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자원개발, 잃어버린 10년①
끝나지 않은 MB<이명박 전 대통령> 자원외교 후유증
자주개발률 앞세운 성과주의에 사업성 평가 뒷전
볼레오·하베스트 줄줄이 실패 … 자원공기업 발목
미국·이란 전쟁과 중동 정세 불안, 미·중 자원패권 경쟁으로 에너지와 핵심광물 확보가 국가안보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명박정부 시절 해외자원개발 실패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원 공기업들은 대규모 부실과 재무 악화로 신규 투자 여력을 잃었고, 해외자원개발은 위축됐다. 본지는 2회에 걸쳐 MB정부 해외자원개발의 후유증을 진단하고 새로운 자원개발 모델을 모색한다. -편집자주
한국광해광업공단은 올 상반기 멕시코 볼레오 구리 광산 사업의 투자 손실을 확정했다. 공단의 전신인 한국광물자원공사가 이 사업에 뛰어든 건 2008년. 이명박정부가 공격적으로 해외자원개발에 나설 때였다. 볼레오 광산은 구리와 코발트, 아연 등을 생산하는 복합광산으로 당시 정부와 광물자원공사는 해외자원개발의 대표 성공모델로 내세웠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연약한 지질 구조와 높은 생산원가, 정치·사회적 위험까지 겹치면서 사업은 매년 수천억원대 적자를 기록했다. 초기 지분 투자에 참여했던 공사는 경영권까지 인수하고 직접 제련소와 항만 등 대규모 인프라를 건설하는 등 공을 기울였지만 쌓이는 경영적자를 견디지 못했다. 지금까지 볼레오 광산에 투입된 자금은 약 3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공단은 지난 4월 볼레오 광산 주식과 채권 전량을 멕시코와 미국 소재 기업에 1달러씩 총 2달러에 매각을 완료했다고 공시했다. 투자 원금 회수가 전무한 사실상 무상매각이었다.
◆9조원 투자한 하베스트, 회수율은 1% =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한 지 10년이 더 지났지만 MB정부에서 추진한 무리한 해외자원개발의 후유증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광해광업공단, 한국가스공사 등 3대 자원공기업이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실에 제출한 ‘해외자원개발 사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석유공사는 지난해말 기준 해외사업에 총 35조5820억원을 투자해 19조1226억원을 회수했다. 회수율은 54%에 그친다.
1990년대 시작한 리비아 엘리펀트 유전이나 베트남 15-1 광구처럼 투자비 이상 이익을 거둔 사업도 있지만 MB정부에서 추진한 사업 대부분은 성적이 저조하다. 자원개발 특성상 투자금 회수에 오랜 기간이 걸리기는 하지만 이미 투자 실패로 드러난 사업도 적지 않다.
캐나다 하베스트 사업은 대표적 사례다. 정부와 석유공사는 2009년 4조7000억원을 들여 캐나다 석유회사 하베스트와 정유 자회사 날을 인수하며 국가 에너지 안보를 강화했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인수 후 유가 변동으로 정제 마진이 급락하며 막대한 적자를 냈고, 석유공사는 수조원의 손실을 떠안았다. 이에 석유공사는 하베스트 매각에 나섰지만 캐나다 정부가 매각 승인의 전제조건으로 ‘부채 정리’를 내걸어 부실 회사 매각을 위해 추가 자금까지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지금까지 하베스트에 들어간 자금은 8조9524억원, 회수액은 657억원으로 회수율은 1%에도 못 미친다.
광해광업공단의 해외자원개발 회수율은 20%대로 석유공사보다도 낮다. 2025년말 기준 총 투자액은 7조4365억원, 회수액은 1조5028억원으로 누적회수율은 20.2%에 불과하다.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 광산은 멕시코 볼레오 광산과 함께 광해광업공단의 대표적 실패 사례로 꼽힌다. 암바토비 광산 사업은 노무현정부 때인 2006년 시작됐으나 MB정부 들어 총 사업비를 두 배 이상 늘리는 등 사업을 확장했다. 하지만 세계 시장에서 니켈 공급이 증가하고 가격이 급락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 총 투자액 2조6130억원 가운데 회수액은 565억원으로 누적회수율은 2%에 머물고 있다.
가스공사는 지난해말 기준 19조860억원을 해외자원개발에 투자해 10조4070억원을 회수했다. 회수율은 55%다.
가스공사가 지난 2010년 3730억원을 투자해 50% 지분을 인수한 캐나다 웨스트컷뱅크 셰일가스 광구 사업은 한 푼도 회수하지 못한 채 사업이 종료됐다. 2010년 9080억원을 투자한 캐나다 혼리버 가스전 사업도 지금까지 회수액은 전무하다.
가스공사가 1996년 오만 OLNG에 30억원을 투자해 지금까지 4900억원을 회수하고, 1999년 카타르 QE LNG S1에 240억원을 투자해 2조2100억원을 회수한 것과 대비된다.
◆무리한 해외자원개발의 대가 = 전문가들은 MB정부의 해외자원개발이 실패한 원인으로 에너지 자주개발률 중심의 성과주의와 부실한 사업 타당성 검토, 과도한 차입 등을 꼽는다.
MB정부는 출범 이후 자원 외교를 국가 핵심 과제로 내걸고 해외 석유, 가스 광물 확보에 공격적으로 나섰다. 당시 국제유가는 이미 높은 상태였고,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의 자원 확보 경쟁도 치열했던 시기였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했지만 정부가 에너지 자주개발률을 핵심 성과지표처럼 활용하면서 자원공기업들은 빚까지 져가며 경쟁적으로 규모가 큰 해외 자산 인수에 뛰어들었다. 정권 차원에서 성과를 앞세우다보니 사업성 검토와 위험 분석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앞서 감사원도 지난 2015년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대한 감사를 진행해 사업성 평가와 투자 심사가 부실하게 이뤄졌고, 경제성이 낮은 사업에도 무리하게 투자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무리한 해외자원개발의 대가는 컸다. 대규모 투자 손실을 본 자원공기업의 재무구조는 크게 악화됐고, 해외자원개발 사업은 10년 넘게 위축됐다. 부실 사업에서 손을 떼기도 쉽지 않다. 유전이나 가스, 광물 개발에 따른 환경 피해 등을 복구해야만 사업정리가 가능한데 여기에 천문학적 자금이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유승훈 한국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MB정부에서 정치적 결정에 따라 추진된 해외자원개발 사업의 손실은 아직도 진행 중”이라며 “광해 복구와 환경 복원 등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 부실 사업을 정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