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5
2025
미국 통화정책의 방향이 다시 급격히 시장 쪽으로 기울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을 “차기 연준 의장 후보”로 직접 거론한 이후, 그의 연방준비제도(Fed) 수장 기용 가능성은 시장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해싯은 감세와 저금리, 규제완화를 일관되게 주장해온 대표적 완화 성향 인사다. 학자 출신이지만 통화정책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분명한 ‘비둘기파’로 분류된다. 트럼프 1기 때 법인세율 21% 인하를 주도했던 인물이다. 그의 부상은 단순한 인사 이슈를 넘어 미 금융시장에 다시 한번 완화적 금융정책 사이클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특히 연말을 앞둔 시점에서 연준과 재무부의 움직임까지 겹치며 시장 금융완화에 대한 기대는 빠르게 번져가고 있다. 연준·재무부의 동시 유동성 완화, 산타 랠리의 조건 연준은 12월 1일(이하 현지시간)부터 양적긴축(QT)을 종료했다. QT은 연준이 보유한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을
11.17
미국 실리콘밸리의 신흥 방산기업 안두릴(Anduril Industries) 이 전세계 군사·산업 생태계를 흔들고 있다. 2017년 ‘오큘러스(Oculus)’ 창업자 팔머 럭키(Palmer Luckey) 가 세운 이 회사는 인공지능(AI)과 자율 시스템을 결합해 전쟁의 설계·지휘·결정을 자동화하는 ‘AI 전장 운영체제(OS)’를 만든다. 회사명 ‘안두릴’은 판타지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보검 안두릴에서 유래했다. 오큘러스를 창업한 이후 2014년 페이스북에 매각한 팔머 럭키는 팔란티어 경영진들과 함께 안두릴 인더스트리즈를 설립하고 페이팔 마피아의 대부격인 피터 틸(Peter Thiel)의 파운더스 펀드로부터 초기투자를 받았다. 팔란티어가 데이터 분석으로 전쟁의 정보를 제공했다면, 안두릴은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AI가 스스로 판단하고 명령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여기에는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 등과 협업하고 있다. 최근 미국 월가에서는 안두릴의 상장(IPO)
11.03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이 최근 본사 인력의 10%에 해당하는 3만명 감축을 시작했다. 회사 실적은 사상 최고치이지만 인력은 오히려 줄이고 있다. 인공지능(AI) 시대의 ‘고용없는 성장’이 현실로 다가왔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앤디 제시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6월 “AI가 업무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라 말했는데 불과 넉달 만에 감원이 현실이 됐다. 이는 단순한 비용절감이 아니라 AI 자동화가 사람의 역할을 대체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아마존은 지난달 31일 3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클라우드 부문 호조에 힘입어 조정 주당순이익(EPS)과 매출액은 각각 1.95달러, 1801억7000만달러로 시장 예상치 1.57달러와 1778억달러를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아마존 주가는 9% 이상 급등했다. AI발 일자리 위기, 아마존 감원 사태가 던지는 경고 아마존 만이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 6000명, 세일즈포스 4000명, 메타 600명, 오라클
10.30
양병내 상임위원 산업통상부 무역위원회/올해 9월에 대학(원)생 대상 모의 무역위원회 대회가 있었다. 대상은 ‘무역에 관해 무엇이든 물어보살’팀이 수상했는데, 학생들의 무역위원회에 대한 지식은 이러했다. ‘국내산업을 보호하는 곳’, ‘산업경쟁력 유지와 성장의 버팀목’, 그리고 (반덤핑관세 부과 판정 과정이) ‘생각보다 빡시네.’ 최근 무역위원회는 글로벌 공급과잉과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따른 철강·화학 분야 덤핑과 지재권침해 등 불공정무역행위 조사로 그 어느 때 보다 뜨겁다. 전 세계 철강 공급과잉 능력은 2021년 4억 5천만 톤에서 2024년 5억 7천만 톤으로 27% 늘었고, 중국과 중동의 석유화학 산업 성장으로 저가의 철강·화학 범용제품 수입이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올해 9월 말 기준 덤핑조사 신청은 12건으로, …87년 무역위원회 출범 이래 38년 만에 역대 최대치를 이미 기록 달성하였다. 사건당 국내산업의 평균 시장규모도 …15년 2,899억 원에서 …24년 2.
09.19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장관이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을 통해 연방준비제도(Fed)의 임무를 확대하자는 주장을 내놓아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베센트는 현재 연준의 통화정책 문제를 몇가지 짚었다. 첫째, 연준은 2008년 금융위기, 2020년 팬데믹을 거치며 단순한 금리 조정의 범위를 넘어 대규모 자산 매입(QE, 양적완화)이라는 비상도구를 동원했는데 시간이 흐르며 QE는 기대 이상의 ‘부작용’을 드러내고 있고 경제 전반에 돌발적이고 왜곡된 결과를 남겼다는 것이다. ‘그림자 금리 모델’로 환산하면 2014년 기준 금리가 –3% 수준까지 내려간 것과 같았지만, 미국경제의 성장률은 그만큼의 반등을 보여주지 못했다. 연준의 성장률 전망은 매번 실제치보다 높았고, 2010~2011년에는 2년간 누적 7.6%포인트의 과대 예측을 기록했다. 이는 달러 기준 약 1조달러에 해당하는 경제 규모 차이다. 연준에 ‘장기금리 완화’ 책무 부여 시도, 통화정책 독립성 흔들어 둘째, 자산
09.05
제2차세계대전 이후 대만의 산업화를 진두지휘한 인물로 안중롱이 꼽힌다. 쑨원과 장제스의 처남으로 정부 고위관리였던 쑹쯔원이 안중롱을 발탁했고, 안중롱은 일본의 메이지유신을 연구해 후발 국가가 산업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정부주도 경제개발 계획을 통해 수출입국을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봤다. 1963년 안중롱은 세상을 떠났는데 그의 묘비명은 ‘메이드 인 타이완’이다. 안중롱의 산업화 초석 위에 오늘날 성공한 반도체 국가 대만을 만든 사람은 쑨윈-쑤안이다. 경제장관이 된 그는 한국을 방문해 정부 주도 연구소 등을 둘러보고는 1973년 ‘공업기술연구’를 세워 경공업에서 벗어나 새로운 산업을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쑨윈-쑤안은 미국 전력회사 출신 중국계 미국인인 웬위안 판의 건의를 받아들여 반도체 산업을 시작하기로 결심한다. 안중롱과 쑨윈-쑤안의 선택은 오늘날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를 넘보는 번영하는 대만을 만들었다. 이 두 사람의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공학도’라는 점이다. 안중롱은
08.18
세계 인공지능(AI) 산업의 최전선에는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서 있다. 그러나 황 CEO조차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는 존재가 있다. 바로 공급망 곳곳에서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만과 일본의 이른바 ‘슈퍼을(乙)’ 기업들이다. 대만 ‘컴퓨텍스 2025’ 개막을 앞둔 지난 5월 17일 저녁, 대만의 한 식당에 젠슨 황 CEO와 함께 TSMC의 웨이저자 회장, 콴타컴퓨터의 배리 램 회장 등 글로벌 반도체·서버 업계를 대표하는 인물들이 모였다. 포토타임에 젠슨 황의 오른쪽에는 TSMC의 웨이저자 회장이, 왼쪽에는 배리 람 회장이 앉았다. 현지 언론은 이 모임을 ‘조달러 연회’라고 불렀다. 참석한 30여명 대만 반도체 등 관련 기업인의 시가총액만 1조달러를 웃돌았기 때문이다. 배리 람 회장은 재산이 20조원대로 웨이저자 회장보다 많은 대만 최고 부자다. 콴타는 엔비디아의 AI칩으로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등의 데이터센터 서버를 구축해주는데 “콴타가 없으면 세계
08.01
미국발 금리 및 환율 리스크가 글로벌 시장을 다시 흔들기 시작했다. 미국 재무부의 분기 국채발행계획(QRA·Quarterly Refunding Announcement)이 시장의 핵심변수로 급부상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미 재무부의 4분기(8~10월)국채 발행 계획이 원인이지만 그 이면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전략이 작동하고 있다. 관세전쟁이 일단락되자 트럼프 대통령의 시선은 환율전쟁으로 옮겨갔다. 그리고 그 서막이 열린 지금 우리를 비롯한 제조업 강국들에 또 다른 리스크가 다가오고 있다. 7월 30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 재무부의 분기 국채발행계획은 시장에 충격을 던졌다. 총 발행 규모는 무려 1조70억달러로, 2분기(5140억달러)의 두 배에 가깝다. 국채 시장에 이 정도의 물량이 쏟아지면 자산시장 전체에 지각변동이 생긴다. 특히 이번 계획에서 장기물 비중은 줄고 단기물 중심으로 조정됐는데, 이는 미 정부도 금리 리스크를 인식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바이백 규모
07.18
미국의 인공지능(AI) 반도체 회사 엔비디아가 미국 주식시장에서 전인미답의 길을 걷고 있다. 시가총액 4조달러. 우리 돈 5520조원으로 인도 국내총생산(GDP) 3조9000억달러 달러, 영국 GDP 3조6000억달러, 프랑스 GDP 3조2000억달러보다 크다. 물론 한 나라의 GDP와 주식회사의 시가총액을 동일한 잣대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엔비디아가 달성한 성과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우리나라 주식시장 시총 1위인 삼성전자 13개를 합친 규모를 넘어선다. 엔비디아가 미국 주식시장의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닷컴 시대를 이끌어온 빅테크보다 먼저 시총 4조달러를 넘어선 것은 글로벌 산업·경제의 패러다임이 AI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는 징표이기도 하다. 미국 증시에서 시총 1위 기업의 변화는 그 시대의 산업과 기술 흐름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시총 4조달러의 벽을 뚫은 AI혁명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영국 작가 존 헤이우드가 프랑스
07.08
해외 주식과 자산에 투자하는 ‘서학개미’의 비중이 사상 최대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 거주자의 대미 금융투자 잔액은 9626억 달러로 전년 대비 1581억달러가 늘었다. 전체 대외 금융자산에서 미국 비중은 45.9%에 달해 2002년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해외 투자 열풍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다. 미국 시장은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같은 기술 기반의 혁신기업이 상장돼 있고 변동성과 리스크를 감수하면서도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무대다. 달러 자산이라는 안전자산 성격까지 갖추면서 서학개미들의 자산 포트폴리오에 ‘기본값’이 된 지 오래다. 자산 축적의 패러다임 바꾸는 서학개미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암호화폐와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접근과 활용은 투자 행태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 빗썸, 코인, 코인원, 고팍스)에서 올해 1분
06.27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폭 강화했던 대형 은행의 자본건전성 규제를 다시 완화하기로 했다. 트럼프정부는 대형 은행들이 규제 완화로 생긴 여윳돈으로 미국 국채를 대거 매입하며 채권 금리를 낮춰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준은 25일(현지시간) 이사회를 열고 대형 은행에 적용되는 보완적 레버리지비율(SLR) 기준을 수정해 이들 은행 및 자회사의 자본금 부담을 완화하는 내용의 규칙 제정 예고안을 가결했다. SLR은 은행의 자본적정성을 측정하는 규제 지표로, 대형 은행들이 속속 무너졌던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도입된 핵심 규제 중 하나다. 국제기준인 국제결제은행(BIS) 바젤Ⅲ 체제에 따라 2018년부터 도입됐다. 연준의 은행 자본규제 완화로 미국채 매입 확대 기대 월가에서는 SLR 산출 시 모든 자산을 동일하게 취급하는 한계가 있다 보니 은행들이 국채 거래를 기피하게 되는 주된 요인이 되고 있다고 비판해 왔
06.13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5%에서 0.8%로 대폭 낮췄다. 이는 단순한 수치 조정이 아니라 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여실히 보여주는 징후다. 1950년 이후 한국이 1% 미만의 성장률을 기록한 해는 단 다섯 번뿐이며 모두 전쟁, 외환위기, 팬데믹 등 외생적 충격이 원인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외부 충격 없이 0%대 성장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게 됐다. 명백한 대내외 위기가 없었어도 0% 성장으로 주저앉았다는 사실이 더 뼈아프다. 그만큼 현재의 성장둔화는 뿌리 깊은 체질적 한계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한은이 밝힌 성장률 하락의 주요 원인은 건설(-0.4%p), 수출(-0.2%p), 소비(-0.15%p) 순이다. 특히 건설 부문의 부진이 압도적이다. 건설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4%에 불과하지만 하락 기여도는 절반에 가깝다. 부진은 하루아침에 온 것이 아니다. 지난 몇 년간 이어진 부동산 호황기 특히 지방 위주의 무리한 주택공급은 부동산 프
05.30
미국은 전 세계에서 자국통화로 이론상 무제한의 국채를 발행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다. 달러가 국제무역의 88%, 글로벌 외환보유고의 59%를 차지하는 기축통화이기 때문이다. 미국 국채는 글로벌 중앙은행과 기관투자자들에게 여전히 ‘안전자산’으로 간주되고 달러는 결제통화와 준비통화로 막강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국채금리 급등과 미국 신용등급 강등, 연방정부의 재정적자 확대 흐름은 이같은 ‘신화’에 균열을 내고 있다. 이 같은 사태에 가장 어깨가 무거운 사람은 아마도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일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임기를 시작한 주요 경제 책사를 꼽으라면 관세정책을 주도한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 정부효율부(DOGE) 수장을 맡은 일론 머스크,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스티븐 미란 위원장, 그리고 재무부 장관을 맡은 스콧 베선트를 꼽을 수 있다. 그런데 트럼프의 관세전쟁이 날짜를 더해갈수록 베선트 장관의
05.15
미국과 중국이 12일 제네바에서 공동 발표한 경제 무역 협상 성명은 글로벌 관세전쟁에 중대한 전환점을 시사한다. 미국은 지난 4월 2일 이후 중국 상품에 부과한 추가관세 중 91%를 전격 철회하고 나머지 24%에 대해서는 90일 유예를 결정했다. 결과적으로 미국이 중국산 펜타닐(마약성 진통제) 원료를 문제 삼아 부과한 20% 추가관세 및 전 세계에 일괄 부과한 보편관세 10% 등 30% 관세만 남았다. 이로써 미국의 대중국 관세율은 145%에서 30%로 115%p 내려가게 됐다. 중국도 미국에 부과했던 보복 관세율을 미국과 같은 폭(115%p)으로 내려 기존 125%를 10%로 하향 조정했다. 협상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관세율은 80% 수준이 적절하다”고 했고, 일부 미국 언론은 50% 수준 정도로 인하하는 방안을 백악관이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는데 예상보다 훨씬 파격적인 결과다. 이번 합의는 트럼프행정부의 관세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크게 완화시켰으며, 예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