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선택적 모병제’보다 정교하고 치밀하게
‘선택적 모병제’ 도입이 뜨거운 화두로 떠올랐다. 오랜 기간 군을 지탱해온 기존 구조를 대대적으로 개편하고 혁신하는 출발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해병대 연평부대를 찾아 “징집병을 최소화하고 모병을 통해 자기 직장으로 군을 선택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국방부가 구체적인 도입 계획을 밝혔다.
‘일반병사-부사관간부-장교’로 구성돼 있는 현행 우리 군 기본구조를 현실에 걸맞도록 대대적으로 혁신할 필요가 있다는 점은 그 누구도 부정하기 힘들 것이다. 저출생 추세에 따라 인구수가 현격히 감소하면서 현역입대 청년 수가 크게 줄고 있고, 현대전 양상이 첨단기술과 장비 중심으로 변하면서 군 구조개편은 불가피해졌다.
다만 많은 청년들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병역제도를 손본다는 민감성 때문에 차일피일 미뤄오던 것인데 더 이상 방관하기 어려운 상황을 맞아 적극적인 대응책을 모색하게 된 것이다. 교육입시 문제와 더불어 병역문제는 국민 모두가 관심을 쏟는 민감한 문제인데다 최근 불거진 청년문제까지 겹치며 휘발성이 더 커졌다.
병역자원 감소에 첨단기술 중심 현대전, 군 구조개편 불가피
국방부 등에 따르면 병역자원은 2019년 33만2000명에서 2022년 25만7000명으로 줄었고 2043년에는 12만명으로 줄 것으로 전망된다. 남북이 대치하는 분단상황에서 적정 규모의 병력을 유지하는데 이미 빨간불이 들어온 지 오래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국방부는 안정적 전력을 확보하고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5만명 정도의 ‘기술집약형 부사관제’를 도입하고, 2040년까지 병력 50만을 유지하되 간부 비율을 40%에서 63%로 끌어올리겠다는 개혁안을 내놨다.
현대전 양상이 우크라이나전쟁에서 보듯 드론 무인로봇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 중심으로 바뀐 점도 과학기술 정예강군으로의 혁신 필요성을 높인다. 첨단기술을 활용한 고가의 최첨단장비를 능숙하게 운용하려면 숙련된 기술이 필수적인데 복무기간 18개월인 병사들만으로는 효율성이 낮다는 것이다.
엄밀히 말해 선택적 모병제는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 시행중인 ‘순수한 모병제’와는 개념이 전혀 다르다. 이번 선택적 모병제는 의무복무 기반 징병제의 기본 틀을 유지하되, 첨단기술을 교육해 전역 후 사회생활에 연결될 수 있는 매력적인 기술집약형 부사관제를 도입해 청년들의 선택지를 넓히겠다는 유인책이 담겨 있다. 절충형 내지 혼합형이라고 볼 수 있다.
선택적 모병제를 도입하면 징병제를 선택한 청년들의 의무복무 기간이 단축될지 여부도 관심사다. 국방부는 일단 현행대로 18개월 의무복무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애초 선택적 모병제를 구상할 당시 복무기간 단축을 전제로 검토한 바도 있거니와 간부중심 정예군을 지향하느니 만큼 복무기간 단축문제는 어차피 대두될 흐름이라고 본다면 가능한 범위에서 선제적으로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선택적 모병제 논란과 관련해 제기되는 것이 공정성·형평성 논란이다. 없는 집 자식들만 군대에 오래 근무한다는 계층간 차별 주장이 그것이다. 전면적인 순수 모병제라면 몰라도 다소 부풀려진 감정적 주장이라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도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서는 이런 일부의 우려까지 충분히 녹여 반영하는 정교한 제도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기술집약형 부사관 충원이 얼마나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느냐 여부다. 현행 부사관제도는 이탈률이 높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사관 뿐 아니라 군의 허리에 해당하는 초급장교들까지 중도 이탈하는 비율이 높아져 군 내부 걱정을 자아낸다.
기술집약형 부사관이 청년들에게 매력적인 일자리로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기대에 부응할 만한 급여와 복지 제공, 원만한 가정생활 환경보장 외에도 전역 후에 군 경력이 충분히 인정돼 실제 사회생활 일자리로 이어진다고 인식이 바뀌게끔 미래전망이 서야 할 것이다.
매력적인 일자리라는 인식이 ‘기술집약형 부사관제’ 성패 좌우
군 구조개혁은 한반도 평화를 굳건히 유지한다는 전제와 평화로운 환경을 조성해 간다는 목표 아래 주도면밀하게 추진돼야 한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등 자주국방 목표와도 긴밀히 조율해야 한다. 마침 올해와 내년은 전국단위 선거도 없어 개혁의 적기라고 볼 수 있다. 왈가왈부 논란이 불거질만한 개혁과제들을 과감하게 드러내 공론화하고 치밀하게 추진해야 한다.
이원섭 본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