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적분할 중복상장만 ‘3%룰 주주 동의’ 필수

2026-07-07 13:00:54 게재

일반 자회사 상장은 주주 동의 ‘권고’ … 거래소가 사례별 심사

모회사 이사회 주주 충실의무 기반 5대 의무…해외 상장 동일

‘3%룰’ 우호지분 영향력 차단 문제, 낮은 의결권 행사율 허점

실효성 논란·K증시 양극화 우려 … "일반주주 과반 동의 도입"

만성적인 한국 증시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 주요 원인으로 꼽혀왔던 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이 나왔다. 대기업 핵심 사업부 물적분할 후 자회사를 상장하는 이른바 ‘쪼개기 상장’을 할 경우에는 ‘3% 룰’ 방식으로 모회사 일반주주의 동의를 의무화한 것이 골자다. 모회사 이사회에는 주주 충실의무에 기반한 5대 의무가 부여된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우호지분 영향력 차단의 한계, 낮은 의결권 행사율 등 ‘3% 룰’의 허점을 지적하며 ‘LG에너지솔루션 사태’와 같은 일반주주 피해를 막을 만한 실효성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K증시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부작용도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국 중복상장 비율 세계 최고 = 7일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국 상장사의 중복상장 비율(전체 시총 대비 계열사 지분 시총)은 11.2%로, 미국(0.05%)의 220배, 일본(4.0%)의 3배에 달한다. 이에 따른 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 금융위와 거래소는 전일 ‘중복상장 원칙 금지·예외 허용’을 위한 세부 기준을 발표했다. 금융위와 거래소는 14일까지 전일 발표한 ‘중복상장 가이드라인’과 거래소 규정 개정안에 대한 공식 의견 수렴을 진행한다. 이후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 정례회의 의결을 거쳐 이르면 이달 안에 최종 시행할 예정이다.

세부 기준을 살펴보면 우선 물적분할한 자회사가 중복상장을 추진할 경우, 모회사는 주주총회를 열어 일반 주주들의 동의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이때 단일 주주의 의결권 행사를 3%로 제한하는 ‘3% 룰’을 적용했다.

이때 모회사 이사회는 △모·자회사 중복상장이 주주에게 미칠 영향 평가 △자회사 주식 현물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 같은 주주 보호 방안 마련 △주주 소통이나 주총을 통해 모회사 주주의 자회사 상장 동의 여부 명시적 확인 △모회사 이사회에서 찬반 결의를 수행한 뒤 결과를 자회사에 통보 △의무 이행 사항의 단계별 공시를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

모든 과정은 모회사 이사회에서 꾸린 독립적 특별위원회의 사전 심의와 의결 절차를 거쳐 진행한다. 모회사 이사회가 5대 의무를 위반하면 최대 10억원의 제재금 부과 및 모회사의 1일간 매매거래정지 페널티를 받는다. 이 5대 의무는 자회사가 해외 중복상장을 추진할 때도 어김없이 적용한다.

물적분할하지 않은 기존 자회사 또는 인수를 통해 편입한 자회사의 중복상장을 추진한다면, 주총을 통한 주주 동의는 의무가 아닌 권고 사항으로 바뀐다. 대신 모회사가 주주 동의를 받지 않은 상황에서 자회사가 국내 기업공개(IPO)를 결정했다면 거래소에서 상장 심사를 할 때 특례 심사 기준을 추가 적용해 모회사의 주주 보호 노력을 개별 심사한다.

다만 거래소는 중복상장을 추진하는 자회사의 매출·영업이익·자산이 모두 모회사의 10% 미만이면 ‘저비중 자회사’로 분류한다. 이 경우 모회사에서 주주 동의를 받지 않아도 모회사 이사회가 5대 의무를 충실하게 이행하고 찬성 결의까지 했다면, 투자자 보호 요건을 맞춘 것으로 판단하기로 했다.

◆미국 영국에선 MoM 방식 활용 = 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모회사 이사회에 주주 보호 의무를 부과한 점에 대해서는 모두 환영하는 분위기다. 다만 주주 동의를 받는 방식 부분에서는 ‘3% 룰’과 MoM 방식 등 평가가 엇갈렸다.

당초 시장에서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을 제외한 소수주주만 별도로 의결하는 ‘일반주주 과반동의(MoM)’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돼 왔다. 이는 미국과 영국 등에서 이해상충 가능성이 큰 거래에서 활용되는 방식으로, 지배주주의 영향력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강력한 일반주주 보호 장치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법무부에서 MoM 방식은 주주평등의 원칙에 반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한 점을 고려해 정부는 절충안 성격의 ‘3% 룰’을 최종 채택했다.

하지만 시장전문가들은 △우호지분 영향력을 완전히 차단하기 어렵다는 점 △소액주주의 낮은 의결권 행사율 △3% 룰 적용 대상과 범위가 불명확하다는 점 등을 문제로 꼽으며, 3% 룰에도 적지 않은 허점이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한국거버넌스포럼은 논평을 통해 “중복상장은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이해가 충돌하는 대표적 상황이기에 일반주주 보호가 중요한데,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보호 대상인 일반주주도 도리어 3% 이내로 의결권이 제한되는 결과가 발생한다”며 “3% 의결권 제한에 따라 가장 큰 손해를 보는 주주는 다수 상장기업에서 3%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으로, 결국 국민 전체에 손해가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이남우 거버넌스포럼 회장은 “3% 룰이야말로 주주평등 원칙의 예외이며, 이해충돌이 없는 주주까지 일률적으로 제한한다는 점에서 이해관계인만 배제하는 일반주주 과반 동의보다 평등 제한의 폭이 넓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번 가이드라인은 중복상장 가능성 있는 자회사를 둔 모회사 주주를 충분히 보호하지 못해 K양극화를 심화시키는 부작용도 낳을 수 있다”며 “일반주주 과반 동의를 도입하는 등 즉각적인 수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례별 심사로 빠져나갈 구멍 많아 = 금융당국이 중복상장 원칙 금지의 예외를 허용하면서 판단과 입증 부담을 기업에 떠넘겼다는 비판도 나온다. 예외를 인정받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가운데 ‘거래소가 따로 정한다’,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는 식의 모호한 기준에 대한 책임과 비용은 고스란히 기업 몫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거버넌스포럼은 “물적분할 중복상장과 다른 방식의 중복상장을 구분하면, 기업은 영업양도나 현물출자를 통해 주주 보호 노력을 회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심사 방식이 일률적 기준이 아닌, 사례별 접근인 점도 문제다. 주주 동의는 일률 요건이 아닌 유형별 차등 구조를 갖고 있다. 물적분할 자회사는 주주 동의 필수, 일반 자회사는 주주 동의 시 충족 추정, 저비중 자회사는 주주 동의 면제다. 이경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심사 방식이 산업•섹터 단위의 일률적 기준이 아닌, 개별 기업의 주주 보호 장치 구비와 주주 소통 수준을 평가하는 사례별 접근으로 귀결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당국이 판단을 기업과 시장에 미룰 것이 아니라 관련 규정을 사전·사후에 해석해주는 전담부서나 기구를 거래소에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규제의 방향이나 세부 기준과 관련해 아쉬운 부분은 최대 10억원의 제재금, 1일간 매매거래정지 등 모회사 이사회의 의무 미이행 시 제재가 다소 미약한 편”이라며 “영업 독립성 및 경영 독립성에 관한 자회사 상장 심사기준에서 빠져나갈 구멍이 많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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