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지나온 30년…나아갈 30년 ①

시총 70배 커졌지만 지수 뒷걸음질…질적 도약으로 나가야

2026-06-30 13:00:23 게재

국내 증시 비중, 27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우량·부실기업 혼재 … 테마주·실적 괴리로 신뢰↓

1996년 7월 1일 ‘한국판 나스닥’을 표방하며 출범한 코스닥 시장이 올해로 30주년을 맞이한다. 시가총액은 7조원대에서 약 516조원으로 70배 커졌지만 지수는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최근 코스피 대형 반도체주와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 자금이 몰리며 국내 증시 내 코스닥 비중은 27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시장의 신뢰 또한 하락했다. 급등과 급락, 테마와 실적의 괴리, 우량기업과 부실기업의 혼재가 코스닥 할인율을 높였다. 시장 전문가들은 코스닥의 다음 30년은 양적 팽창이 아니라 질적 재평가의 시간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쏠림현상에 코스피와의 격차 더 벌어져 =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시장은 중소·벤처기업의 직접금융 기회 확대를 통한 자금조달 지원 등을 목적으로 1996년 7월 1일 개설됐다. 출범 당시 343개 상장기업으로 시작해 현재는 1819개사(1822개 종목)로 5.3배 증가했다.

29일 기준 시가총액은 516조7032억원으로, 최초 집계일인 1997년 1월 3일(7조2950억원) 대비 70배 이상 늘었다. 29일 코스닥 지수는 920.57로 전일 대비 8.13% 급등했지만, 장기적인 추세로 보면 코스닥 지수는 오히려 뒷걸음질 친 상태다.

시장 개설 당시 100으로 시작해 2004년 기준지수를 1000으로 10배 상향 조정한 점을 감안하면 30년 세월 동안 성장은커녕 오히려 퇴보한 셈이다.

코스닥 소외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대형 반도체주 쏠림이 꼽힌다. 인공지능(AI) 반도체 기대감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코스피 상승을 이끄는 반면, 중·소형주 중심의 코스닥은 주도 업종 부재로 종목별 장세에 머물며 코스피와의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코스피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대형 반도체 랠리를 이어갔지만, 코스닥은 상승장에서 덜 오르고 조정장에서는 더 흔들렸다.

자금은 코스피 대형주와 ETF로 이동했고, 코스닥의 매력은 상대적으로 더 낮아졌다.

◆승강형 세그먼트… 우량기업 중심 체질 개선 = 시장은 하반기부터 추진될 정부의 자본시장 개혁 정책에 주목하고 있다. 1일 열리는 코스닥 30주년 행사를 전후로 공개될 정책 방향의 핵심은 승강형 세그먼트와 부실기업 퇴출 강화다.

금융당국은 코스닥 시장을 △프리미엄 △스탠다드 △관리군 등 3개 세그먼트로 세분화하고, 각 영역에 차별화된 진입·유지 조건을 설정해 운영하는 ’승강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들이 상위 단계 진입을 목표로 기업가치 제고에 나서도록 유도해 시장 전반의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우량 기업 중심의 체질 개선이 이뤄질 경우 투자심리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성장성과 신뢰를 갖춘 기업은 위로 올리고, 기준에 미달하는 기업은 아래로 내리는 구조”라며 “단기적으로는 시장 변동성을 만들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코스닥 할인율을 낮추는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시장의 질이 높아져야 자본이 돌아오기 때문이다.

◆1000원 미만 동전주 등 부실기업 퇴출 강화 = 아울러 금융당국은 시장의 질적 성장을 저해하는 주가 1000원 미만의 이른바 ‘동전주’ 등 부실기업을 퇴출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정부는 부실기업의 신속·엄정한 퇴출을 위해 △집중관리기간(2026년 2월~2027년 6월) 운영 △4대 상장폐지 요건 강화 △절차 효율화(코스닥 기업 상장폐지 실질심사 개선기간 1.5년에서 1년으로 축소)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개혁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주가가 30거래일 연속 1000원을 밑돌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이후 90거래일 동안 45거래일 연속 1000원을 회복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절차에 들어간다.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는 ‘꼼수’도 막는다.

동전주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기업은 90거래일 동안 10대 1을 초과하는 주식병합이나 감자를 할 수 없다. 최근 1년 안에 이미 주식병합이나 감자를 실시한 기업도 추가 조치에 제한을 받는다.

시총 기준도 더 엄격해진다. 코스닥 상장사의 상장폐지 시총 기준은 현재 150억원에서 다음 달 200억원, 내년 1월 300억원으로 높아진다. 코스피의 경우도 200억원에서 300억원, 이후 500억원까지 단계적으로 상향된다.

완전자본잠식과 공시 위반에 대한 기준도 강화된다.

앞으로는 반기 기준 완전자본잠식 기업도 상장폐지 심사 대상이 되며, 공시 벌점 기준은 최근 1년 누적 15점에서 10점으로 낮아진다. 특히 고의적이거나 중대한 공시 위반은 한 번만 발생해도 상장폐지 사유가 될 수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러한 퇴출 기조가 정착될 경우 코스닥 전체의 밸류에이션이 상향 평준화되는 체질 개선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지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부실기업의 시장 잔류에 따라 상장시장의 신뢰 회복이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며 “기존보다 더 빠르고 엄정한 부실기업 퇴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두언 연구원은 앞으로 다가올 코스닥 30년은 더 많은 종목의 시대가 아니라 더 좋은 기업의 시대라고 강조했다.

김 연구원은 “코스닥의 다음 과제는 더 많은 기업을 상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좋은 기업이 더 높은 평가를 받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며 “과거 코스닥은 성장 가능성을 샀다면 앞으로의 코스닥은 AI 인프라의 필요성을 사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김영숙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