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은 저축은행으로, 저축은행은 보험으로
금융권 영토확장 ‘합종연횡’
최근 보험회사가 저축은행을 인수해 수신 기능을 강화하는가 하면, 반대로 저축은행이 보험사 인수에 나서는 등 금융권의 인수합병(M&A)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과 한화생명 등 국내 대형 생명보험사들이 잇달아 저축은행 인수를 완료했거나 막바지 절차를 밟고 있다.
먼저 교보생명은 지난해부터 준비해 온 일본계 SBI저축은행 인수를 추진한 끝에 올 3월 금융당국 승인을 받아냈다. 이번 인수는 일본 SBI금융그룹이 보유한 SBI저축은행 지분을 확보하는 구조로, 의결권 기준 58.7%를 확보하게 된다.
그동안 사모펀드(PEF)와 분쟁을 매듭지은 교보생명은 종합금융그룹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노력해 왔고 1차로 저축은행 인수를 마무리했다. SBI저축은행은 2025년 3분기 기준 총자산 14조5854억원에 달하는 업계 1위이자 전국 단위 영업망을 갖춘 알짜 매물이다.
교보생명은 SBI그룹과 오랜 협력 관계를 유지해 왔는데, 최근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차남인 중현씨가 SBI저축은행 시너지팀장에서 상무로 승진하며 결속력을 더했다. 신 상무는 일본 SBI그룹 근무 이력을 지니고 있어, 교보생명-SBI저축은행 의 화학적 결합을 이끌 적임자로 주목 받아왔다. 특히 ICT 기술 응용력이 좋아 SBI저축은행의 비대면 거래 등을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화생명은 최근 사모펀드 EQT파트너스가 보유한 애큐온캐피탈 지분 96.06%를 인수했다. 이에 따라 애큐온캐피탈이 지분 100%를 보유한 업계 5위 애큐온저축은행까지 품었다. 당초 메리츠화재 등도 유력 후보로 거론됐으나 한화생명이 최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한화생명은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다. 인수 절차가 남은 상태라 신중한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기존 한화저축은행과 애큐온저축은행의 연계 영업을 통한 외형 확장을 점치고 있다. 특히 자산운용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캐피탈사까지 동시 확보해 자본 효율성과 사업 영역이 확장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대로 OK저축은행을 주력으로 삼은 OK금융그룹은 옛 MG손해보험의 가교보험사인 ‘예별손해보험’ 본입찰에 참여했다. OK금융은 예별손보 인수를 통해 사업구조를 다변화 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매각주관사인 예금보험공사가 요구하는 매각 조건을 다른 경쟁자들보다 빠르게 충족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 무작정 덩치만 키우는 것이 아닌 전략형 M&A라는 점도 관심이다. 현재 매물로 나와 있는 롯데손해보험 인수에 대해서는 명확히 선을 그었다. 무리한 외형 확장보다는 실속 있는 체질 개선에 무게중심이 쏠려 있다는 평가다.
이처럼 세 금융회사 모두 비은행 부문의 완전체인 종합금융그룹을 정조준하고 있다는 점이 관전 포인트다. 교보생명은 수신 기능을 확보하고 파트너십을 다지는 데 방점이 찍혀 있고, 한화생명은 캐피탈 인수에 무게를 실으면서도 저축은행 자산 시너지를 노린다. 업계에서는 과거 M&A 과열경쟁 시기와 달리 시장에 기업가치 대비 가성비 좋은 매물이 많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카카오뱅크가 마스턴캐피탈을 전격 인수했고, KDB생명 인수전에는 삼성생명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신한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한국투자금융지주 등도 우량 매물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매도자들이 가격 눈높이를 낮추고 매물의 매력도를 높여주고 있어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구매자 우위 시장이 형성됐다”며 “대형 금융사는 물론 회계법인과 대형 로펌들도 눈코 뜰 새 없이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