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 불씨 살린 홈플러스, 사업 재편 과제

2026-07-16 13:00:04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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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 웃돌아 … 새 투자자 유치가 회생 열쇠

2000억원 규모의 긴급운영자금(DIP)을 확보한 홈플러스가 파산 위기에서는 벗어났지만 시장의 평가는 아직 달라지지 않았다. 유통업계에서는 새 투자자가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사업 구조를 만들지 못하면 회생절차가 다시 시작되더라도 정상화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유통업계와 투자은행(IB)업계는 관심이 운영자금 확보에서 사업 구조 개선과 영업 정상화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제 시장은 회생절차 재개 자체보다 홈플러스가 얼마나 빨리 수익성을 회복하고 지속 가능한 사업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지를 더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평가는 법원이 의뢰한 실사 결과에서도 확인된다. 홈플러스의 계속기업가치는 2조5059억원으로 청산가치 3조5816억원보다 낮게 평가됐다.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를 웃돈다는 것은 현재 모습 그대로는 시장의 선택을 받기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결국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사업 구조 개선과 경영 효율화가 이뤄져야 새로운 투자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유통산업 환경도 녹록지 않다. 온라인 유통 확대와 소비 부진으로 대형마트 성장세가 둔화한 데다 대규모 점포 운영에 따른 고정비 부담도 커졌다. 업계는 점포 효율화와 비용 구조 개선, 상품 공급 정상화 등을 통해 영업 기반을 회복해야 인수 검토도 본격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새 투자자 확보 역시 쉽지 않은 과제다. 대형마트 산업의 성장성이 예전만 못한 데다 투자 규모가 큰 사업인 만큼 인수자는 현재 실적보다 앞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인지를 먼저 따질 수밖에 없다. 결국 사업 구조를 손질해 매각 가치를 높이고 회생 이후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 투자 유치의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비교 사례는 이미 나왔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지난달 NS쇼핑에 인수된 뒤 별도 법인으로 독립해 전국 284개 점포를 정상 운영하고 있다. 사업 구조가 상대적으로 단순해지면서 영업과 상품 공급도 빠르게 안정세를 되찾고 있다. 업계에서는 익스프레스 사례의 의미를 새 주인을 찾았다는 데보다 사업 구조를 단순화하고 영업을 빠르게 정상화했다는 점에서 찾고 있다. 대형마트 역시 경쟁력을 입증해야 투자 유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마트노조 조합원들이 15일 청와대 앞에서 열린 ‘홈플러스 노동자·상인 총궐기대회’에서 홈플러스 실업대란의 정부 책임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사업 구조 개선은 단순히 점포를 줄이는 데 그치는 문제가 아니다. 수익성이 낮은 점포를 정비하고 상품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공급망을 안정시켜 소비자가 다시 찾는 매장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협력업체가 안정적으로 납품하고 점포 운영이 정상 궤도에 올라야 시장의 신뢰도 회복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도 적지 않다. 홈플러스 일반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말 약 2만3000명이던 직원은 현재 약 1만2000명 수준으로 줄었다. 주차·미화·물류 등 간접고용 노동자 1000여명도 일자리를 잃었다는 것이 노조의 설명이다. 점포 운영 축소는 협력업체와 입점 점주, 물류업계, 지역 상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480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 투자자들의 손실 문제도 여전히 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2000억원은 파산을 막기 위한 긴급 처방일 뿐 근본적인 해법은 아니다”라며 “밀린 임금과 퇴직금, 납품대금 등을 감안하면 충분한 규모가 아니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라고 말했다. 이어 “상품 공급이 불안정한 상황이 이어질 경우 위기가 반복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면서 “결국 홈플러스의 정상화는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회복하고 새로운 투자자를 유치하거나 새 주인을 찾을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지적했다.

회생절차가 다시 시작되더라도 시간은 많지 않다. 확보한 운영자금을 바탕으로 상품 공급을 정상화하고 소비자를 다시 매장으로 불러들여 실적 개선으로 연결해야 한다. 새 투자자 유치와 사업 구조 개선이 불가피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고용과 협력업체, 지역 상권에 미칠 충격을 최소화하는 것 역시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결국 이번 운영자금 확보는 홈플러스를 살린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 다시 평가받을 기회를 마련한 데 의미가 있다. 앞으로 홈플러스의 운명은 얼마나 빨리 수익 구조를 개선하고 시장이 다시 선택할 만한 기업으로 바뀌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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