고 각을 세웠다. 다만 정부 발표에는 대구경북을 소재·부품·장비 혁신거점과 로봇 생산기반 축으로 삼는 내용이 담겨 있다.

경남도도 불만을 드러냈다. 도는 이날 공식 입장문을 통해 “민간 투자와 정부 보조금이 특정 권역에 집중되면 다른 지역은 투자와 재정 지원 모두에서 소외될 수 있다”며 “경남을 포함한 남부권 반도체 벨트를 구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충청, 후속 지원 요구 = 충청권은 환영 속에 후속 지원을 요구했다. 박수현 충남지사 당선인은 AI 하드웨어 실증 특구 지정과 수자원 기반시설 선제 투자를 요청했다. 충남은 이번 프로젝트에서 반도체 후공정 패키징과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구축 등 중점 투자지역으로 포함됐다. 박 당선인은 “준비된 충남에서 먼저 제조표준을 확립하고 실증을 마친다면 대한민국 AI 제조혁신은 5년 이상의 시간을 앞당길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반도체와 첨단제조업의 핏줄은 물”이라며 충남 북부권 첨단산업 증설에 대비한 국가 수자원망 고도화 기반시설 확충을 요청했다. 신용한 충북지사 당선인도 청주 100조원 투자 반영을 환영하면서 도 차원의 전담 조직을 구성해 행정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이번 발표는 수도권 중심 첨단산업 구조를 비수도권으로 확대한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는다. 다만 비수도권에서는 새로운 경쟁을 불러왔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한 지방정부 관계자는 “단순히 지역 간 이해득실 따질 게 아니라 비수도권 안에서도 협력과 경쟁을 통해 지역 실정에 맞는 새로운 산업기반을 조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홍범택·이명환·윤여운·곽재우·서원호·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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