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합격 못 하면 큰 일?
현 체제 끝나는 2027 대입, 하향 지원이 답일까
고교학점제·통합형 수능, 2028 대입 제도 변화에 학생 학부모 불안 … “재수생 입지 줄어들지만 절대적인 건 아냐”
올해 고3은 현행 대입 제도의 마지막 수험생이다. 2028 대입을 앞두고 교육과정과 대학 입시가 크게 바뀌면서 올해 입시를 바라보는 시선도 예년과 달라졌다. 실제 현장에서는 ‘올해 반드시 대학에 가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안정·하향 지원을 고민하는 학생들도 상당하다.
이러한 불안은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올해는 정말 안정 지원이 답일까? 입시 전문가들의 전망과 함께 2027학년 대입을 둘러싼 변화와 지원 전략을 짚어봤다.
수능 역시 국어와 수학의 선택 과목이 폐지되고, 탐구는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으로 치르는 통합형 수능으로 바뀐다. 선택 과목 간 유불리를 줄이기 위한 취지지만 새로운 평가 방식과 수능 체제를 경험한 사례가 없다. 이에 현 고3 수험생과 학부모의 불안이 크다. 혹시나 입시에서 실수하거나 기대 이하의 결과를 얻어도 재도전하기 어려울 것이란 생각 때문이다.
이효종 서울 서문여고 교사는 “이러한 변화가 모든 학생에게 동일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지역별, 고교 유형별, 전형별 상황에 따라 불안 정도나 현 변화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르다. 지역이나 수시 위주 고교라면 올해 대입에서 승부를 볼 생각으로 지원하고 정시 위주 고교라면 불안감은 있더라도 수능 성적에 맞춘 소신 지원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N수생 증가도 부담
올해 6월 모의평가에는 N수생 8만3060명이 응시했다. 지난해보다 재학생은 1만8195명 감소한 반면, N수생은 7874명 증가했다. 9월 모의평가는 아직 접수 결과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고교 현장에서는 예상보다 많은 N수생이 몰렸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일부 고교에서는 준비한 접수 인원이 30분 만에 마감돼 추가 접수를 진행했고 시·도교육청 접수처에도 지원자가 몰렸다. 수험생들의 부담은 단순히 N수생 증가 때문만은 아니다. 6월 모의평가에서 영어 1등급 비율이 4.13%에 그치며 지난해 수능에 이어 영어 난도가 높았다는 점도 불안감을 키웠다.
절대평가 도입 이후 실시된 6월·9월 모의평가와 수능을 통틀어 1등급 비율이 세 번째로 낮았다. 일부 수험생과 학부모 사이에서는 “올해도 지난해처럼 수능이 어렵게 출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오창욱 광주 대동고 교사는 “9월 모의평가 결과와 실제 수능 응시 현황을 함께 살펴봐야 정확한 판단이 가능하다. 6월 모의평가 결과만 보면 N수생 성적이 재학생보다 압도적으로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2025학년 의대 증원으로 상위권 졸업생 상당수가 이미 입시를 마쳤고, 매년 우수한 재학생도 꾸준히 대학에 진학하고 있다. 단순히 N수생 수가 늘었다는 이유만으로 과도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한다.
2028학년부터는 재학생만 지원할 수 있는 전형이 크게 늘어난다. 주요 10개 대학의 수시 선발 인원 2만264명 가운데 재학생 전용 전형은 4894명으로 전체의 24.2%를 차지한다. 올해 치러지는 2027학년 대입의 10.1%와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특히 학생부교과전형은 모집 인원의 83 .3 %(4079명)를 재학생만 선발해 사실상 현역 중심으로 재편된다.
대학별로는 서울대가 재학생 전용 전형의 비율이 가장 높다. 수시 선발 인원 2313명 가운데 728명(31 .5 %)이 재학생만 지원할 수 있는 전형이다. 이어 중앙대(28.7%), 고려대(27.1%), 한양대(25.4%), 연세대(24.0%), 경희대(23.3%) 순이다. 증가 폭이 가장 큰 대학은 중앙대로 재학생 전용 모집 인원이 86명에서 497명으로 411명 늘었다.
2028 대입, 오해와 진실
2028학년 대입은 교육과정과 내신, 수능 체계가 모두 바뀌는 첫 입시다. 변화가 큰 만큼 ‘재수생은 불리하다’ ‘수시 기회가 크게 줄어든다’ ‘올해는 무조건 하향 지원해야 한다’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2028학년 대입시행계획을 살펴보면 사실과 다른 해석도 적지 않다.
졸업생이 설 자리가 줄어든다?
학생부 위주 전형에서 졸업생의 지원 기회가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다.
내신 5등급제가 도입되면서 대학은 교육과정과 성적 체계가 다른 재학생과 졸업생을 비교·평가하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교과전형을 중심으로 재학생만 지원할 수 있는 전형을 확대하고 있다.
실제 서울 주요 10개 대학의 재학생 전용 수시 모집 인원은 2027학년 1942명(10.1%)에서 2028학년 4894명(24.2%)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난다. 이 가운데 교과전형이 4079명으로 전체의 83.3%를 차지한다. 종합전형은 728명(14.9%), 논술전형은 87명(1.8%)이다.
수도권 대학도 같은 흐름이다. 2027학년에는 고려대·서강대·연세대 등 일부 대학만 교과전형을 재학생으로 제한했지만, 2028학년에는 경희대·성균관대·이화여대·중앙대·한국외대·한양대 등으로 확대된다.
다만 이를 ‘졸업생의 수시 배제’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 가천대 건국대 국민대 광운대 단국대 동국대 서울과학기술대 세종대 숭실대 인하대 등은 교과전형에서도 졸업생 지원을 허용하고 있으며, 종합전형과 논술전형 역시 대부분 졸업생 지원이 가능하다. 교과전형의 문은 좁아졌지만 수시 전체의 기회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 교사는 “학생부 기록이나 성적이 비슷하다면 현재 교육과정을 충실히 이수한 재학생이 종합전형에서 다소 유리할 수 있지만 졸업생도 학생부 기록이 내실이 있다면 대학이 뽑지 않을 이유가 없다. 졸업생이 무조건 불리하다는 건 잘못된 생각이다”고 분석한다. 시험 방식의 변화가 곧 졸업생의 경쟁력 약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과거 사례도 이를 증명한다. 실제 교육과정이 바뀌었던 2021학년 대입에서 N수생 비율은 27%로 최고치를 기록했고, 통합형 수능이 처음 시행된 2022 대입에서는 N수생 비율이 29.2%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졸업생의 강점은 시험 제도보다 수능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과 학습량에 있기 때문이다. 과목 수가 줄어든다고 해서 이러한 강점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과목 수가 줄어들수록 문제 풀이와 실전 훈련에 집중해 성적을 끌어올릴 여지는 커질 수 있다.
오히려 현재 고3 학생은 선택형 수능 체제에서 사회·과학 선택 과목과 미적분을 비교적 깊이 있게 학습한 세대다.
이치우 비상교육 입시평가소 소장은 “현재 고3 학생들은 과학 선택 과목과 사회 선택 과목을 1년간 배웠기에 오히려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준비하는 데 유리한 측면도 있다”라고 설명한다.
물론 올해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는 것이가장 좋다. 그러나 수능 중심 전형으로 다시 도전하더라도 단순히 수능 체제가 바뀐다는 이유만으로 지나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
5등급제 상위 등급이 많아 불리?
5등급제에서 상위 등급 학생 수가 늘어나는 건 사실이다. 단순히 등급 체계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평가 방식 자체도 달라졌다. 그로 인해 진로선택 과목을 성취도로만 평가받는 현 고3보다 현 고2의 내신 부담이 커졌다. 대학들은 교육과정과 성적 체계가 다른 재학생과 졸업생을 동일한 기준으로 단순 비교하지 않는다.
교육과정과 평가 방식의 차이를 고려해 성적을 환산·평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등급 체계가 달라졌다는 이유만으로 졸업생이 일방적으로 불리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올해는 하향·안정 지원이 답이다?
올해는 안정·하향 지원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허 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입시 변화가 큰 해에는 전년도 경쟁률이나 합격선이 낮았던 모집 단위로 지원자가 몰리는 경향이 있다. 교과전형과 종합전형에서 이런 현상이 더 강하게 나타나며, 논술전형은 수능 이전에 논술고사를 실시하는 대학에 지원이 증가할 수 있다. 2027 대입은 입시 변화가 워낙 커서 위축된 지원 성향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한다.
다른 의견도 있다. 이만기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 소장은 “교육과정이나 수능 체제 등 제도가 바뀌는 시기에는 안정·하향 지원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지만 오히려 큰 변화를 앞둔 대입에서는 전체적인 하향 지원보다 상위권의 소신 지원과 중위권의 안정 지원이 함께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전문가들은 올해 수시 6회 지원 시 상향 2~3장과 안정 3~4장을 적절히 조합하길 권한다. 학생부 경쟁력이 높은 학생이라면 교과전형으로 적정·안정 지원 대학을 확보하고 종합전형으로 상향 지원을 병행하는 전략을 고려할 만하다.
진수환 강원 강릉명륜고 교사도 “안정 지원은 합격이 보장되는 정도를 말한다. 최저 기준 충족을 확신할 수 없는 경우나 서류 평가 중심의 전형처럼 변수가 있다면 안정 지원이 될 수 없다.
교과전형은 지원자의 내신이 전년 최종 등록자의 50% 이내에 위치한다는 전제 하에 최저 기준을 안정적으로 충족할 것으로 기대되는 대학에 1~2장 지원하고, 종합전형은 적정과 상향을 섞어 지원해보면 좋을 것 같다”고 조언한다.
차염진 기자 yjcha@naeil.com
민경순 리포터 hellela@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