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형은행 핵심 수익원은 역시 'AI'
인공지능 관련 트레이딩·IPO가 수익 견인…BofA·씨티그룹 재평가 주목
미국 대형은행들이 기록적인 2분기 실적을 내놓았다. 겉으로는 주식시장 변동성과 기업 인수합병(M&A) 회복이 월가에 호재로 작용한 결과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적을 들여다보면 인공지능(AI) 투자 열풍과 대형 기술기업이 은행 수익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같은 파도를 탄 대형은행과 빅테크
파이낸셜타임스(FT)의 존 폴리 칼럼니스트는 “대형은행과 빅테크가 같은 파도를 타고 있다”고 평가했다. AI와 반도체주가 크게 움직일수록 은행의 주식 거래 수익은 늘어난다. 데이터센터를 짓는 대형 기술기업이 막대한 자금을 조달하면 회사채와 주식 발행, 대출 수수료가 발생한다. 기업공개(IPO)와 M&A가 늘면 투자은행 수익도 커진다. 기술주 상승으로 부유해진 창업자와 임직원은 다시 은행의 자산관리 고객이 된다. AI와 빅테크, 월가 은행이 사실상 하나의 투자 흐름으로 묶인 셈이다.
JP모간체이스와 골드만삭스,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2분기에 거둔 주식·채권 거래 수익은 합계 380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30% 이상 늘었다. 2년 전과 비교하면 60% 증가했다. 투자은행 수수료도 100억달러에 달했다. 반도체와 소프트웨어주 급등락, 아시아 반도체 거래, 지수 정기 변경과 헤지펀드의 활발한 매매가 은행 수익을 끌어올렸다.
가장 폭넓은 호황 누린 JP모간
JP모간은 이번 호황을 가장 폭넓게 누렸다. 주식 거래와 투자은행뿐 아니라 카드, 소비자금융, 기업금융, 자산관리까지 고르게 성장했다. 대형 기술기업이 채권을 발행하거나 데이터센터 건설 자금을 빌리면 JP모간은 발행 주관 수수료에 더해 대출, 결제, 외환, 현금관리에서도 수익을 얻는다.
다만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는 “좋을 수 있는 수준에 가까워지고 있다”며 현재 환경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알 수 없다고 경계했다. 시장 변동성이 거래를 자극할 정도로 높으면서도 금융 시스템을 위협할 수준은 아니고, 기업 거래는 활발한 반면 신용 부실은 낮은 지금의 환경이 은행에는 지나치게 이상적일 수 있다는 의미다.
골드만삭스는 자본시장 호황의 가장 직접적인 수혜자였다. 투자은행 수익은 전년 동기보다 50% 이상 늘었고 주식 거래에서도 기록적인 성과를 냈다. 골드만은 대형 IPO와 M&A의 주관사를 맡은 뒤 주식 매매와 파생상품, 채권 발행, 기업대출로 후속 수익을 확대할 수 있다.
가장 직접적인 수혜 누린 골드만삭스
데이비드 솔로몬 CEO는 AI 기반 시설 투자가 새 수익사업이 되는 것은 아직 초기 단계라고 평가했다. 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반도체 생산설비에 대규모 자금이 투입된다면 이를 뒷받침하는 주식·채권 발행과 기업 거래도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모건스탠리는 이번 분기 골드만 못지않은 자본시장 실적을 거두면서 자산관리라는 추가 성장동력까지 보여줬다. 2분기 매출은 213억48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27% 증가했고, 모건스탠리에 귀속되는 순이익은 55억8100만달러로 58% 늘었다. 주당순이익은 3.46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형보통주자본이익률은 26.6%에 달했다. 투자은행과 주식·채권 거래를 포함하는 기관증권 부문 매출은 110억40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44% 증가했다.
이 가운데 주식 거래 수익은 63억달러로 69% 급증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투자은행 수익은 24억3700만달러로 58% 늘었고 채권·외환·원자재 거래 수익은 24억5500만달러로 13% 증가했다. M&A 완료와 IPO, 후속 주식 발행, 전환사채 및 회사채 발행이 모두 늘어난 결과다.
자산관리에서 차별성 보인 모건스탠리
모건스탠리의 차별점은 자산관리다. 자산관리 부문 매출은 88억5600만달러로 14% 증가했고 세전이익률은 30.5%를 기록했다. 분기 신규 순유입 자산은 사상 최대인 1481억달러에 달했다. 이 가운데 절반을 조금 넘는 금액은 모건스탠리의 직장인 자산관리 채널을 이용하는 기업들의 IPO와 관련된 자금이었다.
기술기업이 상장하면 모건스탠리는 주관 수수료를 얻는 데 그치지 않고 창업자와 임직원의 자산을 장기 운용자금으로 유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자산관리와 투자운용 부문의 전체 고객자산은 10조달러를 넘어섰다. 고객자산 증가에 힘입어 자산관리 수수료 수익은 52억6100만달러로 19% 늘었고 순이자수익은 22억5400만달러로 18% 증가했다. 모건스탠리는 거래 호황이 끝나더라도 이미 유치한 고객자산에서 반복적으로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 골드만보다 수익 구조의 지속성이 높다고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다. 주주환원 여력도 충분하다.
모건스탠리는 2분기에 15억달러의 자사주를 매입했으며 3분기부터 최대 200억달러 규모의 새 자사주 매입 계획을 가동한다. 분기 배당금도 주당 1.15달러로 15센트 올렸다. 보통주자본비율은 14.8%였다.
BofA, 성장성과 안정성의 균형 돋보여
BofA는 성장성과 안정성의 균형이 돋보였다. 주식 거래와 투자은행 수익이 크게 늘어난 동시에 대규모 예금 기반과 소비자금융에서 발생하는 순이자수익도 증가했다. 골드만이나 모건스탠리처럼 AI 자본시장 호황의 혜택을 받으면서도 전통적인 예대마진을 별도 수익원으로 보유하고 있다.
위험성 높지만 재평가 가능성 큰 시티그룹
씨티그룹은 위험이 가장 높지만 재평가 가능성도 크다. 투자은행과 주식 거래, 자산관리 수익이 늘었으며 기업의 결제와 현금관리를 담당하는 서비스 사업도 성장했다. 구조조정을 거쳐 비용 효율성과 자본수익률이 개선된다면 낮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정상화될 수 있다.
반면 비용 증가와 규제 개선 지연은 여전히 위험 요인이다. 밸류에이션을 보면 사업의 질이 높은 은행에는 이미 상당한 프리미엄이 붙었다. 15일 야후파이낸스 기준 최근 12개월 총자산이익률(ROA)은 JP모간과 모건스탠리가 각각 1.27%로 가장 높았다. 골드만삭스는 0.94%, BofA는 0.93%, 씨티그룹은 0.61%였다. PBR은 모건스탠리가 약 3.4배로 가장 높았고 골드만삭스가 약 2.8배, JP모간이 약 2.6배로 뒤를 이었다. BofA는 약 1.6배, 씨티그룹은 약 1.3배 수준이었다. PBR은 실시간 주가와 반영되는 분기 장부가치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 있어 기사에서는 소수점 둘째 자리보다 반올림한 수치를 사용하는 편이 적절하다.
모건스탠리의 경우 2분기 말 주당순자산 67.80달러를 당시 주가에 적용하면 PBR은 약 3.4배다. 주당 유형순자산 53.18달러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유형순자산 대비 주가배수는 약 4.3배로 더 높다. 사상 최대 실적과 자산관리 성장성이 상당 부분 주가에 반영됐다는 의미다. 수익성과 밸류에이션을 함께 보면 모건스탠리는 이번 분기 가장 강한 실적을 낸 은행 가운데 하나지만 높은 PBR이 부담이다.
골드만 역시 AI와 자본시장 호황에 가장 직접적으로 노출돼 있어 실적 상승 탄력이 크지만 업황이 꺾일 때 이익 변동성도 크다. JP모간은 사업의 질이 가장 우수하지만 그만큼 높은 프리미엄을 받고 있다.
향후 초과수익 가능성이 높은 종목으로는 BofA와 씨티그룹을 우선할 만하다. BofA는 AI와 빅테크가 만들어낸 거래·투자은행 호황에 참여하면서도 예금과 대출이라는 완충 장치를 갖고 있다. ROA가 골드만과 비슷한 수준인데도 PBR은 훨씬 낮아 수익성과 가격의 균형이 상대적으로 낫다. 씨티는 현재 ROA가 가장 낮지만 PBR도 가장 낮다. 구조조정과 비용 절감, 서비스 사업 성장, 자사주 매입이 이어져 자본수익률이 개선된다면 재평가 폭이 가장 클 수 있다.
AI 투자 꺾이면 은행 실적도 둔화 가능성
은행주가 AI주와 다른 대안이라는 생각도 경계해야 한다. AI 투자가 꺾이면 IPO와 M&A, 주식 거래가 감소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기술주의 하락으로 자산관리의 규모가 줄고 데이터센터 관련 대출의 신용 위험이 커질 수 있다. 경기 충격에 대응해 미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리면 순이자마진까지 압박받는다. 폴리 칼럼니스트가 지적했듯 기술기업의 자금 조달과 주식 거래, 데이터센터 투자, 고액자산가 증가가 은행의 여러 사업을 동시에 밀어 올리고 있다.
반대로 이 연결고리는 AI 투자 열기가 식을 때 은행 실적도 함께 둔화될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 대형은행은 이제 AI 호황의 주변 수혜주가 아니라 AI와 빅테크의 성공 여부에 수익이 직접 연결되는 종목이 됐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