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재명정부 지역주도성장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이재명정부가 추진하는 지역주도성장은 과거의 균형발전 정책과 결이 다르다. 권역별로 성장동력을 선택하고 행정과 산업의 구조를 함께 재편하려 한다. 한쪽에서는 5극3특과 초광역 협력 행정통합이 추진되고 다른 한쪽에서는 반도체·피지컬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대규모 기업투자가 결합되고 있다.
이 정책의 특징은 속도와 선택이다. 대통령이 직접 방향을 제시하고, 기업이 투자계획을 발표하며, 준비된 지방정부는 곧바로 후속사업과 제도지원을 요구한다. 반면 공동전략과 실행체계를 갖추지 못한 지역은 국가계획에 이름만 올린 채 실질적인 성과를 얻지 못할 수 있다. 지역이 먼저 설계하고 연합하며 중앙정부와 기업을 상대로 협상하는 주도성의 정치다.
정부는 충청권과 관련해 약 392조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제시했다. 다만 이 가운데 AI 데이터센터 150조원은 ‘충청+알파’로 발표돼 실제 입지와 집행 규모가 모두 확정된 것은 아니다. 더 중요한 문제는 그 투자가 충청권에 무엇을 남기느냐다. 공장은 충청권에 들어오지만 연구개발과 의사결정, 금융과 이익은 수도권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 지역이 토지와 전력, 용수와 인력을 제공하고 부가가치는 외부가 가져가는 낡은 개발방식이 반복될 가능성도 있다. 지역주도성장의 성패는 투자액이 아니라 지역에 축적되는 기술과 기업, 인재와 소득으로 판단해야 한다.
투자가 충청권에 무엇을 남기느냐가 중요
충청권에는 대전의 연구개발 역량, 세종의 행정·데이터 기반, 충북의 반도체·바이오 산업, 충남의 디스플레이·배터리·첨단제조 기반이 있다. 네 시·도가 각자 기업과 예산을 붙잡는 데 몰두한다면 충청권은 하나의 경제권이 아니라 네 개의 경쟁지역으로 남게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행정통합 찬반 논쟁만이 아니다. 우선 당장 필요한 것은 2027년부터 적용될 초광역특별계정을 겨냥한 지역 공동사업을 준비하는 일이다.
첫째, 충청광역연합과 네 시·도는 ‘충청권 투자 실행대장’을 공동으로 만들어야 한다. 투자 확정 여부와 입지, 연도별 집행액, 고용 규모, 전력과 용수 수요, 지역기업 참여계획을 공개해야 한다. 392조원이라는 발표가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는지 지역사회가 점검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대전의 연구개발과 시험인증, 세종의 AI·행정실증, 충북의 반도체·바이오 생산, 충남의 첨단제조를 연결하는 공동프로젝트를 설계해야 한다. 특히 대전은 과학기술도시라는 명분만 반복할 것이 아니라 충청권 제조업 전체를 지원하는 연구개발·기술사업화 거점 역할을 선점해야 한다.
셋째, 지방정부의 부지·인허가·기반시설 지원은 기업의 지역환원과 연계돼야 한다. 지역기업 구매, 지역대학 공동연구, 지역인재 채용, 기술이전과 창업, 환경비용 보상을 기업 상생협약에 포함해야 한다.
충청권 국회의원들은 중앙당의 지침을 전달하거나 지역별 예산을 확보하는 역할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공동법안과 공동예산, 권한 이양안을 만들어야 한다. 네 시·도 단체장도 각자도생식 투자유치 경쟁을 멈추고 충청권 전체의 산업생태계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
지역 정치지도자들의 각성과 실행에 달려
이재명 대통령이 생각하는 지역주도성장은 지역이 스스로 미래를 설계할 능력이 있는지를 묻는 테스트가 되고 있다. 충청권이 변화의 중심이 될 것인지, 수도권과 다른 권역 사이의 통로로 남을 것인지는 지역 정치지도자들의 각성과 실행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